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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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회 맛있는 클라스! 이태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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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관리자 조회수 3335

<맛있는 클라스! 이태원 밥상>


오늘은 5년 만에 발길을 디딘 곳-

멋과 자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태원을 찾았다

외국 간판, 6XL까지 나오는 큰집들이 늘어선 것을 보자마자 이태원임을 실감케 한다.


화려한 거리에 시선이 뺏기던 찰나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태원 밥상을 함께 할 탤런트 왕빛나씨다

글로벌한 맛집들 가운데 보물처럼 숨어있을 한식의 맛을 찾아왔다는데-

오늘의 미션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한 터!


이태원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외국 간판들 사이 조그만 한국 간판이 눈에 띈다

알고 보니 27년째 자리를 지켜온 정육식당이라는데, 처음에는 기사식당이었단다

이 집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돼지불백이 단골들 사이에선 인기메뉴라는데

흔히 구워져서 나오는 돼지 불고기와 달리 불판을 내어준다

마치 삼겹살을 즐기듯 콩나물과 김치를 올려 먹는 재미도 있다

내 맘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달지 않아유~”라고 말해주는

충청도 출신 주인장의 손맛이 제법이다

기분 좋게 올라오는 은근한 단맛에 빠져들 때 즈음 시금치 굴 된장국의 등장

굴의 시원함과 시금치의 단맛이 이 밥상의 화룡정점-

국과 반찬을 책임지고 있다는 시누와 돼지 불고기 양념만큼은 자기의 손맛이

들어가야 한다는 올케- 시누올케의 손맛이 합쳐진 맛있는 케미에 젓가락이 자꾸만 간다




번화한 거리에서 한걸음 안쪽, 딱 봐도 내공을 자랑하는 오랜 가게가 눈에 띈다

오랜 연탄과 곰솥, 분위기부터 이미 맛집이다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우러나는 냄새-

연탄난로에서 이틀을 꼬박 끓였다는 사태 국물로 육개장을 끓여낸단다

메뉴판의 돼지껍데기로 눈길이 꽂혔던 왕빛나씨도 육개장 이라는 말에 단번에 주문!

한 뚝배기 빈틈없이 나온 육개장,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파가 보이질 않는다

강원도에서는 대파가 뭉근해지도록 오래도록 끓여낸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국물은 뻘건 게 매워보여도 나름 순한 편이다

여기에 단출한 양념의 강원도식 김치 얹어 한 입-

실패 할 수 없는 이 조합에 왕빛나 씨의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그러더니 남은 밥은 모두 육개장 속으로 투하

맛있는 백반집 찾기 오늘의 미션 절반은 벌써 성공한 셈인가? 하하


이태원의 길을 쭉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느 새 경리단길과 해방촌의 갈림길 사이-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고민하던 중, 코끝을 찌르는 냄새!

작은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냄새를 따라가니 참 오랜만에 만나는 바비큐 치킨이 보인다

38년 째 참숯에 생닭을 바비큐 구이를 한다는 이 집,

언제 닭고기를 멀리했냐는 듯 구미가 당긴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반반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거참-

나름 아재 입맛이라는 왕빛나 씨와 좋아하는 부위가 겹친다

뼈가 많은 부위야 말로 쫀득한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신조가 이리 같을 줄이야!

오늘의 손님을 위해 한 점 먼저 양보할 수밖에 하하

소금구이는 참숯의 향이 은근히 베인 것이 기름이 빠져 쉽게 물리는 맛이 아니다

하지만 이 집의 진짜배기는 양념구이

미군부대에서 나온 바비큐 치킨을 우리 입맛에 맞춰 양념을 바꿨다는 주인장-

매콤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은은하게 퍼지는

지극히 한국적인 양념의 맛이 내 입맛에 딱이다

왕빛나 씨도 촬영이 끝나도록 치킨을 손에서 놓지 않는 걸 보니 나와 같은 마음인 듯 하다

미군 부대의 로스트 치킨을 뛰어넘은 바비큐 치킨-

이 맛있는 청출어람이야말로 가장 이태원다운 맛이 아닐까?


