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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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회 겨울 바다를 맛보령~ 보령 서해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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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관리자 조회수 840

<180회 겨울 바다를 맛보령~ 보령 서해 밥상>


바다에 맛이 들기 시작하는 겨울입니다.

제가 제일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의 시작에 황금빛 갯벌을 품은 서해 보령을 찾았습니다.

보령 식객은 브라운관에서 자주 뵙곤 하지만 실제론 잘 알지 못하는 베일에 싸인 배우!

반효정 씨와 함께했습니다.

평소 미식과는 거리가 먼 생존식사를 즐긴다고 하셨는데,

보령에서 미식에 눈을 뜨고 가셨다니 말 다했지요.


먼저 보령 사람들이 겨울에 애용한다는 한 백반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의 대표메뉴 세모국백반을 주문했더니,

생우럭찜이 포함된 찬이 열 가지나 나오더군요.

이 중 하나는 저를 위한 특별 반찬이라고 쳐도,

만 원에 밑반찬만 9가지라면 그저 황송할 따름이지요.

탱글탱글한 탄력이 일품인 박대묵에

촉촉한 생우럭찜, 모자반무침, 톳무침 등

하나 같이 서해 겨울을 품은 찬들이었습니다.

이어 주메뉴인 세모국이 나왔는데요.

세모국은 겨울 해초 세모가사리로 끓인 서해안 향토 음식입니다.

바지락에 세모가사리만 넣고 한소끔 바르르 끓여냈다는데

그 맛이 어찌나 시원하고 깊은지 겨울이면 또 생각날 맛이었습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보령중앙시장을 찾았습니다.

보령중앙시장은 오일장이 열리는 활기찬 시장이지요.

이곳을 60년 넘게 지켜온 터줏대감 국숫집이 있다고 하여 방문해보았습니다.

잔치국수 4,000원 비빔국수 5,000!

두 그릇 다 먹어도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초 저렴한 가격에 일단 놀랐는데요.

가만 보니 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지 뭡니까.

일단 가게를 가득 메운 멸치 향에서 느껴지듯, 육수가 굉장히 진했는데요.

매일 새벽 멸치, 디포리, 새우를 덖은 뒤 채수를 섞어 끓인다더군요.

게다가 면발은 또 어떻구요. 소면보다 두툼한 중면을 사용하는데,
삶은 뒤 찬물에 헹궈 전분기를 뺀 쫄깃한 국수를 뜨끈한 육수에 토렴해서 주더군요.

토렴 덕분에 면에 육수 간이 잘 밴 것은 물론, 덜 불고, 따끈하니 참 맛있었습니다.

비빔국수 역시 산뜻한 양념장에 직접 비벼줘서 자꾸만 들어가더군요.

가격은 저렴하나 맛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국숫집이었습니다.


겨울이 되길 목이 빠져라 기다린 이유, 바로 굴입니다.

특히 보령 천북굴은 씨알은 잘아도 쫄깃하면서 깊은 맛으로 유명하지요.

맛이 한창 든 굴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이 댁에선 무려 8가지로 요리해서 내준다더군요.

첫 번째로 생굴, 굴숙회, 굴물회가 나왔는데요.

물오른 생굴의 신선함을 먼저 맛보고, 살짝 익혀 더욱 쫄깃한 굴숙회

그리고 동치미 국물로 만들어 새콤달콤 입맛 돋우는 굴물회 순으로 즐기니

보령 바다가 밥상에 펼쳐지더군요.

두 번째는 기름과 조우한 굴 요린데요.

바삭하고 촉촉한 굴튀김과 향긋한 쪽파를 만난 굴파전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반찬들과 함께 나온 식사 메뉴-

달래장과 함께 비벼 먹는 굴밥은 어리굴젓을 곁들여 김에 싸 먹으면 그만이고요.

시원한 굴미역국으로 입가심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더군요.

지루할 틈 없이 변신을 거듭해 질릴 틈을 주지 않는 천북굴의 맛있는 변신이었습니다.


마지막은 갑작스러운 한파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원기충전 겨울 보양식 집을 찾았습니다.

먼저 이 집 대표메뉴인 붕장어구이를 시켰는데요.

담백한 소금구이, 달콤하고 짭조름한 간장양념구이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매콤한 양념구이까지

세 가지 맛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더군요.

이어 꽁꽁 언 몸을 녹여줄 간재미탕이 나왔습니다.

얼큰하면서도 진한 국물맛이 참 좋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붕장어 뼈를 24시간 고아 사골보다 진한 육수로 끓였다더군요.

여기에 부드러운 간재미살 발라먹는 재미까지~!

붕장어구이에 간재미탕이라면 올겨울 한파도 걱정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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