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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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회 허를 찌르는 맛! 공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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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0관리자 조회수 3744

<허를 찌르는 맛! 공주 밥상>


백반기행을 하면서 많은 지역을 둘러보지만,

이렇게 모험심이 드는 지역은 또 오랜만이죠-

과연 충남 공주의 맛은 무엇인지 오늘 한 번 제대로 탐험해봐야겠습니다.


첫 번째로 만난 공주의 맛-

메뉴판에 떡 하니 쓰여 있는 퉁퉁장이라는 이름에 호기심부터 생겼죠

알고 보니 청국장이라더군요. ~ 하고 기다리는데 그땐 몰랐죠.

퉁퉁장을 만나기까지의 인고의 시간을요.

주방에선 허튼 동작 없이 착착- 준비해 찬을 내놨는데

충청도 밥상치고는 이것저것 꽤 많아 보입니다.

채반에 담아 더욱 정갈한 기본 찬.

졸이고, 담그고, 무치고, 볶고-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찬인데

가장 눈에 띈 건 간장에 졸인 도토리묵.

쫀득쫀득한 게~ 젤리 같은 맛인데 처음 맛보는 찬입니다.

또 눈에 띈 건- 알찬 건더기로 식감을 더한 강된장까지.

알고 보니 모두 주인장이 직접 농사지은 찬거리로 만든다더군요.

그런데 뭔가 주인공인 퉁퉁장은 등장할 기미가 없더군요.

그 이후로도 20여 분! 코스처럼 찬찬히 내어주던 찬을 받다

만나게 된 퉁퉁장- 건더기가 푸짐해서 비벼 먹기 좋은데다

직접 모두 길러 했다니, 그 정성까지 푸근한 느낌.

심지어 함께 나온 조기 시래기 조림! 시래기와 생선 살이 보태지니,

달달한 게 비린내도 나지 않고 아주 좋더군요.

공주 첫 탐험치곤 아주 좋았던 첫 번째 집.

느림의 미학으로 완성 된 시래기 퉁퉁장 정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탐험이니 시장조사도 필수-

그러다 찾은 이 집은 국수 골목 안에서,

소박하게 잔치국수 한 그릇말아내는 집이더군요

주문하자마자 김치 뜨고, 국수 삶고- 주인장 모녀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특이하게도 멸치육수에 토렴해서 한 그릇 말아내는데, 간장 양념장도 없더군요.

양념 잘 섞어 국물 한 모금해보니- 술술~ 잘 넘어가더군요.

아삭한 겉절이를 더하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

알고 보니 52년 동안 한 자리에서, 국수를 말아냈다는데-

손님들은 이 집 주인장을 어머니처럼 여긴다더군요.

이 집 잔치국수 한 그릇이 위안이 되어주던, 추억을 품은 손님들로

주말마다 줄을 선다니- 그 맛을 어찌 따지겠습니까.

명물 주인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시장통 잔치국수 집이었죠




공주 최고의 명소를 거닐며 배 좀 꺼트릴 무렵, 손님도 도착-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배우 이태성 씨더군요.

학창 시절 야구를 했다는데. 그때 시합차 공주에 와본 게 다라는 이태성 씨.

사실 생각해보면 공주가 인구가 10만 정도 되는 도시인데,

그에 반면 고등학교만 10개가 넘을 정도로 학교가 많죠.

교육열이 참 강한 도시인데, 과거엔 공주로 유학 왔던 학생들도 있었다더군요.

이번에 갈 집도 하숙을 하던 집이라는데...

사실 하숙을 많이 해본 입장에서 하숙집 음식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은 아닌지라-

기대보단 궁금증이 더 컸죠.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전골을 시켰는데 찬만 25가지!

세 겹으로 갖고 나오더군요. 나르기도 버거워 보일 정도!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상차림에 전국 팔도의 찬이 다 모여있더군요.

알고 보니~ 전국에서 모여든 하숙생 입맛 따라 팔도 반찬이 모이게 됐다는 이 집.

찬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사이- 주방에선 하나둘 재료 갖춰가며 전골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이것 참- 누가 모둠 전골 아니랄까 봐

낙지에 소고기도 수북- 냉장고를 통째로 털어낼 기세입니다.

마지막으로 육수를 부어내는데, 정말 말 그대로 모둠 전골입니다.

들어간 재료들도 하나하나 제 맛을 갖추고 있는데,

갖은 재료의 맛이 우러났으니 국물 맛도 보통은 아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혀끝에 남는 익숙한 국물 맛!

전골을 지배하는 국물 맛의 정체는 사골인데, 예사 사골국은 또 아닙니다.

