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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등 내어머니에게 빛과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이*경 2017.03.08

내 허물, 껍질인 새우등 내 어머니   

 

 내 허물, 내 껍질, 그리고 새우등 어머니라는 단어는 막막한 슬픔을 일게 합니다. 

쪼글한 피부는 검게 그을려 안타깝게 다가오고, 반으로 뚝딱 꺾인 허리로 하루종일 일만 하시는 어머니는 그저 아픈 사랑입니다.

어느새 침침해진 눈은 자주 짓무르고 눈곱이 끼고, 그 밝던 귀도 이제는 자꾸만 어두워지시는 어머니!

허리 굽은 모습위로 하얀 머리와 뼈만 남은 앙상함으로 애달프게 다가오시는 그리운 내 어머니!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당신을 봅니다. 그 곱던 젊음을 자식을 위해 다 사그라버리고, 당신은 보잘것없는 껍질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십니다.  늙고 앙상한 모습으로 허리 굽은 채 바삐 걸어가시는 어머니는 생각만으로도 슬픔입니다.   

   낡은 기와집 옆 채마밭에서 땀 묻은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색 짙은 후줄근한 몸빼를 입고 일만 하던 어머니. 호미를 들고 잰 손을 놀리면서 땀 흘리던 어머니가, 나를 보고 반갑게 미소 짓던 어머니가... 오늘은 참으로 보고 싶습니다.   

엄만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홰홰 손 저어가며 “나는 괜찮다. 나는 다 괜찮다”  

 

  유년의 시절, 정말로 나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배고프던 시절, 자식들이 먹는 모습을 웃음으로 바라보시면서 헛 트림을 하시던 분.

할머니의 병 수발과 들일에 지친 몸으로 땀 닦을 새 없이 밥을 짓고 밤 늦게 손빨래를 하시던 분.

자식들이 신다가 버린 양말과 헤진 운동화가 다시 댓돌위로 놓이고 항상 엄마의 몫이 되었지만 나는 당연히 엄만 그러는 건 줄만 알았습니다. 

 

   ‘나는 괜찮다. 물만 먹어도 괜찮고, 온종일 일만 해도 괜찮고,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로만 늙어도 괜찮다. 자식들만 잘 된다면 나는 다 괜찮다’   

  엄마의 아픈 목소리가 속삭이듯 내 귀를 맴돕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자식을 위해서 가난과 이를 악물고 싸우셨던 어머니. 새벽같이 들에 나가면 깜깜한 밤중에야 땀에 전 모습으로 휘적휘적 돌아 오셨던 어머니.

가난한 살림에 자식들만 먹이시는 엄마를,

하루종일 일에치여 쓰러지듯 잠들어 버리는 엄마를....

어린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무심히 바라보곤 했었지요.

엄마는 당연히 그러는 줄 만 알았습니다.   가난한 그 시절, 우물가에서 두레박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엄말 바라보며, 엄만 물을 참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물로 배를 채우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하연 무를 아삭아삭 씹어 먹는 엄마가 이상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배고픔까지 가로채면서 살아왔던 철없던 나도, 이젠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습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엄마가 찬물을 마시며

  “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하실 때 내 몫의 밥을 드리며 그 심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날, 산에 올라 땔감을 구하느라 하루 종일 굶으셨을 엄마에게 따끈한 고구마라도 입에 넣어드리며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다주고도 또 줄게 없을까 휘휘 둘러보시던 나의 껍질, 나의 허물인 허리굽은 내 어머니가 반듯하게 걷는 걸 보고 싶습니다.

그 곱고도 어여쁜 모습으로 내가 사드린 환한 옷을 입고 시골길을 걷는 모습을 자꾸만 그려봅니다. 부디 어머니의 허리가 바르게 서서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가슴을 활짝 펴고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참 좋겠습니다.

 

  70이 훌쩍 넘어 80으로 다가서는 지금도 지금도 엄마는 그 새우등 허리로 안간힘을 쓰시면서 농사일을 하십니다.

 쌀이며 고추, 콩, 감자, 마늘, 참깨, 김치.....  우리 집 식탁엔 허리굽은 어머니가 힘겹게 농사지은 먹을거리들로 항상 가득 채워집니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소중한 쌀로 밥을 짓고, 어머니의 고된 향기로 식탁을 차립니다. 입에 넣고 내 목을 넘어가는 그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느껴가면서, 이 딸은 그저 목이 메곤 합니다. 

 

   나무껍질 같은 손과 검버섯이 핀 모습, 그리고 기역자로 한껏 휘어버린 허리를 가진 슬픔의 어머니가 아련히 손짓을 합니다. 어머니의 허리가 반듯이 펴지는 모습의 그날! 어머니는 춤을 추시고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기쁨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습니다.

 "허리가 이래 굽어서 어디도 못가겄다. 당최 잘 보이지도 않어야..."

 여행도 도리도리 싫다하시며 당신의 굽은 허리를 원망 하면서도 환하게 웃으시는 내 어머니!

 허리 반듯하게 편 우리 어머니 손 잡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외국여행 한번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살날이 얼마일지 기약할 수 없는 늙으신 우리 엄마에게

빛과 희망을 줄 소중한 선물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허리 굽고 늙으신 내 껍질, 내 어머니를 이 딸은 너무도 사랑합니다.

 이젠 어머니를 꼭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렵니다.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못한 그말을 이젠 꼭 해드리렵니다. 아픈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만 눈물로 다가오는 봄 날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부디 우리 어머니의 허리를 고쳐주세요. 제 동생들과 더불어 간곡히, 간곡히 기원합니다. 

 

연락처: 우리 어머니 010 9944  3187

본인(글쓴이) : 010-6212-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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