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15회 응답하라! 서울 추억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23.09.08관리자 조회수 1308

 <215회 응답하라! 서울 추억 밥상>

휘황찬란한 빌딩숲만 보다가,

시간이 더디 가는 서울 옛 골목에 다다르니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담벼락 위 뾰족한 철장부터 대문 앞 빨간 우편함까지

옛날엔 귀한 줄 몰랐던 풍경들이 이젠 소중히 와닿더군요.

오늘은 이 향수를 가득 담아,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이일화 씨와 함께 추억 밥상을 만났습니다.


서울 최북단 도봉구에서 만난 추억의 맛은

1943년, 광복 전부터 생겨 지금 3대째 이어가는 설렁탕 노포에서 찾았습니다.

뚝배기 한 그릇에 담긴 80년, 그 진하디 진한 이야기를 맛볼 양이었지요.

이 집은 고기의 지방도가 높아 감칠맛이 있다는 한우 암소만을 고집해

주인장이 ‘따로 간하지 말라’ 신신당부를 할 정도랍니다.

고소한 국물과 두툼한 고기 모두,

1대 사장이 전수한 음식 철학과 빛바랜 추억이 담긴 설렁탕 한 그릇에 담겼지요.

80년 아니, 100년을 이어갈 맛이었습니다.



등산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오니, 등산의 추억이 새록새록 하더군요. 

등산하고 나면 허기짐을 달래고자 든든한 음식을 찾기 마련이지요.

오늘은 등산의 성지라 불리는 도봉산 어귀에서,

등산객들 발길 붙잡는 손두부집을 만났습니다.

우선 뜨끈한 두부탕으로 속을 달래주었는데, 보이는 건 두부에 청양고추…

두부탕이 처음엔 참 무심해보였지요.

그런데 조금 더 끓여보니 새우젓과 두부에서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더군요.

게다가 얇디얇게 썬 두부가 눈으로 한 번 놀라고, 혀로 한 번 더 놀랐지요.

다른 두부와 달리 누르지 않아

뻣뻣하지 않고 부드러운 도봉산 손두부의 맛을 제대로 맛봤습니다.


어머니가 구워주는 생선구이에 대한 추억, 다들 있으시겠지요?
오늘, 무려 서울에서 5가지 생선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생선구이집이 있습니다.
임연수, 고등어, 조기, 꽁치 그리고 갈치까지
어렸을 적 추억이 그득한 국민 생선들이 푸짐하게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생선을 허투루 내지 않습니다.
비린내 없이 골고루 간이 배게 하기 위해 생선을 쌀뜨물을 써 물간한답니다.

추억 밥상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나 홀로 길을 나섰습니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 골목길에 숨어있는 이 집,
단골들 사이 소문이 자자한 음식이 소모둠수육이랍니다.
도가니, 머릿고기, 양지 등 골고루 들어간데다가
수육을 아삭한 부추와 함께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더군요.
그러나 이 집 별미는 따로 있었지요.
다 먹고난 수육 국물에 누룽지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 맛,
누룽지의 고소한 단맛과 고기 국물의 묵직한 감칠맛의 어우러짐이
마치 오랜 단짝 친구 같달까요?
아침으로 끓여먹던 수수한 누룽지에서 하나의 요리로,
화려한 누룽지로의 변신이었습니다.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