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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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회 우아한 맛! 서울 덕수궁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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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관리자 조회수 2915

<우아한 맛! 서울 덕수궁 밥상>



서울 한복판에서 고즈넉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덕수궁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덕수궁 밥상은 요즘 핫한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부혜령으로 열연 중인

배우 이가령 씨와 함께 했습니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어디로 다 들어가나 싶을 정도로 잘 먹더군요.

 

덕수궁 밥상 첫 번째 집은 백반기행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이탈리안 백반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더군요.

59년이 훌쩍 넘은 집이라더니 인테리어도 옛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 온 듯한 기분에 기대가 되더군요.

사실 이 집은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삼*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단골식당이랍니다.

바게트가 아닌 부드러운 마늘빵과 맑고 감칠맛이 풍부한 양파수프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허한 속을 달래기엔 그만이더군요.

이 회장이 생전 즐겨 먹었다던 백합 조개가 듬뿍 들어간 봉골레 스파게티는

그 시절 회장님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돼 국물이 넉넉하고 면도 부드러워 먹기 좋더군요.

견과류와 과일이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으로 훌륭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 집의 역사를 함께 먹은 듯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봄을 알리는 음식 중 도다리쑥국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기본 업력 50년 이상 된 무교동 식당들 사이에서

22년째 신생(?) 맛집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집이 있다고 해 찾아가 봤습니다.

통영의 계절 음식을 다루는 집인데 마침 도다리쑥국을 개시했다더군요.

통영에서는 부의 상징이라는 말린 대구가 가게에 떡하니 걸려있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된 통영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주인장이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대로 통영식으로 요리한다는 식당.

밑반찬부터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더군요.

제철 맞은 샛노란 색의 봄 멍게가 가득 올라간 멍게 밥과

지금 가장 향이 좋다는 해풍 맞은 통영 쑥이 듬뿍 올라간 도다리쑥국-

눈으로 한 번향으로 또 한 번 즐기는 완벽한 통영 봄 바다 한 상입니다.

이가령 씨도 입에 잘 맞는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더군요.

입 안 가득 통영의 봄이 피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수 중에선 메밀국수를 제일 좋아하는 제가 오래전 즐겨 찾았던 식당이 있습니다.

60년 전통의 메밀국숫집인데요.

맛은 변하지 않았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오래전에 왔던 손님을 알아봐 주는 인상 좋은 주인장을 보니 여전하구나 싶더군요.

아주 적당한 찰기의 메밀면을 은은한 단맛의 풍미가 좋은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예전 그대로의 맛입니다.

메밀국수를 좋아해 간장소스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이가령 씨는

순식간에 한판을 비워내더군요.

이 집에서는 처음 맛보는 비빔메밀은 은근히 매콤한 양념장이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5시간 동안 고추장을 달인 것이 비법이라는데,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인상적인 맛입니다.

 

덕수궁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집은 허투루 보면 지나치기에 십상인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어떻게 아직 이런 집이 남아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한옥인데요.

멋진 백발의 주인장이 맞아주더군요.

이북음식을 내는 이 집은 익숙한 듯 낯선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북 출신의 주인장이 어릴 때 추운 겨울밤을 지새우며 먹었다던 김치말이밥은

그 맛이 시원하고도 깔끔해 연신 들이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두를 빚다 만두피가 떨어지면 속만 동그랗게 굴려 삶아낸다는 굴림만두는

간이 슴슴하면서도 촉촉해 만두를 즐겨하지 않는 제게도 참 맛이 좋더군요.

평안도식 고기전은 소고기 육전과 달리 돼지고기 삼겹살로 부친답니다.

제사를 지내고 남은 돼지고기로 전을 부쳐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데요.

제 입맛엔 조금 기름지더군요.

이북에서 온 어르신의 고향 밥상을 맛 본 것 같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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