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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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 기백 넘치는 맛! 함양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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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관리자 조회수 3727

<기백 넘치는 맛! 함양 밥상>


오늘의 여정지는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면

한번 쯤은 거쳐 간다는 함양군.

경상도의 손맛 전문가함익병 원장과 함께하기로 했죠.



지명으론 낯설어도 누구나 한 번쯤 안의갈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소갈비로 유명한 고장인데역시나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다들 씹고 뜯고 즐기기 바쁘더군요.



3대째 사장이 주방을 물려받은 67년의 노포할머니 레시피 그대로 끓여낸

갈비탕을국물이 넘칠까 조심조심 어머니가 내어주더군요.

그 자체만으로 군침이 꿀꺽-

우시장이 있어 소문도 자자했다는 안의의 갈비탕 한 뚝배기.

함 원장은 한 입 먹자마자 연신 호평이더군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하며 저도 한 입 했죠그런데 어라?

제 입맛에는 조금 슴슴하더군요.



알아보니 이 집 갈비탕 국물이 유난히 맑은 건 2대째 사장의 수고 덕분.

날마다 갈비를 삶는데솥단지 옆에 딱 붙어서몇 시간이고 기름을 걷어내고

살점에 붙은 기름까지 손으로 일일이 떼어낸다니 슴슴하다 싶을 만큼,

맑고 깔끔한 맛이 날 수밖에요하지만 으로 다시 만난 안의 갈비는

제 입맛에 아주 괜찮았습니다양념에 푹 재어둔 갈비찜이 아니라,

주문 즉시 양념을 해서 마치 겉에 묻히듯 살짝 양념 옷만 입히는데-

갈비 자체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조리법입니다.

입맛 따라 골라 먹는 안의 갈비이름값은 톡톡히 합니다.



함양의 토속음식쯤 된다는 음식이 있다는데,

막상 도착하니 아주 멋들어진 기와집이 반겨줍니다.

앉자마자 떡 벌어지는 한 상이 깔리는데글쎄 기본 찬이 쟁반 2개에

 빼곡합니다게다가 가짓수만 많은 게 아니라 하나하나 밥도둑들에,

함양의 손맛이 살아있는 찬들도 눈에 띄더군요

분명 경상도에 왔는데마치 남도 밥상마냥 열 맞춰 놓이는

밑반찬 행렬에 다들 놀라기 일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중에 저를 쇼킹하게 한 찬도 있더군요.

바로 경상도식 콩비지라는데 아주 독특한 냄새가 납니다.

청국장을 띄우듯이 비지를 띄웠다는데, 함원장은 밥도둑이라는데

제 입맛에는 쉽지 않은 음식이었습니다 .


드디어 대면한 콩잎곰국.

칠십 평생 처음 접한 음식이다 보니 신기하더군요

푹 고아낸 곰국에 건더기처럼 들어간 콩잎이

마치 사골 우거짓국 같기도 한 모양새.

함양에서도 지리산 가까운 산골 마을에서 먹던 토속음식쯤 되는데요

곰국 한 그릇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한 맛에 물리기도 하는데

콩잎이 아주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여름 보양식으로 먹기 위해 콩잎을 더한 어르신들의 손맛.뚝배기 가득~

맛있는 지혜가 찰랑거립니다.



일찌감치 점찍어둔 함양 맛집을 찾아 나선 길.

옛날 외할머니 시골집 같은 모양새인데, 메뉴는 단 두 가지-

수육소고기국밥뿐이랍니다. 두 가지 메뉴 다 주문하니

100년 세월이 내려앉은 주방을 종횡무진 누비는 주인장.

그럴듯한 한 상을 준비하더니, 시선을 강탈하는 수육 등장

보고 또 봐도 이거 참, 함양에 와서 여러번 놀랍니다. 빨간 수육이라니요-

게다가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깔려있는게, 전국 팔도에 이런 수육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수육 크기는 거대하지만 입 안에서 부들부들

씹히고 국물의 간이 수육에 더해져 아주 맛있더군요.

알고 보니 한우 아롱사태만 고집하고, 집간장으로만 양념한다더군요.

한번 삶아낸 수육을 한 김 식힌 뒤, 모양 잡아 두툼하게 썰어낸 건 수육-

얇고 가지런히 썰어낸 건 국밥의 건더기로 푸짐하게 들어가더군요.


이 집의 또 다른 명물인 함양식 소고기국밥.

수육 국물과 같은 국물인데, 수육보다는 조금 더 맑은 맛이랄까요?

알고 보니 쌀뜨물과 고기 육수를 섞어 사용한다는데 국물 맛에 푹 빠졌습니다

6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함양의 아롱사태 수육과 소고기국밥.

함양에 간다면 꼭 한번 먹어야 할 음식입니다.




저녁 시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다는 함양의 곱창전골집.

주인장이 연신, 제 입맛에 안 맞을까 걱정하던데-

곱창전골 등장과 함께 그 걱정은 사르르 녹더군요.

먼저 익는 채소 중에서도 냉이부터 한 입- 봄기운이 입안 가득합니다.

본격적으로 곱창전골이 익어가고 살짝 들춰보니 곱창이 가득!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대창, 벌양, 곱창, 염통까지

국내산 소곱창을 아주 아낌없이 넣었습니다.

게다가 곱창의 비린 맛 누린내가 아닙니다. 구수한 풍미가 풍긴 달까요?

누린내 잡는 비법이 궁금하던 차, 살짝 들여다보니

곱창 따로 삶아내고, 양을 또 따로 삶아내 냄새를 잡는다더군요.

여기에 진하고 깊은 맛 더하는 사골 육수에 다른 조미료나 첨가제 없이

후추, 고춧가루, 다진 마늘만 듬뿍 넣어 만드는 곱창전골.

아주 구수한 곱창 자체의 진~ 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양의 30년 전통 소 곱창전골, 먹다 지쳐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함양의 물 맑은 남강에서 투망질을 발견했죠

취미생활인가 했는데, 가게에서 쓸 민물고기를 잡는다더군요.

직접 잡은 물고기로 음식을 낸다니- 한달음에 달려갔죠.

7천 원 한 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것 마냥 뚝배기 가득한 어탕국수.

비린내 없이 아주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슬그머니 비법을 물어봤더니, 비법이 없다는 주인장.

그저 깨끗한 물에서 그날그날 잡은 민물고기를 사용하고,

어머니의 손맛을 더할 뿐이라는데-함양이라 가능한 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집 어탕국수엔 주인장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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