하숙생들의 공부 체력을 받쳐주기 위해 주인장이 고심해서 사골과

우족을 넣고 푹 고아낸 육수를 전골 국물로 쓰게 됐다더군요

숫제- 보양식입니다. 이런 하숙집이라면, 하숙할 맛 나겠습니다.

하숙생들을 어머니처럼 보듬었던, 음식-

왕년의 하숙생들에겐 어머니의 음식이었겠지요.


충청도 하면 떠오르는 음식 하나- 바로 심심한~ 그 맛- 묵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부부가 하는 집인데 묵도 심상치 않습니다.

도토리묵인지, 젤라틴인지 헷갈릴 정도로 탱글한 묵인데

의외로 입안에서는 부들부들합니다. 입 안에 맴도는 씁쓸한 맛에

부들부들한 식감까지 제 입엔 참 좋더군요

알고 보니 남편이 도토리묵이라는 한 우물만 판지, 16년째라는 이 집.

단계별로 불을 조절해가며, 절도 있는 손목 스냅으로 저어주는 게 기술인데,

손끝으로 터득한 감이 오면 잔열로 두 번째 뜸을 들인 후

4시간만 식혀 냅니다. 이렇게 아침, 저녁 두 차례 갓 만든 묵을 썰어

이번엔 온 묵밥을 만드는데, 꽃샘추위 쌀쌀한 이맘때 제격입니다

이 집 부부의 묵 요리- 근래 먹은 도토리묵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묵을 만났습니다 .


산중 음식점을 찾아 나선 길-

식당 안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순전히 주인장이 망치하나 갖고 해결한 집 같은데 말이죠-

이상하게 사람 흔적이 안 보이지 뭡니까.

그러다 발견한 하하하- 징을 쳐서 주인장을 부르니

어디선가 쓱- 하고 등장한 주인장. 이 집 참 재미있더군요.

몸에 좋은 건강한 맛을, 대중적인 취향으로 풀어냈다는

이 집 반찬도 역시, 한 상 가득-

식기 전에 전부터 집었는데 허를 찌르는 맛입니다.

녹두전병은 흔히들 빈대떡처럼 내는데 이 집은 얇아도 너무 얇지 뭔가요-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상큼한 봄동 겉절이.

이태성 씨 입맛에는 너무 신가 봅니다.

하지만 제 입맛엔 식초 맛이 아주 감칠맛이 넘치더군요.

주인장에게 식초만 요청해서 맛보니 20년산 식초를 내놓는 주인장.

솔잎으로 직접 담가 맛을 냈다는데, 역시나 싶습니다.

다음으로 등장한 메인 메뉴! ‘갈비 찌개

얼핏 보면 김치찌개 비주얼인데, 파김치와 갈비, 주꾸미가 들어갔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라 어떤 반전이 숨어있을지 기대치도 상승!

이태성 씨가 먼저 맛을 보더니 먹어본 적 없는 맛이라며 놀라더군요.

신중히 한 모금 먹어보니, 이태성 씨 말처럼 분명 다 아는 맛이 모였는데

희한하게도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새로운 맛입니다.

이 국물 맛을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봤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고-

결국 주인장 찬스!

알고 보니 생소한 국물 맛을 쥔 열쇠는 재료가 아닌 양념!

그런데, 우리네 밥상에서 양념은 다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이 많은 양념의 배합 비율이 핵심인데, 비장의 무기로 솔잎도 활약합니다.

돼지갈비 잡내를 잡는 일등 공신이죠. 마지막으로 팍- 익은 파김치가 활약하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파김치 갈비찌개의 맛 완성!

거참 분명히 맛있는 맛이긴 한데, 이것 참- 표현할 길이 없어 아쉽네요” 


공주의 이름을 허락한 맛~ 하면?

바로 허울만 그럴 싸 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알밤 음식입니다.

강렬한 색에, 메이커 옷으로 치장한 주인장이 맞아주는데,

주인장만큼이나 이 집 음식 첫인상도 강렬합니다.

한 술 크게 떠서 맛을 보는데 역시나! 이렇게 반한 덴 이유가 있지요.

달지 않게 무쳐 더욱 좋은 양념 육회. 고기도 섬세하게 다루더군요.

매일 손질해서 준비하는 우둔살은 얇게 저미듯 썰어,

주문 즉시 양념장에 살살~ 무쳐내는데-

이 대목에서 투입되는 비장의 한 수가 바로 알밤!

무엇 하나 튀지 않고, 한데 어우러진 재료들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게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더군요. 허를 찌르는 맛이 파도처럼 연달아 입안을

강타하는 알밤 육회비빔밥. 제대로입니다.

공주 음식 탐험에서 거둔 성과도 알밤처럼 알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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