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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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그 맛에 빠져든다! 서촌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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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관리자 조회수 3804

<그 맛에 빠져든다! 서촌 밥상>


오늘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서촌 동네가 주무대다.

추사 김정희, 시인 이상 등 문학 예술인들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지며

예술인의 동네로 불려왔던 곳이다.

도대체 그들은 뭘 먹었길래 그렇게 멋진 예술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걸까?

나도 오늘 그 밥상을 만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는지!

   

서촌 동네 탐방을 함께 나설 오늘의 밥 동무는 배우 도지원씨다

보자마자 뭬야~’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걸 보니

이 경복궁 동네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게스트인 것은 분명하다 하하


서촌의 손맛 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한 먹자골목을 찾았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이었다는데 광화문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단다

수많은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 사이, 나와 친하게 지내는 박찬일 셰프의 숨겨둔 맛집이

있다길래 정보를 입수해 오늘의 밥 동무와 함께 방문을 했다

제철에 따라 나오는 김치가 예술이라는 박찬일 셰프의 말처럼

1년이 지났는데도 코끝을 톡 쏘는 갓김치가 예술이다

묵은 갓김치에 대한 섭입견이 완벽히 깨지는 순간이다

여기에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가오리찜이 등장했는데-

웬걸 가오리찜을 처음 맛본다는 도지원 씨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는 가 보다

일주일 숙성을 시켰다는데 쿰쿰한 듯한 이 냄새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 맛있는 가오리찜을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다니! 이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이 집의 매력은 메뉴판에 없는 제철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단골들만 아는 사실이라 나도 박찬일 셰프를 통해 정보를 입수해서야 알았는데

주인장이 오늘은 꼬막물이 제대로 올랐다며 꼬막찜과 꼬막전을 한가득 내온다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꼬막에 주인장의 손맛 담은 달래 양념장 한 숟갈 올리니

그 맛이 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도지원 씨의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입맛에 딱 인가보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이 집의 예술은 1년 묵은 갓김치’!

이 맛을 보러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다.




서촌 동네를 걷다 보면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은 간판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길을 걷던 찰나 당신의 간은 안녕하십니까?’ 라는 간판이 눈길끈다

거참- 이거 나를 위한 말인가? 하하

일단 가게를 들어가 보는데 다들 뜨끈한 선지 해장국을 먹는다

다른 선지 해장국들과 다른 게 있나 싶었는데 반찬이 눈길을 끈다

마치 티라미수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동그란 선지의 등장.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딱!

지금껏 알아왔던 선지의 대반전이다-

주인장이 직접 피를 굳혀 만들어낸 선지라고 하는데 그 맛이 좀 더 진득하고

찰기가 있달까? 확실히 손맛이 더해져서 그런지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집의 숨은 주연은 해장국의 국물이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에 한 번 맛 들리니 어느 새 바닥이 보일지경-

알고 보니 오직 소의 으로 육수를 낸단다.

양은 손질이 어렵고 잡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일일이 깨끗이 씻어내

이렇게 시원한 육수를 낸다하니!

지금껏 알아왔던 선지 해장국의 신세계를 맛 본 기분이다



도지원 씨와 다음 목적지를 찾아 걷던 중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라는 갈비를 발견했다

큼직하게 궁서체로 쓰인 옛날 스타일의 간판이 오래된 노포임은 입증해주는 듯 하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세월의 흔적이 남겨진 난로와 가게 분위기에 비해

가게는 빛이 번쩍번쩍 날 정도로 깨끗하다

늘 여기저기 튀는 기름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고깃집이 이토록 빛나다니-

주인장의 성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게다.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도지원 씨는 오늘 본 중 가장 기대감이 한껏 올랐다

두툼한 갈비를 가져다준 주인장이 갑자기 불판 위로 냄비 뚜껑을 올린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안한 이 집만의 비법이란다

그러고선 일일이 고기를 굽고 썰어내어준다

고기의 크기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두께에 따라 일일이 잘라주어야

그 맛을 제대로 손님이 느낄 수 있단다

손님에게 최상의 갈비 맛을 보여주고 싶은 주인장의 노력은 20년이 넘도록 한결같다

갈비 한 입을 베어 무니 안에 가둬두었던 육즙이 뿜어져 나오며

은은한 양념의 향이 입 안 가득을 메운다

도지원 씨도, 나도 말이 없어졌다! 이 갈비를 두고 어찌 시간을 지체할 수 있겠는가 하하 


서촌 동네에 밤이 찾아오면 거리는 온통 퇴근한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일한 이들이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찾는 많은 집들 중-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서도 맛을 본다는 한집이 있다 길래 찾아갔다

테이블은 단 5, 돼지 곱창 볶음 단일 메뉴의 곱창집이다

골목 끝자락에서 15년 째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이 집의 맛이 궁금했는데-

이 집은 앞접시가 따로 없다. 앞접시를 달라하니 상추가 앞접시라는 주인장.

손님이 뜨끈한 음식을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에 앞접시를 과감히 없애버렸단다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는 주인장의 성격을 보니 음식 맛이 벌써 느껴지는 듯 하다 하하

산더미처럼 푸짐히 쌓인 돼지 곱창 볶음의 등장!

함께 나온 양념장과 함께 쌈을 싸서 한 입 맛보는데-

이 양념장이야 말로 과히 이 집의 주연급이라 할 수 있겠다

단맛 없는 원초적인 강렬한 칼칼함, 하지만 중독적인 그 맛이 환상이다

이 양념장으로 곱창도 볶아내고 양념장으로도 따로 내어준단다

비법을 밝히기 위해 수차례 물어보았지만 주인장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맛의 핵심을 못 알아냈지만 이 맛있는 맛을 보았으니

오늘 하루의 수완이 꽤나 좋다-

예술의 꽃을 피운 서촌 동네의 밥상! 그 맛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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