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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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회 새해에도 든든하고 맛있소! 포항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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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관리자 조회수 2538

<새해에도 든든하고 맛있소! 포항 밥상>


1월 1일. 해돋이 하면 생각나는 도시, 바로 ‘경북 포항’입니다.
43세 최장기 축구선수로 은퇴한 이동국 씨와 함께,
새해에도 든든하고 맛있는 포항의 맛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포항의 죽도시장은 동해안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입니다.
이동국 씨가 어린 시절에는 발이 아파서 오기 싫었다니, 그 규모가 짐작이 되죠?
해산물부터, 곡물, 젓갈, 수제비 골목까지- 정말 없는 게 없더군요.
이 죽도시장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식당이 있다 해서 찾아갔는데,
정말 어찌나 바쁘던지. 몰려 들어오는 손님부터~ 배달까지 쉼이 없더군요.


5,500원에 오봉째로 나오는 한 상.
구수한 된장찌개에, 배추무침, 겉절이, 갓 무쳐낸 콩나물까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밥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식탁 위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고추장과 참기름만 있으면
밥 한 공기 쓱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니죠.
주인장이 새벽 2시부터 나와 준비한다는 밥상은
5,500원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맛입니다. 
시장 상인들이 30년 동안 애정한 맛, 그야말로 포항 어머니의 맛입니다.


포항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죠 바로 물회입니다.
‘포항 물회’로도 불릴 만큼 포항의 대표 음식인데요.
이동국 씨도 어지간히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물회 하면 다양한 지역의 물회가 유명한데,
제주도의 된장물회, 강원도의 오징어 물회 등이 유명합니다.
과연 포항 물회는 어떨지 궁금하던 차, 마주한 ‘포항물회’
우럭횟감에, 얇게 채를 썬 배와 오이, 그리고 고추장 한 수저-
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물 없는 물회’
알고 보니 고추장에 비벼 먹다 자기 입맛대로 물을 부어 먹는 형태더군요.
배가 단맛을 더해주고 고추장으로 칼칼한 맛을 더해 먹으니,
옛 선원들이 배 위에서 맛있게 허기를 달랬을 그 맛이 느껴집니다.
제대로 된 포항의 전통 물회를 맛봤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
포항의 밤을 환하게 밝히는 식당이 있다 해서 찾아갔죠.
주물럭 하나로 포항의 주당들의 사랑을 받는 집이라는데,
이동국 씨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집이라더군요.
고추장, 마늘, 고춧가루로만 양념을 한 주물럭을 돌판에 구워 나오는데
정말 술안주로는 딱. 게다가 마지막엔 손님이 직접 밥을 볶아 먹는데,
이 맛을 위해 주물럭을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습니다.
석쇠로 구워내는 소고기와 오징어불고기도 한 몫을 단단히 하죠.
앞으로도 포항의 밤을 환하게 밝히는 식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포항 구룡포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하나 있죠.
바로 ‘모리국수’입니다. 모두 다 넣어, 혹은 일본어 모리 등의
다양한 어원을 추측하게 하는 모리국수는
포항 구룡포 어민들이 사랑하던 토속음식입니다.
아귀내장으로 육수를 내고, 아귀살을 듬뿍 넣어 끓여내는데-
여기에 90년 전통의 간간한 면을 넣어 끓입니다.
소금은 따로 넣지 않고, 면의 간만으로 ‘간’을 한다더군요.
그 맛은 얼큰하면서도 면의 간기가 느껴지는 맛입니다.
씹히는 맛은 아귀살로 톡톡히 내고, 후루룩 먹는 모리 국수.
옛 구룡포 어민들이 남는 생선을 이것저것 넣어 끓여
국수를 먹던 것이 그 시초라는데- 50여 년을 이어온 이유를 알겠더군요.
가끔 생각날 것 같은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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