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9회 뿌리 깊은 맛, 안동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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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3관리자 조회수 3483

<뿌리 깊은 맛, 안동 밥상>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자 대대로 손맛을 품어온 곳

3년 만에 안동을 찾았다.

안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들이 있는데

오늘은 진짜배기 안동의 속살을 맛보기 위해 떠날 참이다-


코끝이 시린 계절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뜨근한 국물이 간절한 이때 눈에 띈 안동국시-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테이블 위에서 반죽을 미는 광경이 눈에 띈다.

이 집은 직접 반죽을 밀어 국시를 내놓는다는데

안동 음식에 빠지지 않는다는 콩가루를 넣는 것이 특징이란다.

기대를 품고 자리를 잡았는데 웬걸-

밥과 꽁치 조림푸짐한 쌈이 한가득 등장한다.

단골손님이 일러주길 농사를 지을 당시 안동국시는 새참으로 먹던 음식이기에

든든하라고 밥을 내주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참 언발란스한 메뉴라고 생각하던 찰나 단골손님의 방법에 따라

꽁치쌈밥을 한 입 먹었는데 손이 절로 가는 맛이다.

뒤이어 나온 안동국시강한 콩가루 향이 코끝을 찌른다.

몇 번 먹다보니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콩가루 면이 매력적이다-

주인장이 먼 길을 왔다며 손국수 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국시꼬랭이를 내왔는데그 옛날 과자가 없던 시절 국수 자투리를

불에 구워 내주던 추억의 과자란다.

한 입 베어 무니 간간하면서도 투박한 그 맛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안동의 밥상을 찾아 나선 첫 시작이 참 좋다.



낙동강 큰 줄기를 따라 펼쳐진 이 동네를 걷다 보면

갈비 냄새가 그득한 '갈비 골목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30년째 고기 손질을 직접 하고 있다는 한 집을 발견했는데

주인장이 안동고기는 황소만을 고집한단다.

암소와 그 맛이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고기 한 점 베어 물자 황소의 진한 육향이 입안에 퍼지더니

씹을수록 구수한 그 맛이 왜 황소를 고집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그 맛에 빠질 때 즈음 주인장이 직접 달여낸 맛 간장에 마늘을 듬뿍 넣어

즉석에서 양념 갈비를 무쳐내 주는데이것 또한 안동 갈비의 특징!

첫맛엔 양념의 맛이씹다 보면 생고기처럼 구수한 풍미가 입안 가득 메운다.

배가 불러올 때 즈음주인장이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지 마라며

우거지 된장찌개와 갈비찜을 내어 준다.

화끈한 갈비찜은 생각했던 강렬한 맛 그대로였지만

우거지 된장찌개의 국물은 일품이다.

고기 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육수에 넣어

황소의 진한 지방 맛을 냈다는데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랄까-

배가 부른데도 숟가락이 멈출 줄 모른다.



안동 하면 사실 헛제삿밥 비빔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백반집에서 진짜배기 안동식 비빔밥을 만났다.

문에 들어서는 순간 밝고 쾌활한 주인장이 반겨준다.

신발은 신발장에 물은 직접이 집의 룰이란다.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의 주인장 같은데 과연 이 집 상차림은 어떤가싶었는데

안동의 특색이 묻어나는 밥상이 나온다.

부추 콩가루 범벅에 난생처음 들어본 생저래기안동 간고디.

그런데 그중에서도 안동의 맛을 제대로 느낀 건 바로 된장찌개다.

첫입에 매력을 느끼긴 어렵지만 뭔가 당기는 맛.

알고 보니 이 집에서는 다시마를 된장에 박아 맛을 낸다고 한다.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묘한 맛이랄까?

여느 찌개와 다를 바 없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오산이다하하

주인장의 반전 넘치는 푸근한 정과 중독성 느껴지는 안동의 백반.

이 맛을 찾아 다시 한번 오고 싶다.


한때 전국을 평정했던 안동찜닭이지만

여전히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집을 찾았다.

이 집에서 처음 마주한 건 혼닭을 하러 왔다는 단골손님이다.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찜닭을 먹는다는데 세숫대야 크기 대접에 한가득 나오는

찜닭을 혼자 다 먹고 밥까지 말아 먹는단다하하

찜닭도 찜닭이지만 이 집에 진짜 인기 메뉴는 쪼림닭이란다.

이름이 귀에 탁 꽂히는 메뉴인데 뭔가 봤더니 찜닭과 달리 국물을 졸여 낸 것이

쪼림닭이란다 주인장이 찜닭 골목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메뉴라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단짠’ 달고 짭쪼름한 매력을 가진 맛이랄까?

한참 그 맛에 빠져있을 무렵 옆집 단골손님은 밥을 말아 2차전을 시작한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고수 덕분에 먹는 재미가 두 배가 됐다.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추억이 하나 추가!



안동에서의 마지막 끼니를 찾아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한 시장 상인에게 50년째 상인들이 찾아간다는 보리밥’ 집을 추천 받았는데

이게 웬걸 테이블이 단 2개다.

82세 주인장이 내주는 메뉴는 단 하나가격 단돈 4천원의 보리밥!

보리밥 하나를 주문하자 주인장이 대접을 숭늉 물에 데워 밥을 떠준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밥을 내어주고 싶은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더 따뜻해지는 집이다.

매일 새벽 3시 30분 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연다는 주인장.

아침 장사 준비가 끝나면할머니가 단잠을 청한 사이

시장 상인들이 알아서 밥을 먹는 것이 이 집의 암묵적인 룰이란다.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모호한 곳하지만 그래서 맛있는 정은 차고 넘치는 집

안동의 이 따뜻한 맛이 두고두고 기억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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