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35회 맛있는 터줏대감! 신사동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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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관리자 조회수 4313

<맛있는 터줏대감! 신사동 밥상>


강남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심장부로 불리는 곳,

오늘 맛 기행을 떠날 <신사동>이다.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동네지만 곳곳에 신사동을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집들이 숨어있다.


오늘 동행 할 식객을 만나러 가는 길-

신사동의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얼굴을 보니 드라마에서 꽤 많이 본 익숙한 얼굴,

사모님처럼 우아한 연기로 친숙한 탤런트 박정수 씨다.

신사동에서 종종 들른다는 한 모던 한정식집이라는데

이 집에서 상 위에 가장 많이 오른다는

차돌박이와 채소 무침 그리고 채소구이가 등장했다.

살짝 달게 무친 달래가 차돌박이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향을 돋워준다-

역시 맛도 품격 있게 깔끔한 것이강남이다 싶은 상차림이랄까?

향긋한 쌈에 빠질 때 즈음이 집 점심 메뉴로 별미라는

된장국수와 김치말이 국수가 나오는데-

손님 대접하기 좋은 식당답게 담음새도 근사하다.

입맛 당기는 구수한 된장 국수의 국물 한입에 쫄깃한 생면이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다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뜬 칼칼한 김치말이 국수

한 입을 먹으면 개운함으로 마무리하기에 딱 맞다.

눈으로 보고 맛으로 즐기는 정갈한 밥상이 딱 신사동 답다-



이번엔 사람들로 붐비는 로데오 거리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젊은이들에게 꽤 인기가 좋다는 부대찌개 집이 있다는데,

34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단다.

박정수 씨는 부대찌개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는데

이 집 부대찌개는 내가 알던 부대찌개와는 첫인상이 좀 다르다-

개운해 보이는 빨간 국물이 마치 전골 같은 느낌이랄까?

박정수 씨는 김치찌개 같은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는데

이 집에선 절임 배추의 이파리로만 김치를 담가 내 그 맛을 유지한단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건 바로 찌개 속 칼국수 사리!

튀긴 면이 내는 텁텁한 맛이 싫어 주인장이 칼국수만을 고집한단다.

그런데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부대찌개와 함께 꼭 먹어야 하는

코스 요리가 있다는데바로 철판구이

고소한 버터에 등심과 베이컨소시지를 넣어 볶아낸 철판구이가

제법 고소한 맛을 낸다그런데 박정수 씨와 내 입맛엔 두 개의 메뉴가

따로 노는 듯한데옆 테이블의 젊은 친구들은 이 메뉴를 꼭 함께 먹어야

그 맛이 난단다입 앞에 어디 정답이 있겠느냐 만은-

그래도 개운한 이 부대찌개의 맛은 통했다!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길목-

신사동 사거리 뒤편에 위치한 한 노포를 찾았다.

46년이라는 긴 역사를 이어온 이 집의 메뉴는 설렁탕’-

택시기사들부터 젊은 혼밥족가족 단위의 다양한 손님들의

발길이 24시간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기대를 안고 들어섰는데 여기저기서 빼기를 외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면과 기름을 뺄 수 있는 이 집만의 주문법이란다.

기름 빼기를 한 설렁탕을 시켰는데 이거 웬걸-

국물이 꽤 구수하다고기의 팍팍한 맛쯤이야 단번에 잊혀지는 맛이랄까

이 집은 기름 빼기에 따라 고기 부위도 달라진다는데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기름 빼기를,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기름 안 뺀 설렁탕이 딱인듯하다.

이 맛에 반해 오랜 단골이 됐다는 허참 선생과도 우연히 조우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 이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이면 힘이 된다는

그의 말이 단번에 이해되는 맛-

속을 데워주는 그 뜨거운 힘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다.


사실 신사동엔 각 지역에서 손 맛 좀 낸다는 이들이 모여든 곳이다-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한 집전라남도 해남에서 올라온 주인장이

차려내는 남도의 백반 한 상을 맛보기 위해 오랜만에 그 집을 찾았다.

가게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여전히 이 집 손님들이 최고로 친다는

묵은지와 홍갓 김치의 맛은 그대로다백반 한 상의 찬이 무려 18가지.

강남 물가는 잠시 잊게 되는 한 상이랄까?

그중에서도 무와 굴을 들기름에 볶아낸 무나물의 담백한 맛이 제법이다.

전라도의 맛을 즐긴다는 박정수 씨는 어느새 말이 없어지더니

야무지게 한 상을 해치우곤단골 예약을 하겠다는 걸 보니

입맛에 잘 맞는 듯하다하하

주인장이 후반전 시작을 알리며 가져다준 매생이 굴전과 매생잇국-

겨울철 바다의 그 시원한 맛을 보자니 목까지 찼던 배부름이 어느새 잊혀진다.

신사동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맛이다.



신사동의 또 다른 맛을 찾아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옆 동네로 넘어와 버렸다하하

사람 발길 드문 오랜 지하상가에는 겨울이면 내가 찾는 집이 한 곳 있다.

일단 그 주인공이 눈길을 끌만 한데 바로 돌문어.

강남 한복판에서 만난 돌문어의 맛이 괜찮을까 싶은데-

문어 껍질로 육수와 굴숙주나물문어를 넣어 끓여낸

문어 국밥 한 그릇이면 어느새 추위도 잊혀진다.

깊은 탄성이 나오는 그 시원한 맛이 이 집의 손님을 이끄는 이유다.

여기에 톳과 미역문어를 살짝 익혀낸 숙회와 함께 하는 돌문어 톳쌈은

싱싱한 바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문어의 맛-

이 밥상 앞에선 추위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콧등까지 시린 저녁이 찾아오자,

거리 한구석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 발길 끄는 이 집의 메뉴는 닭꼬치

거리를 감싼 이 맛있는 냄새를 어찌 지나칠 수 있으리오!

토치로 닭고기의 육즙은 가두고불맛을 입혀내는데

아는 맛이 더 참기 힘든 법꼬치를 받자마자 입으로 직행.

그런데 이 집 주인장이 대뜸 가위를 든다.

고기를 빼먹고 남은 꼬치를 잘라준다는데 이 집 손님들에겐 익숙한 모양이다.

현란한 가위질을 보니 보통 내공이 아니다.

23년간 이 자리를 지켜왔단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도 살갑게 대화하는 주인장을 보니

사람 냄새나는 이 온기가 맛을 더하는 비법은 아닐까 싶다-

맛과 온기로 가득한 포장마차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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