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50회 새로운 맛이 몰려온다~ 송파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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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관리자 조회수 4610

<새로운 맛이 몰려온다~ 송파 밥상>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이다.

여름이 턱 밑까지 쫓아온 기분이다.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 생각나는데

그러고 보니 서울에도 나무와 관련된 지역이 있었지.

언덕 위에 소나무가 많아 이름 지어졌다는 송파 말이다.

젊을 적만 해도 송파가 그리 잘 사는 동네는 아니었다

그래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 마천거여 쪽으로 작업실을 구해 일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송파는 강남 부촌에 들 정도니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부촌으로 거듭나기까지 음식도 변화를 많이 거쳤을 터

오늘은 이 자리에서 굳건히 버텨내기 위해 최고의 조합을 찾아낸 

파의 밥상을 맛보러 가야겠다.


송파의 진미는 골목 속에 숨어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첫 시작은 석촌 번화가 뒤편 주택가 골목에서 시작한다.

1인분에 11,000처음 들어서는 점심값으로는 

비싼 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집은 

송파에서도 가성비로 소문난 집이다

이 가격에 간장게장에 조기찌개까지 내어주기 때문.

가격도 놀랍지만 두 비린 것을 조합해놨다는 것도 놀라워 

처음 이야기를 들어서는 호기심이 일었다.


먹어보니 간장게장은 짜지 않게조기찌개는 칼칼하게 끓였더라

그래서 두 가질 같이 먹는데도 비리지 않았다

둘 다 채소 육수를 내서 만들었다는데 

이 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격에 음식을 내기 위해서 가을 수게를 사서 

1년 내 저장하고 쓴다는데 주인장이 나이는 젊지만

장사 수완은 좀 되는 듯했다

그러니 점심시간이면 빈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거겠지.

다만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해 밥 동무와 함께 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잠실 30년 터줏대감이자 인근에선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치 삼겹살집

놓인 모양새가 꽤 예뻐 꽃 삼겹살로 불리고 있는데 묵은지로 맛을 냈다.

고기의 고소함김치의 시큼함채소의 맛 등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다 넣었더라

사장님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지만 이 정도로 입맛을 저격했다면 

이거야말로 욕망 삼겹살이 아닌가.

물론 김치를 담글 때 깔끔한 묵은지용으로 절인 배추에 

딱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만 썼다지만 

그 역시도 맛을 위한 욕심이 아닌가 싶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좋아할 맛이라 

송창의 씨는 이 맛에 푹 빠졌는데 

나는 조금 더 기름진 고기가 당겼다

주인장 말론 젊은 층은 김치 삼겹살

좀 더 나이가 있는 연배에서는 두루치기를 선호한다고 하니 

혹시 방송 보고 찾아가실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다음은 송파 안에 목포로 불리는 곳.

연예계에서 미식가로 불리는 가수 남진 씨의 20년 단골집이다.

민어와 병어가 유명한 집이라는데 아직 민어 시즌이 아니니

막 살이 오른 병어와 목포 하면 떠오르는 낙지를 맛봤다.

다 떠나서 이 집 낙지와 병어가 물이 상당히 좋았는데 

바로 옆 가락시장이 아니라 목포에서 바로 공수받아서 쓰기 때문에 그렇단다

전라도에서 깡다리라 부르는 황석어도 

5월 한 달간 구매해 신안군에 있는 지도에 

창고를 지어 보관해 놓고 쓰는데 이것만 봐도 깐깐한 주인장 성정을 알만했다.


날이 저물어 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방이동 먹자골목

전에는 이 근방에 연재하던 잡지사가 있어서 자주 다녔는데 

오랜만에 오니 식당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많이 번화했더라

이제는 송파의 랜드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무튼 이 먹자골목을 샅샅이 뒤져 찾은 집은 26년 된 감자탕집

인근에 대기업 직원들도 회식장소로 찾는다는 곳이다.


이 집에서 우리가 맛본 음식은 비지 감자탕.

등뼈 감자탕에 비지를 얹은 거다

사실 이 두 가지가 과연 잘 어울릴까 걱정이 많았다

텁텁하진 않을지느끼하지는 않을지-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국물이 깔끔하고 구수하더라

비지 때문인지 고기의 잡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근래 단골로 삼을 감자탕집을 찾고 있었는데 

이 집이라면 후보에 올려놔도 좋을 만큼 맛이 꽤 만족스러웠다

감자탕 안에 든 김치는 싸가고 싶을 정도.

다만 이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국물이 조금 졸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잡아서 다른 손님들도 잘 잡길 바란다.

만약 담백한 맛보다는 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이 집 닭볶음탕도 달지 않고 괜찮으니 고려하시길.


마지막은 예전 내 작업실 근처 동네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영업한 지 8년 됐다고 하니 뒤늦게 송파에 입성한 편이긴 하는데 

코로나 사태 전엔 줄 서서 기다려야 맛봤을 정도라니 

꽤 성업 중인 집인 건 확실하다.


주메뉴는 오돌갈비삼겹살과 갈비 사이 부분을 잘라 

다져서 내는 게 오돌갈비인데 생전 처음 보는 부위에다 

오도독뼈를 선호하지 않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고기에 이렇게 반할 줄이야

닭고기와 막창그 중간의 신기한 식감도 훌륭하고 연탄불에 구워 맛도 좋다.

고기는 판 채 받아와 주인장이 직접 손질하는데 

저 작은 체구에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대단하단 생각밖에

그래서 낮엔 계속 고기를 손질하기 때문에 

저녁만 영업한다는데 고기처럼 쉬운 게 없다는 편견을 또 한 번 깨는 집이었다.

이 집 걱정이 되는 부분 하나는 

촬영 당시 송창의 씨와 이야기하느라 

고기를 주인장이 구워줬는데 손님들이 

이를 보고 똑같이 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것

워낙에 바쁜 집이니 고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송파는 이웃 동네라 사실 음식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숨은 맛이 많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조만간 작업하다 마실 삼아 다시 걸어 돌아다녀 봐야겠다.


참고로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모시고 가면 좋을 식당 

하나 더 선물로 넣어놨으니 이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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