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37회 그리운 추억의 맛! 서울 왕십리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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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4관리자 조회수 2007
<137회 그리운 추억의 맛! 서울 왕십리 밥상> 

왕십리-하면 왜 고향 생각을 할 때처럼 아련해지는 것일까요?
도성 밖 채마밭에서 말을 키우는 곳으로, 또 공업지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를 간직한 왕십리를 찾았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왕십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배우 하석진 씨와 동행했는데요.
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더니 명석한 두뇌로 맛 평가도 조곤조곤 잘해서
함께 다니는 즐거움이 참 컸습니다. 


요즘 7천 원으로는 제대로 된 끼니 챙기기도 버겁단 생각이 드는데요.
7천 원에 12가지 반찬과 매일 바뀌는 국까지 정성스레 차려내는 백반집을 찾았습니다.
가게 규모는 협소했지만, 한 끼 먹고자 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발걸음하기에
딱 좋은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달까요.
이곳 주인장은 매일 새벽 3시면 가게에 나와 반찬을 준비한다는데요.
질경이나물, 호박장, 고구마줄기조림 같은 흔치 않고 정성이 꽤 드는 반찬도
꽤 자주 내놓는다고 하니 과연 7천 원의 행복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왕십리' 하면 전국적으로 이름나 있는 것이 바로 곱창이지요.
저도 하석진 씨도 곱창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왕십리에 왔으니 곱창골목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헌데 별 기대 않고 맛본 곱창 맛이 정말 놀랄 노자 그 자체.
잡내가 하나도 없고 쫄깃하니 씹는 맛이 너무 좋더군요.
알고 보니 곱창을 삶지 않고 연탄불에 3차례에 걸쳐 구워내는 것이 비법이랍니다.
곱창 한 점에도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청계천과 가까운 마장동 어귀, 식당이라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을 간판도 없이 운영해온 갈비탕집이 있다 하여 찾아갔습니다.
깍두기에 김치, 단출한 반찬에 내용물도 파와 당면, 갈비뿐인 갈비탕 한 그릇,
그런데 그 맛만은 절대 단출하지가 않더군요.
핏물을 빼지 않고 갈비를 푹 삶아 잡내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채소를 듬뿍 넣어 다시 한번 우려낸 국물은 정말 예술작품 같았습니다.
주인 할머니의 호쾌한 성품이 주는 즐거움은 덤이랄까요. 


퇴근길 제철 해산물에 가볍게 한잔하기 좋다는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았습니다.
여수 출신 주인장이 손맛 좋게 차려낸 밑반찬 하며
매일 미사리에서 공수해온다는 제철 해산물들이 아주 신선한 곳인데요.
메뉴는 많지만 그날그날 주인장이 추천해주는 메뉴가 메인메뉴가 되는데,
여수에서 들여온 굴구이와 살아있는 참돔을 압력솥에 쪄낸 참돔찜 
그리고 여수식으로 된장을 풀어 끓인 굴탕이 제맛이었습니다.
몸은 왕십리였지만, 마음과 기분은 마치 겨울 바다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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