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06회 섬진강의 맛! 하동-광양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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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관리자 조회수 1923

<섬진강의 맛! 하동-광양 밥상>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하구를 찾았습니다.
섬진강 하구엔 하동과 광양이 강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요.
같으면서도 다른 두 지역의 음식 맛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엔 미스트롯2 진眞 양지은 씨와 트로트요정 김다현 양도 깜짝 방문해,
맛에 멋까지 더한 구성진 미식 여행이었지요.


이맘때면 섬진강은 분주해집니다. 바로 강 농사를 짓기 때문인데요.
거랭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강바닥을 긁으며 재첩을 채취하는 모습이
농사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 그렇게 부른다더군요.
제철을 맞아 물오른 재첩! 아니 맛볼 수 없겠지요.
하동에서 오래도록 재첩 요리를 해온 집을 찾았습니다.
섬진강 밥상답게 양념 참게찜부터 제피를 넣어 톡 쏘는 향이 일품인 열무김치까지-
가히 하동에 온 기분이 물씬 났습니다.
뽀얀 재첩 국물에 새파란 부추를 올린, 색부터 아름다운 재첩국.
섬진강에서 건진 생재첩만 고집한다더니 시원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거기에 사과 채를 올려 상큼한 맛을 더한 재첩회 무침까지 한가득 먹으니
그야말로 섬진강을 입안에 넣은 듯했습니다.
양지은 씨 표현대로 그야말로 찐眞이었습니다.


섬진강을 비롯해 지리산과 남해 바다까지 있는 하동.
덕분에 하동시장엔 강 것, 산 것, 바다 것까지 없는 게 없더군요.
하동시장에서 만난 깜짝 손님 김다현 양과 함께 백반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집 대표메뉴는 생선구이 정식. 주인장은 만 원짜리 정식을 추천하더군요.
만원 정식에 나오는 반찬만 열 가지가 넘습니다.
인심 넉넉한 주인장은 다현 양을 위해 특별히 햄 반찬까지 준비해주셨더군요.
생선구이 정식답게 1인 1마리의 생선구이가 나오는데요.
오늘은 하동 별미인 능성어 배다구와 서대, 가자미였습니다.
배를 갈라서 소금을 쳐 반건조한 것을 하동에선 배다구라고 부른다더군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촉촉하게 구워내는 것이 주인장의 방식이랍니다.
주인장이 직접 손으로 생선 살을 발라줬는데요.
생선의 통통한 살밥에 넉넉한 주인장의 인심이 더해져 풍요로웠던 하동 백반 한 상이었습니다.


이번엔 광양으로 넘어갔습니다.
섬진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분위기가 제법 다르더군요.
이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식당. 요일별로 다른 메뉴를 판답니다.
저희가 갔을 땐 돼지수육을 파는 날이었는데요.
수육을 시키자 맛깔난 반찬들과 함께 칼칼~한 시래기 된장국이 먼저 나오더군요.
막 삶아내 따끈한 돼지수육은 비계가 적당히 섞여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수육을 시키면 나오는 김치 3종 세트가 인상적이었는데요.
3년 묵은 묵은지, 파김치, 재철 맞은 양파김치가 한 접시에 나오는데 이게 아주 물건이더군요.
수육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이만한 궁합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집은 광양에서 만난 제 소울푸드. 정어리쌈밥을 하는 식당입니다.
이 집 반찬들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 전어밤젓입니다.
전어 한 마리에 하나만 나오는 전어의 위인 전어밤으로 젓갈을 담근 건데요.
예로부터 귀해서 아버지 밥상에만 올릴 정도였다더군요.
오랜만에 짭조름한 전어밤젓을 만나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맛봐야 하는 정어리조림.
정어리조림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대멸치를 조린 겁니다.
봄철 한정으로 하동산 생고사리를 넉넉히 깔아주더군요.
정어리쌈밥은 쌈에 싸 먹어야 제맛이지요.
쌈 채소에 커다란 대멸치를 두어 개쯤 올려주고 고사리 넣고 국물까지 살짝 넣어
입 안 가득 맛보니 이미 제 고향 여수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광양 사람들은 정어리조림에 밥까지 볶아먹는다는데요.
비리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막상 맛보니 괜찮더군요.
광양에서 만난 소울푸드 정어리쌈밥의 재발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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