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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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회 호탕하다! 부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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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7관리자 조회수 277
<242회 호탕하다! 부산 밥상>

장쾌한 바다가 기지개를 켜는 이 봄 -
부산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는 아기자기한 산동네, 아미동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호통판사’로 알려진 소년범의 대부, 천종호 판사의 고향이기도 하죠.
오늘은 호쾌한 부산 사나이, 천종호 판사와 함께
현지인도 놀랄, ‘진짜’ 부산의 호탕한 맛을 찾아 떠나보렵니다.


부산에 국수골목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천종호 판사를 따라 찾아간 아미동 초입에는
73년 전통 국수골목에 유일하게 남은 국숫집이 자릴 지키고 있었습니다.  
천종호 판사는 물론 동네 사람들에겐 의미 있는 추억의 장소라더군요.
찢어지게 가난했던 산동네에서 이 댁 국수는
특별한 날에만 먹던 특식 중 하나였다지요.
이 산동네에서 궁핍한 시절을 보낸 천종호 판사는
그때 귀했던 국수 맛을 5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할 정도라더군요.
옛날부터 멸치로 투박하게 끓여낸 국물과 유명한 부산의 국수 소면하며,
어묵과 단무지, 시금치순을 올린 국수 고명들까지
부산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먹고 살기 어렵던 그때 그 시절,
애환과 향수가 담긴 한 그릇을 대접받은 기분이랄까요?
서울에서 찾던 옛날국수의 맛을 부산에서 찾았습니다.


부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돼지국밥’인데요.
오늘은 천종호 판사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돼지국밥집을 찾았습니다.
천종호 판사는 8년째 위기 청소년들의 선도와 성장을 위한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축구단을 먼저 제의하고, 축구 후 아이들에게 돼지국밥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던 사람이 이 댁 주인장이었던 것이지요.
선한 마음씨를 가진 주인장이 각고의 노력으로 개발한 특수부위 돼지국밥은
기름기가 적고 잡내 없는 등심덧살과 항정살을 넣어
돼지국밥을 못 먹는 이들도 편히 먹을 수 있을 만큼 깔끔하고 담백했습니다.
특히 입에서 살살 녹는 등심덧살과 항정살의 육질은 소고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더군요.
품격을 한층 올린, 진화된 돼지국밥을 맛봤달까요? 


봄바다를 타고 부산을 찾아오는 맛있는 손님이 있습니다.
봄멸치를 먹어야 비로소 봄이 왔다고 생각하는 제가,
살랑살랑 봄이 밀려온 부산 기장에서 드디어 멸치 밥상을 만났습니다.
기장에서만 6대째 사는 토박이 집안의 주인장이 30년째 운영 중인 이 댁에서는
싱싱한 생멸치를 구운 멸치구이부터 멸치회, 무침, 조림까지
멸치로 낼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내고 있대도 과언이 아닌데요.
특히 생멸치를 즉석에서 바로 구워 먹는 멸치구이는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멸치 한 마리에 이 세상 고소함을 응축했달까요?
바로 앞이 기장 항구인 이 댁에서 멸치의 싱싱함은 말해 무엇할까요.
신선한 멸치회와 숙성 초장으로 버무린 회무침 역시 봄바다의 향을 그대로 전해주는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3번 이상 지져서 부드러운 우거지와 멸치가 조화를 이룬 멸치조림으로
멸치쌈을 싸서 먹어보니 ‘더할 나위 없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바다 밥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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