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46회 강바람에 실려 온 맛! 양평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20.04.10관리자 조회수 4510

<강바람에 실려 온 맛! 양평 밥상>


세상은 어지러워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어느덧 봄의 한 가운데에 왔다.

흩날리는 벚꽃만큼 코끝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분다.

이맘때면 나이든 이나 젊은이나 다 똑같은 마음이 들기 마련.

일단 밖으로 나가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 물 좋은 양평으로!


예술 같은 양평에서 만난 이는

목소리도 예술, 얼굴도 예술, 글도 예술인 배우 장현성 씨.

대중들은 모르는 작품들까지 줄줄이 꿸 정도로 내 오랜 팬이라는데,

괜히 이참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사뭇 든다.

그래도 팬을 만나는 일은 늘 설레는 법.

이 친구가 실망스럽지 않게 공들여 찾은 양평의 참 맛을 보여줘야지


양평의 맛집은 한데 몰려있지 않고 곳곳에 숨어있어 보물찾기란 말이 있다.

양평에서 처음으로 찾은 보물은 강원도 경계에 숨어있는 60년 된 백반집.

사실 반찬이 특이하거나 메뉴가 딱 정해져있는 그런 식당은 아니다.

단돈 6,000원에 10~13가지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인심 푸짐한 집이랄까-

그래서 방송을 보고 간 사람들이 나와 다른 반찬을 받았을 때

다르다며 주인장을 타박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반찬 하나하나가 질이 꽤 좋으니

일흔 된 주인장의 마음에 생채기 나는 일이 없을 거라 믿어본다




이번엔 물 맑은 양평의 물맛을 보러 한적한 동네의 오래된 가옥을 찾았다.

무려 100년이나 된 가옥이라는데 기둥은 그대로 쓰고 중간중간 보수한 흔적이 있더라.

이집에서 30년 간 판매한 음식은 참게탕인데

남한강에서 어부들이 잡을 때만 맛볼 수 있다고 해

아마 이 참게탕을 맛보고 싶으면 주인장에게 수시로 연락을 넣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제작진도 답사 전에 이 집 참게탕 먹으려고 나흘을 연락했다지.

귀하디귀한 참게, 얼굴 뵙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집 참게장도 추천하는데 짭쪼름하니 맛이 괜찮았다.

살이 달달해선지 참게는 장으로 담가먹어도 그 맛이 훌륭한 편. 한 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다음은 자타공인 양평 라이더들의 성지로 불리는 회령식 만둣국집.

회령에서 내려온 시어머니에게 배웠다는데

소에 당면이나 호박고지가 없어 촉촉하고

이북식 만두치고는 크기도 적당해 오랜만에 괜찮은 만두를 만난 것 같았다.

만둣국 국물도 양지를 삶아서 냈는데 은근히 단맛이 올라오는 건 배의 영향.

육수에 배, 양파, 파를 넣어 맛을 가미했다고 한다.

주인장은 후추를 치고 먹으라는데

나는 은근히 후추 맛이 느껴지는 게 굳이 넣지 않고 먹어도 괜찮더라.

물김치도 양념은 적게 사용해 시원하게 만든 게 압권이었는데

충청도 며느리의 영향을 받았달까?

남한, 북한의 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꽤나 좋은 작품이 탄생했다.




양평을 가장 잘 보여준 집은 숯불구이 삼겹살 집.

나물 포함 반찬까지 25가지에서 28가지 정도 나오는데

그날그날 가짓수가 달라질 수 있어도 나물과 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도 1인분에 15000원이니 양평의 인심이 이 한 상에 다 나온달까?

20가지 가까이 되는 나물은 각각 맛이 다른데

비슷한 나물류끼리 묶어서 양념을 다르게 했단다.

취나물이나 미나리 등 파란 나물은 멸치액젓과 들기름을 사용해 맛을 살리고

고사리, 시래기, 다래순 등 묵나물은 간장과 멸치액젓,

방풍나물, 돗나물, 깻잎 같은 나물에는 직접 담근 효소를 사용해 무쳤다고 하니

주인장이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을지 느껴진다.

30분 저온에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삼겹살도 훌륭하지만

이집 나물은 싸가고 싶을 만큼 훌륭하다.

남기고 온 게 두고두고 꿈에 나올 듯-




우리 동네로 스카웃하고 싶은 가맥집도 있는데

이집 주인장, 식당을 차려도 될 만큼 실력이 괜찮다.

국수도 딱 4분만 삶고, 노가리찜도 딱 20분 찌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

이런 동네 가맥집에 이렇게 정확하게 조리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웠는데

이 주인장 성정이 원래 그렇단다.

그래서 주산도 그 연세에 4급이나 딸 정도라고.

또 하나, 이 주인장이 마음에 든 점은 나름 청결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

오래된 건물이라 겉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는 지저분하지만

나름 화장실도 신발 갈아 신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청결하니

이런 노포 싫어하는 분들도 한 번 가 봐도 좋을 듯하다


양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버섯전골 집.

주인장이 가을 한 달 간 산에서 캐왔다는 능이버섯부터 직접 재배한 버섯들을 넣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 이 분위기를 어이할꼬.

단골도 여럿이고 주말이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붐비는 집이라지만

청결을 따지는 이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분위기다.

그런 분들은 바로 옆에 분관, 동관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셔도 좋을 듯!

장사가 잘 되다 보니 사장님이 나름 신경을 쓴 것 같다.

처음엔 낯선 맛이나 돌아서면 기억나는 강력한 맛이니 그도 참고하시길!


~ 양평! 봄이라서 더욱 풍요로운 이곳에 살고 싶다.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