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99회 넘어 볼 맛 난다! 강원도 한계령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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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관리자 조회수 2210

<넘어 볼 맛 난다! 강원도 한계령 밥상>


오늘은 구름도 쉬어간다는 곳, 한계령 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첩첩산중에 고개 위에 도착하니 멋진 산새가 펼쳐진 것이 참 장관이더군요.
이곳에서 백반기행을 함께 떠날 반가운 얼굴 이영표 씨도 함께 했죠.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지라 이곳이 참 익숙하고 좋다니
오늘 밥동무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한계령 고개에서 남쪽, 곰배령 고개에는 약 10가구가 살고 있죠.
이곳에 계신 분들은 주로 민박집을 하신다더군요.
맛이 좋다는 곳이 있어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았는데
해발 800m에 위치한 곳이라 주인장의 전용차로 이동해야 합니다.
굽이굽이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사람이 다니는 산길을 차가 올라가더군요.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길이라니 이거 참 색다른 경험이더군요.
봄이 찾아오면 나는 나물들 4종을 넣어 주인장만의 비법으로
바삭하게 산나물전을 부쳐내어 주는데-
밀가루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진짜 산나물전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나물이라는 이영표씨도 홀딱 반해버렸죠.
거기에 숙박객들만 맛볼 수 있다는 주인장표 나물 백반까지!
울창한 나무와 계곡 소리를 들으며 맛보는 이 맛이
어찌 맛없을 수 있겠습니까!
김치 하나에도 약초를 달인 물로 숙성시켰다는데
마치 땅속에 묵힌 김치처럼 시원하더군요.
한 끼를 맛보았을 뿐인데 올봄 보양식 제대로 맛본 듯합니다.


한계령 고개가 이어진 인제에는 볼거리가 참 많죠.
그 중에서도 춘천에서부터 이어진 소양호도 빼놓을 수 없죠.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네에서 꽤 인정받는다는
민물 보양식 집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바로 메기찜!
메기찜에 들어가는 시래기도 직접 무를 키워 말려
가마솥 장작불에 삶아내는 공을 들이니- 꽤 기대가 되더군요.
찜치고는 넉넉한 국물인데,
시래기와 메기를 함께 국물에 적셔 먹기에 그 농도가 딱 이더군요.
색깔은 꽤나 매서워 보였지만 칼칼함과 담백한 그 절묘한 접점을
찾아낸 맛이 제법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영표 선수 밥그릇에 구멍이 뚫릴 것처럼
싹싹 긁어먹더니 어느새 한 그릇 더를 외치더군요.
아 이제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나도 한 그릇 더 외칠걸!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이영표 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고기를 먹고 자란 기억이 없다고 하더군요.
중학교 때 축구를 하며 단체 회식 때 처음으로 삼겹살을
먹은 것이 처음인데 그 이후로 훅- 빠져들었다더군요.
그래서 오늘 인제에서 꽤나 명성이 알려졌다는 한 돼지갈빗집을 찾았습니다.
옛날식 간장 양념으로 내어주는 갈비의 담백한 맛도 좋지만
그때그때 나는 나물과 제철 재료로 반찬을 푸짐하게 내어주니
고깃집 치고는 찬이 훌륭하더군요.
점심 메뉴로도 인기라는 묵은지찌개는 강원도 스타일대로
고추장을 살짝 풀어내 들기름을 넣어 시원하게 끓여주는데
저는 처음 맛 보았지만 꽤나 별미입니다.
참, 그리고 이 집에 진짜배기 메뉴도 숨어있습니다.
고기를 먹은 손님만 시킬 수 있는 천 원 막장찌개에는
배추와 냉이를 넣어 시원하게 끓여내니 이 맛은 놓치지 마세요.


배도 든든히 했겠다! 한계령 고개를 넘어 양양으로 넘어왔습니다.
예전에 식객 취재차 들렀던 막국수 가게가 이곳에 있죠.
3대째 이어온 집으로 약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처음 시장에서 할 때부터 이어온 메뉴가 바로 막국수입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이 집 막국수 다시 한 번 새롭더군요.
국물을 덮어버린 깨와 김 가루 그리고 면 위에 올라간 김치까지!
하지만 국물 맛이 꽤나 담백하고 슴슴해 고명들이 간을 맞춰내니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완벽한 하모니가 오늘도 과식을 불렀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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