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36회 배짱 두둑한 맛! 인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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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관리자 조회수 4336

<배짱 두둑한 맛! 인천 밥상>


인천 사람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

맛의 끝판왕들이 있다는 첩보에 다시 인천을 찾았습니다.

오늘 함께할 식객은 인천 토박이’ 개그맨 지상렬 씨.

자칭 타칭 인천의 아들이라는데그가 소개해줄 식당들이 기대되더군요.

첫 번째 집으로 찾은 곳은 인천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라는데

막상 와보니 온통 주택가뿐인 골목.

잘못 왔나고민하던 차에 묵은지 김치찜’ 식당 발견제대로 찾아왔군요그런데...

묵은지 찜이 심상치가 않습니다묵은지 김치찜치고는 허여멀건 한 색에-

묵은지 군내도 나지 않고당최 그 맛이 어떨지 알 수가 없달까요.

궁금증을 안고 한 입 했는데.... 어라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맛-

그러니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묵은지 김치찜의 맛인데...

제맛이 우러나도록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단골의 팁!

알고 보니 묵은지를 두 번 씻어내 양념이 아닌 묵은지 본연의 맛을 살린다더군요.

우리가 흔히 먹던 졸아든 묵은지 양념 맛이 아닌거죠.

한참 끓여서 먹으니묵은지 자체의 은은한 단맛이 참 매력적인 음식이더군요.

사랑도 음식도은근해야 더 오래간다죠이 집 김치찜이 그렇습니다참 순합니다.


지상렬 씨가 이 집은 꼭 가야 된다더군요.

중학교 때부터 다닌 집이라는데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이랍니다.

평양냉면 전문점답게 주문 즉시 면을 뽑는 이 집.

한 치의 불필요한 동작도 없이 마치 교과서처럼 만들어내는 평양냉면 한 그릇-

맛을 보니이때껏 먹어왔던 평양냉면과는 결이 확실히 다릅니다.

구수한 맛보다는 좀 찝찔한냉면이 원래 가진 맛이 상당히 강하달까요?

알고 보니 평안북도에서 온 할아버지가 처음 만든,

그야말로 가문의 비법으로 만든 이 집만의 평양냉면이라더군요.

인천 사람들 입에는 아주 익숙한 맛일 것 같은데...

처음 맛보는 이들에겐 평양냉면치고는 생소할 수 있는 맛입니다.

하지만 인천 사람들은 평양냉면 하면 이 집을 첫손에 꼽습니다.

마치 인천의 자존심 같은 맛이랄까요?



지상렬 씨도 처음 가본다는 간장게장 백반집.

문을 연 지 10년 정도 됐다는데인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집이라더군요.

가보니손님들로 바글바글간장게장 집답게 여기저기 게 다리 들고 뜯기 바쁩니다.

그런데 게장뿐만 아니라 미역국이며생선구이제육볶음잡채까지-

반찬들도 꽤 정성 들여 만든 태가 나더군요. 1만 원 한 상에 인심이 좋달까요?

그리고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 간장게장.

역시 신성한 꽃게 장 앞에선 말보단 행동이 먼저죠.

객을 불러놓고 조금 미안하지만오늘은 이 맛이 먼접니다-

지상렬 씨를 앞에 두고 저도 모르게 홀로 꽃게 쟁탈전을 벌였습니다.

하하그만큼 맛이 좋더군요.

5일 담아 숙성시켰다는데짜지 않고 삼삼한 것이 자꾸자꾸 당기는 맛이랄까요?

꽃게 살도 튼실하고 탱글탱글해서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것이 아주 질이 좋습니다.

알고 보니 주인장이 질 좋은 국내산 꽃게를 사용하고

간을 맞추기 위해 매일 염도계까지 쓴다더군요.

맛은 가성비를 모두 잡은 게장백반부족함 없는 한 끼였습니다.



개항 이후 퍼진 인천의 맛이라는 경양식집.

지상렬 씨가 학창 시절부터 자주 찾던 곳이라는데미스인천 출신 주인장 때문에

가게 문턱이 닳게 드나들었다더군요.

개조는 했지만들어가자마자 오랜 역사와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경양식집.

어머니에게서 아들로 대물림됐다는데그 맛이 기대됩니다.

추억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수프와 옛날식 빵.

거기다 매일 직접 두드려 만드는 투박한 경양식 돈가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상렬 씨가 자랑하던 이 집 돈가스는 크고 두툼하고 푸짐합니다.

단면을 보니 기름기 없는 살코기 그 자체.

요새 유행하는 돈가스에 비하면 살짝 퍽퍽하고 맛도 투박할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맛도 덜하죠하지만 먹을수록 묽은 소스를 듬뿍 뿌린 진가가 발휘됩니다.

담백하게 튀겨낸 돈가스 등심에 소스가 촉촉하게 배어드니 한결 맛이 살아납니다.

분위기만으로 맛있는 경양식집인천 사람들의 추억을 안고 있는 맛입니다.



인천 동구의 시장통 뒷골목.

역대 인천의 시장님들은 물론기관장들은 다 거쳐 가는 집이라더군요.

마치 옛 TV에서 보던 옛날식 목조건물인데 들어가자마자 세월이 느껴집니다.

60년 넘은 복어전문점답게 이 집은 뭘 시키든 먼저 내어주는 게 있습니다.

바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데친 복어껍질.

첫인상부터 기대가 컸는데특제 간장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더군요이게 기본 찬이라니...

알고 보니 복어를 직접 손질하기 때문에 껍질을 매일 데쳐서 준비한다더군요.

그런데 이 집의 진가는 따로 있습니다바로 50년 넘게 칼을 잡아 온 주인장이

썰어내는 복어 회 한 접시

보통 복어회는 접시 바닥이 보일 만큼 얇고 투명하게 회를 뜨는데

이 집 복어회는 제법 두툼합니다정말 행복하더군요.

그리고 나온 이 집의 대표 메뉴 <복중탕>

국물만 봐도 매운탕도 맑은탕도 아닌 복중탕미나리와 복어살만 잔뜩입니다.

복중탕이라는 이름에 맞게 중간 맛을 내기 위해

된장과 고추장을 따로 물에 풀어 사용한다는 안주인

이렇게 해야 고추장과 된장이 서로 튀지 않고 잘 조화되기 때문이라는데요.

맑은 복어탕의 시원한 맛을 생각한다면 좀 의외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인천 토박이가 인정한 복어탕의 새로운 맛복중탕-

이것이 바로 인천의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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