발길을 옮긴 다음 행선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용산 해방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가성비와 맛으로 인기를 끈다는 집을 향했는데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는 강렬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주문한 메뉴는 알탕과 알찜

주인장이 내어준 알탕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양을 자랑한다

가성비로는 일등, 흔히 먹어온 알탕과는 달리 알이 작아 부드러운 식감도 제법-

콩나물이 시원하게 우러난 국물도 한 모금에 이 집 클라스가 단박에 느껴진다.

알고 보니 탕에만 들어가는 새우가 무려 3종류,

육수엔 흑새우를, 양념장엔 건새우를, 그리고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맛을 낸단다

배가 불러올 때즈음 후속주자 알찜의 등장

먹음직스런 빨간 비주얼을 보니 배부르다 해도 이걸 어찌 참으리오!

얄팍한 단맛에 적당히 매콤한 양념의 맛이 사람을 꼬시는 맛이다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왕빛나 씨는 여기에 알과 곤이를 터트려 내준 볶음밥까지 뚝딱!

가성비에 맛까지 탄탄한 밥상을 만나니 이곳으로 이사가 오고 싶어졌다

참으로 탐나는 밥상이다




소화도 시킬겸 이태원을 쭉 걷던 중 옆동네에 유명 가수인 지드래곤이라는 친구가

자주 찾았다는 유명한 집이 있다길래 발걸음을 옮겼다

주문 시 20분 이상 소요된다는 수육이 눈길을 끄는데

이 집 범상치 않다. 대뜸 도마부터 들이미는데 손님이 직접 썰어먹어야 한단다

뭔가 있어 보인다 싶었는데 수육은 맹물과 달랑 삼겹살만 들어간단다

노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주인장의 호언장담!

그 흔한 된장도 넣지 않는다니. 보초 서듯 꼼짝 않고 지켜보고 앉아있는 수밖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일명 맹물 수육’, 부드럽게 썰리는 질감도 탱글하니

일단 첫 관문은 통과- 정말 노린내가 안 날까 싶은 마음에 맛을 봤는데

웬걸 정말 노린내가 안 난다. 튀는 맛없이 덤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설명할 길이 없는 이 맛, 주인장은 고기가 좋다는 말로 답을 한다

이 미스터리를 풀어줄 명탐정 어디 없을는지... 이 궁금증으로 밤을 샐듯하다-


낮보다 화려한 이태원의 밤이 찾아왔다

마지막 끼니를 뭘로 할까 고민하던 차에 왕빛나 씨가 수소문 해온 집이 있단다

이태원에서 무려 51년간 자리를 지켜온 집이라는데 주 메뉴는 존슨탕

쉽게 말하자면 이태원식 부대찌개인데 넓적한 치즈가 떡하니 올라갔다

그런데 냄새는 예상 밖- 향긋한 파 냄새와 구수한 냄새가 난달까?

소세지탕이라고 해도 될 만큼 소세지가 수북히 들어가 있어 건져먹는 재미도 쏠쏠-

먹다보니 말캉하게 뭔가가 씹혀 들여다보니 양배추

흔한 부대찌개에 김치가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

이 집의 1대 사장님이 독일에서 이민 생활을 할 때 김치를 구할 수가 없어

양배추를 넣는데서 시작 됐다는데 국물에 은근한 단맛이 우러나는 것이 꽤나 조합이 좋다

여기에 사골 육수 베이스로 쓴다는데, 외국 재료와 우리의 양념과 육수를 쓴 것이

한미합작으로 탄생한 이태원 스타일의 한식인 셈!

그에 맞춰 반찬은 깍두기와 세발나물, 젓갈이 나오는데-

왕빛나 씨는 깍두기를 척하니 얹어 먹으니 그 맛이 개운하다는데

내 입맛엔 세발나물이 딱-

뒤이어 이 집의 인기메뉴라는 폭찹의 등장! 마치 짜장 소스를 끼얹은 듯한 모양새인데

목살을 압력솥에 쪄서 그런지 굉장히 부드럽게 썰린다

새콤한 듯한 이국적인 소스의 맛을 보니 젊은 이태원의 맛이다

이태원이기에 가능한 조합, 맛있는 이태원 프리덤을 제대로 만끽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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