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4회 거침없이 맛있다! 마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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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8관리자 조회수 3993

<거침없이 맛있다! 마산 밥상>



오늘의 목적지는 마산이다-

남해안에서 잡은 수산물이 집결하는 곳으로

풍부한 해산물들이 맞이해주는 항만의 도시~

이번 여정은 험난하고 매서웠던 세월을 버텨내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삶으로 들어가 보는 여정이었다.


미로 같은 여러 갈래의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야지만 나타나는 정갈한 주택가.

시간이 멈춘 듯 높은 빌딩을 보기 어려운 골목길 끝엔

진해의 80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간식이 있었다.

진해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유명한 간식 바로 콩과자

제과점과 세상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자그마한 초인종!

앙증맞은 초인종을 누르자 한창 콩 과자를 만들던 사장 내외가 맞이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깜찍한 반전!

콩이 들어가 콩 과자인 줄 알았더니 콩 모양으로 생겨 콩 과자란다.

남편은 반죽하고 아내는 구워내고

긴 세월을 이겨낸 비법은 역시 정성이다.

군것질이라면 질색하던 내 입맛까지 사로잡은 콩과자.

한 봉지가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오래된 철길을 따라 걷다 수족관에 가오리를 옮겨 담는

거칠지만 푸근해 보이는 경상도 아지베를 만났다.

투박한 손으로 가오리를 꺼내 댕강댕강 잘라내는 이 남자-

가오리 손질만 20년 넘게 해왔단다 믿음직스럽다.

반찬으로 전어밤젓이 나왔다.

안주인이 제철 전어로만 만드는데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단골에게만 나가는 귀한 반찬이란다계 탔다!

진짜는 지금부터라며 가오리 조림을 내어오는데

웬걸 국물이 흥건하다 아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었던 그 순간!

함원장이 웃으며 나를 안심시킨다.

놀랍게도 경상도는 본래 조림을 국물이 자작자작하게 한단다.

된장으로 양념한 가오리 조림의 맛은 한마디로 아싸가오리즐거워지는 맛이다!


마산어시장은 남해안에서 잡은 수산물이 집결하는 곳이다.

인근 통영에서 올라온 갯것들부터 군침 도는 해산물이 지천이지만

후미진 골목 안쪽비밀스러운 식당에 가면 지금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이 있단다.

워낙 후미져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렵게 자릴 잡아 앉았는데 이게 웬걸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맑은 생선국에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

날씨가 추워져야지만 맛볼 수 있는 탱수탕이란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내게도 낯선 탱수’.

못생긴 거로는 아귀 못지않다는 삼세기가 이곳에선 탱수라고 불린단다.

과거 지친 바닷사람들의 속을 달래주었다는 탱수가

이젠 마산 사람들의 언 몸을 녹여주는 겨울 별미가 되었다.

긴 추위가 두렵지 않다 바야흐로 탱수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



세월이 켜켜이 쌓인 긴 골목을 지나면

마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것이 나온다다름 아닌 아귀찜’.

아귀찜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이지만

그중에서도 현지인들만 알음알음 찾는다는 50년 전통의 아귀찜 식당!

이곳의 아귀찜은 물기 없이 걸쭉하고 맵칼한 진짜 마산식이란다.

또 서울과 달리 건 아귀를 물에 불려 사용하기 때문에 아귀에 쫄깃한 식감마저도 일품.

사실 이곳은 아귀를 말리는 것도 주인장이 직접 한단다.

주인장이 워낙 꼼꼼해 직접 손질한 것이 아니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런 주인장의 노고를 손님들도 아는 것일까

이곳에선 손님들이 직접 음식을 나르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 없이 자진해서 한다는 것.

차가운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진귀한 보물 같은 광경이다

맛좋은 음식에 정 넘치는 이웃까지 이 어찌 기분 좋지 아니한가-


남쪽 바다의 항구라고 해서 갯것만 있는 건 아니다.

무려 47년의 역사를 간직한 갈빗집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갈비탕!

푸짐한 양에 한번 놀라고 진한 국물맛에 또 한 번 놀라는 갈비탕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 한 그릇에 70대 노부부의 소신이 담겨있다.

가게 문을 열고 매일같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양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손님상에 내기 위해 고기 손질까지 그날그날 직접하고 있단다.

고기 손질부터 양념까지 무엇하나 부부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거기에 2년 묶은 묵은지부터 별미 중 별미라는 장자 젓까지 마산의 맛이 느껴지는 반찬들.

고기 좀 안다는 함 원장의 젓가락이 도통 쉴 줄 모르고 불길로 향한다.

마산에서의 놀라운 발견묵묵히 반세기를 버텨온 노부부의 갈빗집-



언젠가부터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어린 손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유독 또래보다 작아 이거라도 먹으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

마산에서 만난 의외에 음식추어탕.

국물 한입을 맛보는 순간 어?!

그동안 맛봐왔던 걸쭉한 추어탕과 달리

뼈를 걸러내 살만 사용해 얼갈이배추로 맑게 끓여졌다.

추어탕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추어탕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맛이 깔끔하다-

주인장은 반찬까지도 그날그날 직접 조리하고 있단다.

김치도 그날 만들기 때문에 이곳에서 묵은지는 맛볼 수 없다.

짜지 않고 감칠맛 도는 겉절이마저 내 입맛이다.

언제고 내 손자의 손을 잡고 꼭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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