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07회 맛은 추억이다! 예산 고향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21.06.11관리자 조회수 1944

<맛은 추억이다! 예산 고향 밥상>


힘이 들 때면 어머니의 따뜻한 품만큼이나 떠오르는 게 고향 밥상이죠.
오늘은 전설의 스트라이커로, 프로 축구 감독으로 빛나는 활약을 펼친 뒤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함께
고향 예산 밥상을 맛보겠습니다.
 
예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과, 황새 그리고 예당호가 있습니다.
너른 예당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당호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씨알 굵은 민물고기가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예당호 주변에 살았던 이들에게는 고향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어죽'입니다.
예당호에서 잡힌 민물고기와 쌀, 국수, 수제비를
듬뿍 넣고 양을 불려 끓여 먹던 '어죽'.
예산 어죽에는 민물새우 '새뱅이'가 들어가는 게 특징인데요,
이 '새뱅이'가 어죽 뿐 아니라 붕어조림, 김치전에 더해져 맛의 변주를 일으키더군요. 
예산에 간다면 꼭 생각날 별미입니다.


예로부터 너른 예당평야에서 재배한 쌀이 유명한 고장, 예산.
농업의 영향으로 가축 사육도 발달했고 덩달아 우시장도 번성했습니다. 
때문에 예산장터에는 소 머릿고기와 부산물로 끓여내는 국밥집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70년 넘게 국밥을 말아내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흔히 먹었던 소머리국밥과는 모양새가 다르더군요.
맑은 국물에 머릿고기만 들어간 게 아니라
선지와 우거지, 양지부추무침까지 들어가 양도 푸짐하고 맛도 풍성했습니다. 
 또 소머리수육은 어찌나 두툼하게 썰어주시던지
한 점만 먹어도 입안이 꽉 차는 게 배부르더군요.
귀한 우설도 더달라면 더 주는 인심이 넉넉한 장터국밥.
맛도 좋지만 인심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습니다.


또 예산에는 식객 인생 최초로 마주한 음식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밴댕이찌개'.
밴댕이는 서해안에서 주로 즐기는 생선으로
살이 차오르고 기름지는 오뉴월이 딱 제철이죠.
회나 구이, 젓갈로 주로 먹었는데 예산에선 이 밴댕이를 찌개로 먹더군요.
처음 접한 음식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첫입은 저도 황선홍 감독도 살짝 비렸습니다.
그런데 주인장의 추천으로 상추에 된장을 넣고 쌈밥으로 즐기니
또 다른 맛의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이번엔 제가 아닌 황선홍 감독이 직접 단골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예사 곳이 아니더군요.
황선홍 감독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맛집으로 이름난 곳.
들어서는 입구에서 숯불에 암소 한우갈비를 구운 뒤,
돌판에 올려 손님상에 내가는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주인장이 숙련된 기술로 구워주니 귀한 소갈비 태울 염려 없고,
뜨끈하게 달군 돌판에 내어주니 먹는 내내 식을 일도 없어 일거양득의 효과!
아이디어가 참 좋았습니다.
이어서 놋그릇에 담긴 뜨끈한 갈비탕도 맛봤는데요, 
이 갈비탕에는 황선홍 감독의 애틋한 추억이 서려 있더군요.
어린 시절 왜소한 체구의 황 감독을 위해 아버지가 챙겨주신
몸보신 음식이 바로 '갈비탕'이었답니다.
귀한 갈비구이는 엄두도 못 내고 갈비탕 한 그릇이라도 챙겨주고 싶었던 게 

아버지 마음이었겠죠.

음식이란 참 묘합니다. 배를 채우는 수단이기도 하고,
맛을 느끼는 즐거움이기도 하고,
이렇게 불현듯 추억이 떠올라 인생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니 말입니다.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