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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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회 초겨울 남도의 맛! 고흥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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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관리자 조회수 3153

<80회 초겨울 남도의 맛! 고흥 밥상>


찬 바람이 불어오면, 바다는 더욱 풍요로워지죠.

삼면이 바다인 전남 고흥의 밥상은 어떨까요?

전남 고흥의 밥상을 한번 맛보겠습니다.


여자만 바로 앞에 있는 식당-

과거 낙지 조업을 하던 부부가 함께 차린 식당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낙지탕탕이 비빔밥'이라는 생소한 메뉴가 있습니다.

탕탕이는 자주 먹었지만 탕탕이를 밥과 함께 비벼 먹은 적은 없었죠.

과연 어떤 메뉴가 나올까 기대가 되던 찰나,

낙지를 좃아버린 흡사 죽 같은 탕탕이에 다양한 채소와 솥 밥이 나옵니다.

밥과 낙지탕탕이, 여기에 간장양념을 비벼 먹는다던데

낙지가 밥과 어우러져 아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씹는 맛을 더해주는 아삭한 채소까지 있으니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여자만의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한 낍니다.




고흥에서 반세기를 이어왔다는 갈비탕집.

광주, 보성, 순천에서 이 집 갈비탕을 먹으러 온다니

그 맛이야 이미 뭐 증명이 된 집이겠죠.

그런데- 맛도 맛인데 갈비탕에 반전이 있더군요.

보통 갈비탕 하면 맑은 국물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고춧가루를 풀어 빨간 갈비탕이 나옵니다.

50년 전, 고흥에 큰 우시장이 있을 적 갈비탕을 육개장처럼

만들어볼 수 없을까 해서 만들게 됐다는 갈비탕.

신안 천일염에 청양 고춧가루, 여기에 무 가루를 더해 양념하더군요.

시원한 갈비탕 국물에 매콤한 맛까지 더해진 맛입니다.

53년 붉은 뚝심. 고흥 갈비탕이 화끈합니다.



모든 삼치는 '나로도'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치로 유명한 동네가 고흥 나로도죠.

지금이 삼치 제철인데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이름이 잔뜩 들어 아주 맛있을 땝니다.

나로도 수협에서 직접 경매인으로 활동하는

주인장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기에 찾아갔죠.

숙성 삼치회 한 접시에, 내친김에 노랑가오리회까지 주문.

찬부터 먼저 깔리는데, 이 집 손맛이 좋더군요.

묵은지부터 고들빼기까지 함께 내온 찬도 그럴듯합니다.

거기다 산지에서밨에 먹을 수 없는

노랑가오리 애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맛.

찬 바람 불 때면 생각날 것 같은 한 상입니다.




고흥의 한적한 동네.

지나는 이도, 차도 뜸한데- 식당만 유독 바쁩니다.

들어가 보니 그 흔한 메뉴판 하나 없습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8천 원, 1만 원, 1만 5천 원, 2만 원, 3만 원

5천 원 단위로 백반 상이 있다더군요.

서울에서 왔으니 8천 원은 아쉽고, 1만 원 한 상 시키니-

보기만 해도 놀라운 한 상이 차려집니다.

이름도 생소한 피굴, 낙지 팥죽, 고흥식 풋고추 열무김치 등...

보기만 해도 군침 나는 남도 한 상.

게다가 주인장 손맛은 어찌나 좋은지- 아쉬운 찬이 없달까요?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다는 주인장.

곡성에서 시집와 시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웠다는데

고흥 사람들을 홀리고도 남았을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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