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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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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명불허전! - 목포밥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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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7관리자 조회수 1921

<명불허전! - 목포밥상 2>


목포는 다도해에서 모여드는 귀한 진미들이 모이는 곳,

사시사철 입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야무진 손맛이 더해져서

남도 음식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목포 밥상에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명불허전 목포밥상, 언젠가 목포를 찾는다면

이 맛을 놓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목포항 뒤편에는 옛날 모습이 많이 남아 있고, 노포도 많이 남아 있다.

오래 전부터 목포항은 목포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던 곳이라, 오래된 식당들도 많아서 일 것이다.

떡갈비 골목을 걷다가 갈비탕 집을 들렀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주인장 내외가 오지호 씨과 함께 찍은 사진이

대문짝 만 하게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지호 씨의 작은 아버지라고 한다.

부산 백반기행 때 함께 했던 오지호 씨가 목포가 고향이라고,

목포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세상 참 좁다는 걸 또 느꼈다.

그런데 이 집이 40년이나 됐단다.

식당을 10년도 아니고 40년을 해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주인장 내외가 40년간 해왔다는 갈비탕이 궁금했다.

이 집 갈비탕은 얼핏 보면 진한 설렁탕 같다.

갈비도 그냥 갈비가 아니라 다져서 넣은 떡갈비였다.

처음에 국물을 먹으니 진하면서도 좀 짜다 싶었는데

주인장이 알려준 대로 파절이를 넣어서 먹으니 맛이 확 달라지면서 풍미가 더해졌다.

파절이도 맛있었지만 또 하나, 이 집 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맛있어서 물어보니 작년 김장 때 담근 김장김치였다.

아삭아삭하면서도 잘 익어서 참 맛있다 했는데,

슬쩍 들어보니 5년 묵은 묵은지가 있다는 게 아닌가!

주인장께 양해를 구해 5년 된 묵은지 맛을 봤는데,

잘 익어서 새콤하면서도 아삭함은 여전히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묵은지였다.

확실히 40년의 내공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포에는 갯것으로 요리한 음식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포에는 갯것 말고도 육지 것으로 만든 음식,

목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수육무침-

흔히들 수육무침하면 수육을 채소와 함께 양념해서 버무린 걸 생각하는데

목포에는 냉면사리를 양념에 무쳐서 같이 내고 있었다.

비릿한 갯것으로 만든 음식만 먹다가 수육무침을 먹으니 오히려 입안이 개운해지더라.

사태는 처음 입 안에 들어갈 땐 단단하게 느껴졌으나, 부드럽게 씹혔다. 잘 삶아냈다.

평소 인위적인 단 맛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 양념장은 그다지 달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났다.

생고기나 소고기낙지탕탕이도 재료가 신선했는데, 삼각살을 사용한단다.

고기 질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은 식육식당으로 매일 아침 주인장이 인근 시장으로 가서

새벽에 도축해온 한우 암소를 직접 정형하고 발골해서 가져온단다.

고기에 대한 주인장의 고집이 느껴졌다





목포에 왔으니 졸복탕을 안 먹어볼 수 없다.

졸복은 작지만 맹독을 품고 있다. 작다고 얕볼 게 아니다.

탕이라고 해서 맑은 지리를 생각했는데 걸쭉하니- 어죽처럼 나온다.

함께 나오는 부추무침을 넣어 먹으니 색이나 맛이 강가에서 먹던 어죽이다.

목포나 진도 등 남도의 어부들이 이 졸복을 어죽처럼 즐겨먹었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이다. 식객을 하면서 좋은 건,

같은 재료라도 지역에 따라 달리 요리한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다.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들이 팔도 곳곳에 많다.

부지런히 식객 노릇을 해야겠다.



새로운 발견은 또 하나 더 있었다.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옛날식 디저트, 쑥꿀레-

6.25 전쟁 직후, 문을 열었다는 이 집은 아들 내외가 물려받아

70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오고 있었다.

쑥꿀레는 쑥떡을 하얀 팥고물에 묻혀서 동그랗게 내오는 떡이다.

거기에 조청을 뿌려서 내오는데 안 뿌린 것, 뿌린 것 두 가지 버전으로 먹어봤다.

조청을 뿌리지 않고 먹어봤는데 쑥떡은 말랑말랑 했고,

쑥떡 겉에 코팅된 팥고물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맛이 정말 좋았다.

조청에 담가서도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것도 맛이 좋았다.

조청에서 풍기는 계피향 덕에 단맛이 지나치게 느껴지지 않아서였을 게다.

동지팥죽도 새알심이 쫀득했고, 팥죽도 묽지 않고 걸쭉했다.

먹는 건 순식간인데 준비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찹쌀과 팥을 불리고, 갈아내고, 떡을 만들고, 빚어내고-

음식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매일매일, 40여 년을 해왔다니 감사히 여길 일이다.

언젠가 목포에 다시 오게 되면 이 집이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름 목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선이 하나 있다. 바로 민어다.

여름에 목포에 간다면 민어를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민어는 회 중에서도 선어로, 숙성해서 먹는 몇 안 되는 생선이다.

기름진 민어는 숙성을 하면서 부드러워지고, 맛이 깊어진다.

만화 <식객>에서 민어편을 그릴 때 민어를 취재했더랬다.

그때 민어는 역시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목포 백반기행에서 민어는 전이기도 하지만 회이기도 하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민어만 50년을 취급해왔다는 이 집에서는

민어회를 두텁게 썰지 않고 포를 뜨듯 떴는데, 포를 뜬 민어회가 더 맛있었다.

민어회를 시작으로 껍질과 부레, 민어전, 민어회초무침, 민어탕까지

민어를 다양하게 코스로 맛볼 수 있어서 호사를 누렸다.

민어전은 무척이나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했다.

민어회초무침은 행여나 달까봐 젓가락을 대기 두려웠는데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알고 보니 초무침에 넣는 초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6개월 동안 숙성한 막걸리식초가 비법!

막걸리식초 덕에 첫맛은 톡 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민어탕은 매운탕과 지리를 맛봤는데 기름진 민어를 탕으로 끓여내니

마치 장어탕처럼 국물이 끈덕끈덕한 느낌이 났다.

여름 민어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올 여름 보양은 목포에서 다 했다!











목포는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모서리이다.

맛있는 음식이 많다. 골라먹지 않아도 싹 다 맛있다.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도 중간 맛 이상은 유지한다.

하루 이틀 만에 목포의 맛을 안다고 함부로 얘기 말자.

김장김치 맛을 외국사람들이 안다고 말한다면 용납 못하듯

목포도 1년은 견뎌야 목포 맛을 얘기할 수 있다.

새것에서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효되어 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면

진정한 맛쟁이이다. 맛쟁이는 멋쟁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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