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5회 탐나도다~ 제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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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관리자 조회수 3774

<탐나도다~ 제주의 맛>



제주도이 세 글자만 들어도 뭔가 설레임이 가득해지는 곳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이 넘실대는 곳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제주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거운 건

개성 넘치는 제주도의 맛 때문일터-

맛있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제주도의 진짜 맛을 찾아 떠날참이다.


제주도를 잘 안다는 식객을 만나기 위해 한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 틈사이로 반갑게 인사하는 그 얼굴을 보니 더 반갑다.

같은 허씨 라서 그런가하하 제주도에서 15년 째 지내고 있다는 방송인 허수경씨다.

이 집은 허수경 씨가 꽤나 자주 찾는 현지인 맛집이라는데

몸국을 제대로 하는 집이란다.

제주도 이곳저곳에서 몸국을 맛보긴 했는데 이 집은 좀 달라보인다.

돼지 등뼈와 사골을 넣어 우려낸 진한 맛이 나는 국물,

제주에선 잔칫날 고기를 삶은 물이 아까워 모자반과 무청을 가득 넣어서 끓여먹기

시작한 것이 이 몸국이라고 하니알고 보면 참 귀한 맛이다.

여기에 뚝배기를 가득 채운 건더기에 눈길이 가는데

허수경 씨가 제주에선 건더기가 가득해야 진짜 몸국이란다.

사실 나는 첫술엔 그 맛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는데

한 술 두 술 뜰수록 그 깊은 맛이 꽤나 입에 달라붙는다-

그런데 이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꼭 먹는다는 게 있다는데

이름마저 생소한 흑돼지국’. 허수경 씨도 처음 맛보는 국이라는데-

제주를 대표하는 흑돼지와 메밀무 삼총사를 넣고 후루룩 끓여냈다.

역시나 한 입에는 판단 불가한 맛이지만-

계속 먹다 보면 끌리는 맛이것이 제주 옛맛이리라.


이번엔 작은 오름 사이에 숨겨진 한 작은 마을을 찾았다.

한적한 골목을 걷는 데외지인이라곤 나 혼자뿐이다.

우연히 길을 걷다 이곳에서 어머니가 식당을 하신다는 주민을 만났다.

함께 식당을 들어서는데 온동네 주민들이 다 이곳에 모여있었나하하.

밥을 먹기 위해 찾은 손님들이 가득하다.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 집이라는데 제대로 찾아온듯하다.

이곳에서는 '두루치기가 주메뉴라는데 흑돼지가 아니라 '백돼지로 해준단다.

주인장이 말하길 제주도 백돼지는 값도 싸고 맛도 좋다는데


파절이와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어 먹으면 그 맛이 와따란다.

두루치기 한 점에 파절이와 콩나물 그리고 제주도에선 '멜젓을 넣어먹는 게 공식이라는데

입이 미어터질 듯 한 쌈 가득 맛 보니 육지와 바다의 맛이 어우러지는 게 반전의 맛이다.

배고프던 시절 배불리 먹기 위해 이것저것 넣어주던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일터-

주인장이 먼 길을 왔다며 제주식 순대를 내어준다.

메밀가루와 쌀밥선지를 가득 넣어 만들었다는데 식감이 꼭 떡처럼 부드럽다.

제주도에서 난생처음 맛 보는 '제주식 순대',

나에겐 새롭지만 제주의 오랜 역사를 이어온 맛그 맛이 별미다.


제주 바다는 철따라 대표작들을 풍성하게 내놓는다.

이맘때는 '고등어가 제주 바다의 주연.

고등어회를 16년 간 전문으로 해왔다는 동네의 한 고등어집을 발견했다.

아침만 해도 푸른 바다에서 헤엄쳤을 고등어를 수족관에서 바로 잡아 회를 떠준다.

흔히 밥상에서 볼 수 있는 생선이지만,

활고등어를 즉석에서 회로 먹는다는 건 육지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이 집은 고등어회를 먹는 방식이 있단다.

