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35회 맛의 귀순! 전남 화순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24.02.16관리자 조회수 367

<235회 맛의 귀순! 전남 화순 밥상>

요즘 시쳇말로 순한맛매운맛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죠.

땅에도 만약 순한맛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목하고 순박한 고장오늘은 화순을 찾았습니다.

화순과 닮은 듯 온화한 눈웃음을 가진 빅뱅 대성 씨와 함께 말이죠.

 

백반기행을 다니며 집밥 같다라는 수식어를 많이 썼을 법한데요.

화순에서 말 그대로 진짜 집밥을 만났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화순 모산마을최고령 할머니 집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죠.

올해로 100세가 되신 할머니를 보니 기억 저편에 매양 살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더군요.

그렇게 어머니가 그리워질 때쯤 할머니의 추억이 깃든 닭장떡국이 상에 올랐습니다.

닭장떡국은 호남 내륙지방에서 주로 먹는 향토 음식이라는데요.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닭 한 마리로 20인분을 만들 수 있던 닭장떡국 속 삶의 지혜를 듣다 보니 이 댁 추억과 애환이 가득 서린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다는 의미를 닭장떡국 국물만큼이나 진하게 느낀 한 상이었습니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쉬이 지나치지 못했다는 화순적벽 근처 어느 수상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인적 드문 산골 어드메 덩그러니 있는 이 댁은 심상찮은 외관과 사연 많아 보이는 내부가 눈길을 끌었죠.

허나 그것도 반찬으로 나온 싱건지를 보는 순간 다 잊혀 버렸습니다.

알맞게 곰삭은 싱건지와 싱건지무침은 한달음에 고향으로 데려다주는 맛이었달까요?

이 댁 단골손님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산이 많아 물 맑기로 소문난 화순의 특미궁극의 고소함과 담백함으로 승부한 메기구이와 시래기를 넣어 유난히 구수한 메기매운탕을 맛보았죠.

화순의 천진한 산천과 주인장의 순박한 손맛이 조화를 이룬 귀한 밥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먼 걸음 해준 대성 씨에게 든든한 한 끼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 화순의 한 고깃집으로 향했습니다.

청정지역 화순에서 나고 자란 소와 돼지고기를 그때그때 신선하게 내는 이 댁 고기 맛퍽 기대되더군요.

우선 당일 도축한 우둔살 생고기는 특유의 찰기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 예상대로 근사하더군요.

그러다 어느 단골의 요청으로 시작하게 됐다는 도톰한 생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마치 신세계를 경험한 듯 황홀했답니다.

생고기로 입맛을 돋우니 과일로 가벼운 단맛을 낸 돼지갈비 맛이 한층 돋보이더군요.

쉽게 물리지 않는 맛이다 보니 대성 씨는 혼자서도 갈비 두 대를 다 먹을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습니다.

고기 밥상에서 빠지지 않은 후식메뉴’, 화순에선 돼지고기와 애호박을 넣어 육향이 진하면서도 시원 칼칼한 애호박찌개로 정했습니다

마치 콘서트에서 앙코르하게 하는 맛이었달까요?

생으로또 구워서 결국 끓여서까지고기 한 번 제대로 즐긴 집이었습니다.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