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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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회 맛의 비무장지대! 철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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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5관리자 조회수 1064


<226회 맛의 비무장지대! 철원 밥상>



서울에서 한 시간대면 갈 수 있는 나들이 명소,

한탄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철원에 다녀왔습니다.

겨울이면 주상절리와 꽁꽁 언 한탄강을 강 위에서 볼 수 있는 한탄강 물윗길로 더욱 핫하지요?

철원만큼 핫한 팔방미인 가수 하니 씨도 함께 이 겨울 뜨끈한 맛나들이에 동행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김일성이 뺏기고 3일을 울었다는 철원평야는

그만큼 비옥한 토질을 자랑하는데요.

철원평야에서 사철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밥상을 차려낸다는 집을 찾았습니다.

식당 옆에 연못을 파서 직접 연잎까지 키운다는데요.

여름에 딴 연잎을 싱싱하게 보관해 한겨울에도

그 생그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연잎밥을 내어놓습니다.

직접 띄운 청국장을 섞은 된장찌개는 물론,

색감 예쁘게 담가둔 참외파프리카장아찌, 겨울에 수확한 갓으로 담근 갓김치

새벽 일찍 직접 키운 콩으로 만든 두부 등 뭐 하나 손 가지 않는 반찬이 없었습니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밥상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막국수는 여름에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도 제맛이지만,

메밀을 수확하고 난 가을 이후 찬 바람 부는 겨울에

더욱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강원도 겨울 별미 막국수를 맛보러 70년 전

할아버지가 직접 지었다는 부부의 노포를 찾았습니다.

이 댁은 막국수 맛을 위해 식당 옆에 따로 방앗간을 설치해

매일 아침 쓸 만큼 메밀을 직접 제분하고요.

주문 즉시 반죽해 면이 더 부드럽고 연한 것이 특징입니다.

요즘 평양냉면처럼 뽀얀 면도 많지만,

이곳에선 껍질째 간 메밀을 대부분 넣어 거칠지만,

구수한 맛이 많이 나도록 막국수를 만든다네요.

거기에 15년 동안 끓인 씨육수에 삶은 수육을 곁들이면

무엇 하나 빠질 수 없는 금상첨화 막국수 밥상이 완성됩니다.



38선이 가까워 이북 음식이 발달한 것도 철원의 매력이지요.

아버지에게 배운 함경도식 만두를 자기만의 철학으로 해석해 내어주는 

만두전골집이 있다고 하여 마지막 행선지로 찾았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깍두기, 김치와 쥐포, 멸치볶음은 기본기가 탄탄하고요.

퍼지지 않게 따로 한번 삶아 넣은 만두전골도 아주 근사했습니다.

이북식 만두가 본디 고기 대신 두부,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 집 만두는 애호박의 양을 많이 해 담백하면서도 특유의 풍미가 있더군요.

매운 양념을 풀어 흡사 매운탕처럼 칼칼하게 끓인 국물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아래를 넘나드는 철원의 맛이 이런 걸까요?

또 한번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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