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24회 우리가 사랑한 백반! 강진 남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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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관리자 조회수 1122

<우리가 사랑한 백반! 강진 남도 밥상>

오늘은 저에게 참 의미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백반기행의 첫 시작을 연 백반의 천국, 전라남도 강진입니다

드넓은 갯벌과 기름진 들판이 둘러싼 땅으로

예로부터 풍요로운 식재료와 남도의 손맛으로 맛깔난 백반이 유명하지요

4년 만에 찾은 강진인 만큼 백반 특집으로 특별한 게스트와 함께하려 하는데요

영화 범죄도시 x OTT 드라마 카지노로 화제를 일으킨 강윤성 감독인데요

강진은 오늘 처음 오셨다니 제대로 맛 보여드릴 참입니다


바다 시장에서 갓 잡아 올린 수산물들이 가득한 마량항을 찾아왔습니다

좋은 해산물들은 서울로 다 간다지만 사실 그보다 더 싱싱한 녀석들은 산지에 있지요

그리고 물오른 해산물로 차려낸 바다 백반을 맛보기 위해

마량항 바로 앞에 위치한 가게를 찾았는데요

세상에 9천 원짜리 백반 한 상에 10종 반찬에 해산물이 가득합니다

남도식 반찬인 두부탕엔 홍합이, 무나물엔 새우가 들어가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지요

서울에선 주요리 급인 우럭이 쏨뱅이와 함께 잡어조림으로 나오니

강진의 클래스가 어느 정도인지 단박에 알 수 있지요

싱싱한 굴무침에 굴이 듬뿍 들어간 미역국까지!

재료도 재료지만 그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바닷물로 딱 3번만 씻어 굴의 향까지

은은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 예술입니다

이 겨울이 가기 전 강진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지요



드넓게 펼쳐진 강진만을 따라가다 어느새 강진읍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음식이 발달하는 법!

이곳엔 좀 더 특별한 백반이 있다는데요 바로 <사찰 백반>입니다

사찰 음식 1세대 연구가로 불리는 홍승 스님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인데

흔히들 절밥이라고 하면 맛이 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제가 느낀 느낌은 격식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퓨전 한식 같달까요?

고기가 없어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마 드셔보시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한 쫄깃 담백한 표고버섯을 활용한 표고버섯 탕수,

가지를 부쳐 새싹을 말아낸 가지새싹말이, 수삼샐러리냉채, 뿌리채소를 활용한 우엉잡채 등

정갈한 요리들이 나오는데 사실 하나하나 재료를 살펴보면 채식하는 사찰에서

영양까지 고려한 재료의 궁합이 지혜롭게 숨겨져 있더군요.

, 사찰 백반은 코스로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으니

배를 살짝 남겨놓으셔야 할 겁니다

마늘과 젓갈 대신 갓, 청각으로 맛을 낸 사찰식 김치와

오신채와 인공조미료 없이 오롯이 자연 본연의 맛을 살려낸 반찬 7종에 밥과 국이

사찰 음식의 새로운 맛을 선사하거든요

사실 웰빙 음식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손에서 손으로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온 사찰 백반이야말로

현대인이 찾는 건강식의 원조 아니겠습니까?



잠시 속세에서 벗어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봤다면

백반특집의 화룡점정으로 33년의 업력을 가진 <시장백반>을 맛볼까 합니다

원래 분식집을 하던 집인데 택시 기사들의 끼니를 챙겨주면서

백반집으로 거듭난 곳인데 강진 토박이들 사이에선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더군요

메뉴판은 식사’ 8천 원이 끝인데 세상에나 밥상을 받고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반찬만 21종이 상을 가득 채우지 뭡니까!

평소에는 식판에 담아서 주시는데 오늘은 특별히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신

감독님도 오셨다고 그릇에 담아주시긴 했지만

21가지 각종 나물, 김치 반찬에 남도 별미인 토하젓과 게를 갈아 만든 게장은 별도!

여기에 쌀보리로 지은 보리밥과 엉겅퀴 넣은 엉겅퀴국까지 주십니다

36살에 남편을 일찍 여의고 백반 장사로 홀로 세 자녀를 키워왔다는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이 밥상이 달리 느껴지더군요

오늘 오랜만에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그리운 밥상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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