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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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회 화끈하다~! 제천 보약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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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관리자 조회수 1777

<133회 화끈하다~! 제천 보약 밥상 >

바람 좋고 달이 좋은 고장, 충북 제천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네요.
오늘 저와 함께 제천 백반을 탐구할 식객은 원조 꽃미남 배우 조현재 씹니다.
과연 어떤 맛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더군요.


처음으로 방문한 식당은, 왠지 시간마저 느릿느릿 흐를 것 같은 120년 고택입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이 느껴지더군요. 이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밥을 짓고 준비하는 집이라 준비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데요. 밥이 나오기 전에, 먼저 기본 찬이 등장했습니다. 쟁반 가득 산나물 반찬에, 식탁에 온통 푸릇푸릇한 풀밭입니다. 산이 깊을수록 나물도 많다더니, 약초로 유명한 동네 제천의 약상답습니다. 흔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말하지만, 엄연히 각기 다른 맛과 향이 있지요. 나물 하나하나에 담긴 내용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게다가, 반찬 중에 40년 된 무장아찌가 있는데 무말랭이처럼 아삭아삭 씹히고 맛도 깊은 게 보통이 아니다 싶더군요. 여기에 압력솥으로 갓 지은 영양 잡곡밥에 들기름 뿌린 소고기구이, 마지막으로 칼칼한 오징어 찌개까지 코스로 등장하더군요. 건강식이 지겹다던 조현재 씨도 이 푸짐한 한 상에 빠진 듯합니다.



제천에서 소문 자자~ 하다는 이 집. 이 맛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맛집이랍니다. 제천을 주름잡은 새로운 맛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닭칼만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메뉴! 닭고기와 칼국수, 만두 넣고 고춧가루 왕창 부어 팔팔 끓여낸 음식인데요. 뭔가 용암이 끓는 듯 끓는 것을 보니 엄청 매울 것 같은데... 한 입 먹어보니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입에서는 불 쇼가 펼쳐졌는데, 조현재 씨는 주저하는 기색도 없더군요. 매운맛에 약한 제게는 아주 화끈한 음식입니다.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매운맛이 혀끝을 관통에 온몸으로 퍼지고 삐질삐질 신호가 옵니다. 하지만 자꾸자꾸 당기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왜 자꾸 ‘매운맛’을 찾는지 이해하게 되는 맛이랄까요?


다음 식당은, 일상적인 퇴근길이나, 가족들 외식하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집이라더군요. 고깃집이라 고기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주방이 수상합니다. 분명 고기를 주문했는데 가지를 통째로 튀기다니요. 찬을 준비하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곧이어 기본찬이 등장했는데... 하하, 고깃집에서 이런 찬은 또 처음입니다. 가짓수도 많지만, 구성도 보통 알찬 게 아닙니다. 중국 요릿집에서 보던 가지튀김부터, 잡채, 전, 두부구이, 고구마생채, 돼지껍데기볶음... 아주 손이 가는 반찬들로만 구성했더군요. 맛도 수준급입니다. 반찬만으로 이미 만족도는 최상. 고기는 어떨까 살짝 걱정했는데 구워지는 고기를 보니 걱정이 기우였다 싶습니다. 돼지뒷목살과 갈매기살을 돼지모둠으로 냈는데 아주 고소하고 쫄깃한 게 고기도 내공이 있더군요. 반평생 고깃집에서 내공을 쌓은 주인장이라 하더니 고기도 반찬도 아주 훌륭합니다. 제천을 찾는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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