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19회 별그대? 맛그대! 대학로 신성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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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관리자 조회수 1002
<219회 별그대? 맛그대! 대학로 신성 밥상>

반짝이는 가을 햇살처럼 빛나는 청춘의 무대, 오늘은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즐기려는 이들의 생동감이 전해진달까요?
자유와 젊음을 고스란히 품은 대학로에 아무래도 혼자서는 영 외롭겠지요.
다재다능 뮤지컬 스타, 배우 신성록 씨와 함께 가보렵니다.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청춘을 보냈다니 이만한 단짝이 없겠지요.

백반기행 5년 가까이 해왔지만, 이런 집은 처음입니다. 
밥을 파는 꽃집이라지요.
40년 넘게 꽃집을 해오다가 7년 전부터 밥을 내기 시작했다는 이 댁,
꽃집에서 하는 밥이라 얕보긴 이릅니다.
남도 출신에다 종갓집 종부라는 특출만 손맛으로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지요.
주인장이 자신 있게 내놓은 수육두부김치의 압권은 딱 1년 된 묵은지더군요. 
직접 손으로 찢어주는 그 맛이 대학로가 아니라
절 고향에 데려다 놓은듯 했습니다. 
그리고 쌀쌀한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들깨수제비
주인장의 도타운 정을 닮은 되직한 국물이 속을 따끈하게 해주더군요.
보디빌더 남편의 도움으로 찰지게 반죽이 된 수제비는
어찌나 얇게 떴는지 속 불편할 때 먹어도 그만일 정도였지요.
꾸밈없이 투박하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정 깊은 밥상이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참 신기한 광경을 많이 봅니다.
이번엔 도심 한복판, 지붕 위에 장독대에서 장맛이 살아 숨쉬는 집을 만났습니다.
내 자식같은 청춘들의 입맛은 물론 건강한 걸 먹이고 싶었던 주인장은
애초부터 직접 띄운 청국장을 내왔답니다.
16년 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자 같은 청국장 덩어리를 낸 이 댁만의 청국장이 탄생했다지요.
신기한 모양새에, 직접 청국장 덩어리를 풀어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겠다 싶더군요.
청국장 특유의 퀴퀴한 냄새는 줄이고 콩 맛은 살린데 다가
푹 끓이지 않아 영양까지 실한 청국장이니 어딜 내놓아도 사랑받을 맛이었지요.
이 댁 돼지갈비찜도 직접 달인 조청과 과일청으로 뭉근한 단맛을 냈다니,
뭐든지 건강하게 먹이고픈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 아닐는지요.

세상이 뒤집혀도 밤이면 생각나는 맛이 있습니다.
세대를 초월한 맛의 모래시계, 바로 통닭이지요.
그 맛 한 번 보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줄 서서 찾는다는 한 장작구이통닭집.
만인이 사랑하는 닭껍질과 닭다리는 물론,
퍽퍽해서 먹기 힘들다는 닭가슴살도 부드럽다 소리가 나올 정도니,
장작구이통닭의 유토피아라 할만하지요.
이렇게 부드러운 통닭이 되기 위해선 염지 육수 하나에도
여러 재료를 넣고 끓여야 하는 각고의 정성이 필요하답니다.
무엇보다 화력이 센 참나무 장작으로 굽다 보니,
계속 화덕 앞을 지켜야 하는 주인장의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법이겠지요.
주인장의 연구로 태어난 또 하나의 진미,
매콤달콤하게 무쳐낸 이 댁 골뱅이무침을 닭가슴살과 함께 먹으니,
통닭 맛의 ‘신분상승’,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주더군요.
다만 통닭이 맛있는 탓에 골뱅이무침과 먹을 통닭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으니
골뱅이무침은 미리미리 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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