마른 김에 고등어 회 한 점그리고 이 집에서 개발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데

이 소스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맛을 뒤덮을 줄 알았는데 반전이다.

그리고 고등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고등어조림을 주인장이 내주었는데

빨간 양념이 그득하다첫 인상부터 꽤나 강렬하다.

그런데 이 고등어조림활고등어 한 마리를 그대로 잡아 통째로 넣어주는 게 아닌가!

다디단 제철 맞은 고등어의 맛이 제법이다.

제주 바다의 물오른 맛을 제대로 느꼈다.


이번엔 어떤 맛을 찾아나 설까 발길 닿는 데로 떠나던 중-

히잡을 쓴 여인부터 외국인들이 가득한 집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는 피시앤칩스’, 영국과 호주의 대표음식이다.

주방장엔 젊은 청년 두 명이 뜨거운 기름 앞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이 집에선 상어고기와 달고기를 주재료로 쓴다는

상어고기라는 말에 허수경 씨의 두 눈이 커진다.

사실 제주도에선 제사상에 상어고기를 올렸었다고 하니 그리 낯선 식재료는 아니다.

이 집에선 밀가루 반죽 하나에도 기름 하나에도 공을 들이는데-

바삭한 튀김의 맛이 꽤나 괜찮다고 생각했더니 그 핵심이 생맥주란다.

어쩐지 이 집의 튀김 맛이 입맛에 맞더라니 하하.

튀김의 풍미를 위해 양파를 튀겨낸 '양파기름을 개발했다는 두 청년들-

음식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그 모습에 에너지를 얻었다.

희망이 엿보이는 집이다.


이번에는 마을에서 막둥이 해녀가 운영한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이 집에는 메뉴판이 있지만 매일 오전 물질을 해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그날 그날의 메뉴를 만들어 내어준단다.

오늘은 전복이 잡혔다며 '물회를 내어주는데-

창너머 사이로 손님을 부른다주인장 홀로 요리와 서빙을 해야하니

이 집은 셀프 서빙이 룰이란다.

허수경씨가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다며 달려가더니 환한 얼굴로 온다.

물회 한 그릇에 제주산 돌미역에 뿔소라오동통한 전복에 톳까지!

제주바다의 내로라하는 주연들이 총집합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이 주연들의 조합이 맛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첫 술에 걱정이 싹 사라졌다-

된장을 풀어낸 육수와 싱싱한 해산물들의 조화가 꽤나 좋다.

여기에 성게알을 가득 넣은 '성게칼국수를 내주는데

생면과 미역성게알이 레시피의 끝이란다-

레시피만 보면 별게 있을까 싶은데 성게로 간과 향을 모두 더한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 젓가락이 자꾸만 들리게 만드는 맛이다.



어느 새 제주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제주의 마지막 밥상을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집이 보인다.

간판을 보니 돔베고기를 파는 집이라는데이 집 주문표 부터 뭔가 남다르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고기를 삶고맛에 따라 부위도 각기 달리 내어준단다.

오늘은 고기 맛 좀 제대로 보려고 비계 있는 부위를 주문했는데

고기가 나오자 주인장이 직접 썰어준다.

가만 보니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썰어주는데 고기의 촉촉한 맛을

손님에게 보여드리기 위한 이집의 방식이란다.

고기 맛을 보는데 내 입맛엔 살짝 기름지다-

그러자 주인장이 뒷집 고기를 몇 점 가지고와 바꿔준다.

돔베고기는 잔칫날 도마에 고기를 썰어 그대로 나눠먹던 추렴 문화에서

발달했다는데 이 집 또한 이렇게 고기를 바꿔 나눠먹는 게 문화란다.

사실 나는 이 집에서 눈길이 가는 김치 하나를 발견했는데 동지김치다.

배추 꽃대가 올라오면 그걸로 김치를 담그는데

그 옛날 속이 빈 배추들로 김치를 해먹던 그 시절의 별미란다.

고기 한 점에 김치 한 점-

느끼한 맛은 온데간데로 없다제주의 맛이 녹진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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