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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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진또배기'처럼 우뚝! 강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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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3관리자 조회수 4233

<'진또배기'처럼 우뚝! 강릉의 맛>


완연한 봄입니다.

이번 백반기행의 목적지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강릉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손님 또한 눈이 부시게 아름답더군요.

배우 김정화 씨입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가족들과 강릉을 찾는다는데

어린 자녀들이 있다 보니 좋아하는 해산물을 맛보기 힘들었다고 하네요.

이번 백반기행으로 김정화 씨의 원풀이가 되길 바라봅니다.


강릉에는 어떤 맛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니

장을 활용한 음식들이 꽤 되더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동해 쪽은 소금이 귀하다 보니

음식의 간을 장으로 맞추던 게 강릉 고유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화 씨와 처음 찾은 집도 강릉의 진한 장맛을 볼 수 있는 장칼국수 집입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라는데 평일 점심시간 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사실 이 집에 가기 전부터 고민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고추장 푼 국물 특유의 텁텁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과연 장칼국수가 입에 맞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걱정은 장칼국수를 맛본 후에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제 선입견을 깨주는 반전의 맛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문득 생각나면 달려오겠습니다.


이번에 찾은 집도 매콤한 장맛을 볼 수 있는 집입니다.

자연산 토종 홍합섭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곳입니다.

옛날에는 흔하디흔한 해산물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귀한 몸 됐다는데,

해녀인 친정어머니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네요.

섭국과 섭미역국은 두말할 것 없이 맛이 좋습니다.

왜 지금껏 강릉에 가면 물메기탕심퉁이탕만 먹었는지... 참 후회스럽더군요.

이 집은 밑반찬 또한 괜찮습니다.

직접 담근 가자미식해도 푹 삭은 것이 괜찮고,

10시간 동안 조린 꽁치 간장조림도 별미입니다.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이 집이 꽤 그리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헌화로.

이곳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낮에만 문 여는 해물 포장마차가 있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사실 이 집은 가자미 회무침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몇몇 단골손님들의 말에 의하면

봄철 문어가 맛이 좋으니 문어 무침을 꼭 먹어보라고 하더군요.

주인장 동생이 문어를 직접 잡아 가져다 준다는데

이 좋은 문어를 가지고 무침을 만든다니...

마침 문어가 들어와 있어서 숙회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역시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아도 문어 그 자체만으로도 맛이 훌륭합니다.

강릉에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곳은 가자미든 문어든 회무침을 먹으면

회덮밥처럼 비벼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니 이것 또한 별미로 괜찮을 듯합니다.



강릉 중앙시장 뒷골목에 연탄구이집을 찾았습니다.

가게 분위기는 마치 대폿집을 연상케 하더군요.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집입니다.

때문에나오는 찬은 주인장이 직접 담근 김장 김치쌈 채소,

막장굵은 천일염이 전부입니다참 단출하죠?

주인장이 식육점을 운영했었다고 하더니

갈매기살을 비롯해 모든 고기 질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곳은 단골 위주로 장사하는 집입니다.

기분파 주인장이 단골들에게 베푸는 인심이 아주 후합니다.

질 좋은 갈매기살을 드시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겠으나

깔끔한 위생과 친절을 우선시하는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곳만의 정겨운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단골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듯합니다.


동해의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주문진이 고향인 60대 여자 주인장 혼자서 운영하는 곳인데

메뉴판에 없는 메뉴들이 더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주인장이 직접 장을 보기 때문에

먹고 싶은 제철 해산물이 있다면 전날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는군요.

이곳은 메인 요리 하나를 시키면 기본적으로 나오는 찬들이 매우 훌륭합니다.

때에 따라 나오는 찬들이 달라지지만

바닷가에 사셨던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토속 반찬들이 꽤 많습니다.

이곳은 특히나 생선조림이 괜찮더군요.

따로 육수를 빼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맹물에 싱싱한 해산물감자기본적인 양념

거기에 계절에 따라 쑥 또는 미나리를 넣어주는 게 끝인데

국물 맛이 끝내주더군요주인장 손맛이 좋습니다.

예약 없이 방문한다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라고 하니

미리 예약 후 찾는 게 좋을 듯합니다.


주문진에서 소문난 소머리국밥집을 찾았습니다.

골목 안쪽에 자그마하게 자리하고 있어 찾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국밥이야말로 진짜 패스트푸드 아닐까요앉자마자 금방 나옵니다.

국물 한 술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정말 진국이더군요.

게다가 국밥집 치고 나오는 반찬도 훌륭합니다.

주인장이 직접 삭힌 고추절임이 국밥과 꽤 잘 어울립니다.

새벽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열어 점심시간이 지나면 나면 문을 닫는다고 하니

강릉에 가면 제일 먼저 들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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