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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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회 원초적인 자연의 맛, 맛의 원석 철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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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관리자 조회수 2559

<원초적인 자연의 맛, 맛의 원석 철원 밥상>



벌써 일흔여섯 번째 여정.

이번에는 거친 자연의 맛이 살아있는,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함께 할 객은, 요즘 주부들에게 인기 있다는 배우 고세원 씨.

과연 어떤 철원 밥상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던 차,

패기 넘치는 동네에, 철원 사람들이 애정하는 백반집이 있다는 소식에 그쪽으로 향했지요.


36년이 넘은 해물된장찌개 집.

반찬은 딱 다섯 가지- 어묵조림, 직접 구운 김, 오이무침, 배추김치, 생선구이.

소박하다면 소박한 찬인데 어느 하나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김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방법 그대로.

들기름에 잰 뒤, 프라이팬에서 쓱쓱 구워내던 그 맛입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직접 잰 김만 있어도 황송한데,

메인은 각종 해물이 잔뜩 들어간 해물 된장찌개더군요.

그야말로 밥을 부르는 한 상이랄까요.

이 맛을 못 잊어서 제대하고도 찾아오는 군인들이 있다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더군요.

철원 군인들의 엄마 밥상, 백반 한 상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찾아간 집은 철원에서 유명하다는 메밀 막국수집.

전국 각지의 유명한 막국수는 다 섭렵 중인데, 이번에는 또 어떤 맛일까 기대가 됩니다.

식당을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것은-

메밀을 일고 있는 할머니들.

알고 보니 이 집, 메밀을 직접 농사지어 가루를 빻아 사용한다더군요.

그 고소한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먹기 전부터 식욕을 자극합니다.

군침을 넘기고 있을 때 도착한 막국수 한 사발.

거뭇거뭇한 면에 잔뜩 올려진 양념장.

한 입 맛보니 메밀향이 입안에 가득

제 입맛에는 양념장이 조금 방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메밀 면이 좋았달까요?

나중엔 결국 면만 요청해서 맛을 따로 봤죠.

다 먹고 나서도 고소한 메밀향이 입에 남는, 막국수 집이었습니다.


 

과거 한국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던 철원.

그래서인지 이북이 고향인 할머니 할아버지의 맛을 이어오고 있는 집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인 만두 전골집. 할머니가 하시던 만두 방법 그대로 빚어낸다는데

옥수숫가루로 반죽한 만두피에 김치만두소를 넣은 만두더군요.

뭔가 고소하고 부드럽다 했더니 안에 채 썬 물을 쪄서 넣었답니다.

이게 옛 방식 그대로라는데, 꽤나 입맛에 맞더군요.

게다가 마지막에 채소 죽까지 더하고 나니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부활한 맛도 있더군요.

갓냉이라고 이름도 생소한 냉이!

이걸로 동치미를 담가 국수를 먹는 집이 있다는데 호기심이 일어 가봤죠.

분홍 국물에 갓냉이가 올려져 있는데 갓과는 다른 매콤한 맛.

깔끔한 국물 맛이 정말 고급스러운 동치미를 맛보는 느낌.

게다가 한우 버섯전골과 함께 나오는데 그 궁합이 딱 맞더군요!

왜 이런 음식을 이제 만났는지... 한번쯤은 꼭 맛봐야 하는 그런 맛입니다.

투박하지만 철원스러운, 철원 밥상.

숨은 맛의 원석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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