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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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추억은 맛있다! 종로 골목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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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관리자 조회수 4789

<추억은 맛있다! 종로 골목 밥상>


종로 하면 딱 떠오르는 한 마디가 있죠

바로 진짜 서울입니다

지금에야, ‘강남,홍대,이태원만나서 놀고먹을 곳 많다지만

과거엔 종로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름 속에,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여전한 종로 골목들이 있더군요.

오늘은 골목마다 남아있는 맛있는 추억을 따라가 볼까 합니다. 


전통시장 중에서도 국가 대표쯤은 되는 이곳,

바로 종로에 자리 잡은 광장시장입니다.

맛있는 먹거리가 천국인 이 곳- 미로처럼 복잡한데,

이 시장 뒷골목에 맛집이 하나 숨어있다더군요.

알고 보니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반집.

오봉 쟁반에 매일 바뀌는 찬에 갓 지은 따끈한 돌솥밥

그리고 우거지 된장국이 대표 메뉴랍니다.

쌀뜨물에 푹 멸치를 끓여 생 열무 데쳐낸 것을 넣어 끓이는데-

든든하게 속 채우기엔 그만입니다.

가게 찾아오는 손님보다는 배달 손님이 더 많은 집이라는데,

제가 갔을 때도 연신 배달 나가는 상인들로 눈코 뜰 세 없더군요.

하루 종일 손님 상대하랴 엉덩이 붙일 세 없는 상인들에겐,

이 집 백반 한 상이, 그저 밥심아니겠습니까?


종로엔 주머니 가벼운 이들을 위한 가성비 평양냉면집도 있습니다.

50년이 넘은 집이라는데- 가게 앞에서도 반죽을 바로 부쳐

녹두지짐을 부치고 면을 뽑아내더군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맛있는 냄새에 홀리듯 가게로 향했죠.

제일 먼저 나온 메뉴는 돼지기름으로 부쳐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녹두지짐.

제 입맛엔 살짝 야채튀김같이 느껴졌지만,

이 집 손님들은 냉면을 시키면 꼭 함께 시키는 메뉴랍니다.

그리고 등장한 평양냉면!

온전한 육수 맛을 보기 위해 면을 풀기 전에 한입 하고나면

골이 띵~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다른 집에 비해 육향이 강한 편이어서 제 입엔 좋더군요

메밀면은 밀가루와 고구마전분을 섞어 만들었다는데

메밀 향은 강하고, 툭툭 끊어지기보다는 쫄깃한 편입니다.

평양냉면 마니아라는 이현우 씨도 엄지 척~’ 한 종로의 평양냉면.

가성비의 평양냉면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한번 찾을 만한 곳입니다




종로3가와 4가 골목 사이-

먹자골목에서도 잔뼈가 굵은 집이 한 집 있습니다.

40년 전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20평대의 작은 집이었는데

손님이 넘쳐 가게를 점점 확장하다보니 지금은 흡사 개미굴처럼

사방에 방이 나있습니다. ‘101호로~’ ‘103호로~’

흡사 방 배정 해주듯 손님을 안내해주는데 참 재미있는 집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점은 이 집 메뉴입니다.

주문할 때 우럭, 광어, 삼식이를 고르라기에 생선탕인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었는데 미역만 가득. 미역국이 잘못 나온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활어 미역 맑은 탕이 이 집 대표 메뉴!

염장 미역을 사용해서 조금만 끓여도 미역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게 특징.

게다가 끓이면 끓일수록 우럭과 미역의 깊은 맛이 더해져

노오란 기름이 뜨는 게 점점 더 맛있어집니다.

미역, 우럭살점, 국물에 말아먹는 밥, 3단계를 모두 거치고 나니-

꼭 다시 한번 찾아야 할 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종로5가 공구상가가 있는 뒷골목-

밤이 되니 야장이 펼쳐지고 맛있는 고기냄새가 납니다.

홀리듯 앉았는데- ‘쫄깃살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부위가 맛있는 집이랍니다.

하루에 딱 30인분 한정. 테이블 당 2인분만 주문 가능.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이렇게 까다로운지 궁금했는데-

한입 먹고 나니 ~’ 싶더군요.

돼지처럼 살짝 덜 익혀서 핏기가 있는 채로 먹는데-

생전 처음 맛보는 돼지 식감입니다

살짝 소고기 같기도 하고, 쫄깃쫄깃 사각사각 한달까요?

이현우씨는 갈매기살과 약간 유사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치아와 치아가 부딪힐 때 탁탁탁치는 식감이 있는 맛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하더군요.

90kg 돼지 한 마리에서 딱 40g이 나온다는데-

이 날 저희가 먹은 돼지가, 돼지 한 열 마리는 될 겁니다.

살면서 먹는 즐거움이 제일이라는데-

오늘 또 하나 새로운 즐거움이 늘었습니다.


종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맛골목-

바로 피맛골입니다. 과거의 멋스러운 골목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피맛골에서 영업하던 식당들은 종로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집도 그런 집이랍니다. 바로 참새구이를 파는 집입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참새를 잡아와 판다는데, 10월에서 11월 사이에만

참새를 잡을 수 있다더군요. 1년 참새를 이때 다 잡는다니-

제가 시기를 딱 맞춰 왔다 싶습니다.

처음 참새를 맛본다는 이현우 씨. 걱정하더니-

한 입 먹고 나니, 참새 맛을 들려버렸습니다.

참새 한병이면 소주 한 병을 비운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날- 참새잡이 추억에, 고소한 참새구이 맛까지

아주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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