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81회 맛의 선을 넘다! 파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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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1관리자 조회수 3109

<맛의 선을 넘다! 파주 밥상>



서울에서 한 시간, 파주는 참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아마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헤이리마을, 평화누리공원, 마장호수 등 아름다운 나들이 장소로도 썩 괜찮은 동네입니다.
이번 파주 밥상은 장미 하면 떠오르는 그분, 가수 민해경 씨와 함께했습니다.


파주 임진강에 제가 아주 잘 아는 동생이 어업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만화 <식객>을 그릴 때 도움을 많이 줬던 친구입니다.
겨울에는 임진강 참게가 제맛이라 하여, 발걸음을 해보았습니다.
임진강 참게는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던 최상품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산란기를 맞아 알이 아주 꽉 들어차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참게가 잠시 몸을 담았던 매운탕 국물 역시 시원하기 그지없더군요.
앞으로는 찬 바람이 불면 무엇보다 이 참게가 생각나지 않을까 합니다.



파주의 문산은 미군기지 때문에 ‘한국의 뉴욕’이라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곳입니다.
그곳에 3대째 운영 중인 반세기가 넘은 중식당이 있다고 해서
민해경 씨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요즘은 생소한 메뉴인 유니짜장과 고기튀김을 아주 잘한다더군요.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잘게 다져 식감이 아주 부드러운 유니짜장,
그리고 청양고추로 맛을 낸 짬뽕 역시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 입맛을 사로잡은 건 고기튀김이었습니다.
탕수육과 다르게 고기에 밑간을 해서 튀겨 간간함과 쫄깃함이 남다르더군요.
돼지고기를 싫어한다는 민해경 씨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파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단콩인데요.
임진강 너머에 있는 ‘장단면’이라는 마을에서만 나는 콩이라고 합니다.
장단콩으로 아주 맛깔난 음식을 하는 집이 심학산 아래에 있는데요.
충청도에서 청국장을 이르는 ‘퉁퉁장’을 파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 퉁퉁장은 청국장이 아니더군요.
된장에 삶은 콩과 보리를 더해 숙성시킨 이곳만의 퉁퉁장은
아주 구수하면서 깊은 맛이 인상 깊었습니다.
갖은 나물과 콩을 갈아 만든 비지찌개를 더해 비벼 먹었더니 천국이 따로 없더군요.
민해경 씨도 노래하게 만든 멋진 맛이었습니다.



미군기지의 고도 제한으로 야트막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용한 파주읍.
간판도 없는 47년 된 돼지갈빗집이 골목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특이하게 돼지갈비와 오징어초무침을 같이 파는데,
단골들의 성화로 두 메뉴만 남아있게 되었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이곳은 고기를 주인장이 직접 구워서 내어주는 곳인데요.
불이 센 자리와 약한 자리를 골라가며 하나하나 굽는 정성에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막걸리 식초에 주무른 오징어초무침을 갈비와 곁들이니,
새콤하고 아삭한 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갈비맛을 잘 잡아주더군요.
4대째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있다고 하던데, 가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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