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0회 진짜배기 강원도 - 삼척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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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관리자 조회수 5584


<진짜배기 강원도 삼척 밥상>


드디어 열 번째 백반 기행이다.

이번 백반 기행은 강원도 삼척으로 떠났다

강원도 하면, 항상 속초 강릉만 떠올렸던 나에게 삼척은 조금 낯선 곳이다.


떠나고자 마음을 먹고 알아보니,

삼척은 강원도의 푸르른 바다도 산도 품고 있는 기행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또 관광지로 때가 덜 타, 오히려 순수한 강원도의 맛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했다.

과연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는 곳일지 출발 전부터 설렌다.


오늘 만난 식객은 처음으로 나보다 키가 작다.

아이돌 출신 배우 한승연이란다.

아버지가 나랑 동갑이라는데, 오랜만에 딸과 둘이 여행하는 기분이다.


첫 번째로 찾은 집은 간판도 없는 집이다.

가게 유리 벽에 보리밥이라는 메뉴 하나만 투박하게

붙여놓은 것이 이 집 사장의 성정을 짐작하게 했다.




역시나 사장을 대하고 보니, 배짱 장사다.

메뉴는 고를 수도 없다. 보리밥 하나뿐이다.

하루 정해진 양만큼만 팔다 보니, 예약 없이는 먹을 수가 없단다.

심지어 밥 한 솥 25인분만 팔면 장사가 끝이란다.

보리밥 하나에 5천원이니 하루 장사하면 10만원이다.

그런데도 그거면 된다며 웃는 사장 인심에 절로 웃음이 났다.




음식 맛도 뛰어났다. 백반 기행을 하다 보면 보석 같은 집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데 이 집이 그러했다.

푸근한 인심에, 밭에서 직접 뜯어와 만든 나물,

직접 담근 집 된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집이었다.

가게를 떠나고 나서도 자꾸 생각이 나, 그림을 세장이나 그렸다





이번엔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맛을 찾았다.

바로 장칼국수와 옹심이 집이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 나오는데,

이곳의 장 칼국수는 강원도 현지인도 생각나서 찾는 맛이라고 한다


사실 고추장 들어가는 음식은 입맛에 잘 맞지 않는 편인데,

이 집 장칼국수 맛은 정말 텁텁함 없이 깔끔했다.

주인장에게 그 비법을 물으니, 직접 장을 만들어 양념을 낸다고 했다.


멸치와 파, 양파 각종 재료를 넣어 새벽부터 삶아낸 육수에

주인장이 담아 1년 내도록 사용하는 깊은 맛의 고추장.

거기에 면까지 바로 뽑아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오랜만에 먹은 옹심이 역시 입맛을 잡아끈다.

가게 벽면 가득 감자 박스가 쌓여있었는데 매일 매일 직접 감자를 깎아

주문이 들어오면 옹심이를 손질해 넣는단다.

함께한 식객 승연은 옹심이를 먹으며 재미있는 식감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맛, 그래서 더 맛있는 칼국수였다 





식당이 없을 것 같은 시멘트 도로를 걷다 보니,

<울릉도 호박집>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강원도와 울릉도는 무슨 관계 인걸까...하고 들어가 보니,

주인장의 시할아버지가 울릉도 출신 한약사로 호박 술을 전수하였단다.

그래서 울릉도 호박집이라는데 꽤나 재미있는 식당이다.


 


메뉴는 단 하나뿐이다. 생선찜.

강원도식 생선찜이라는데, 정말 강원도스러운 세 가지 종류의 생선이 들어간다

바로 장치, 가자미, 도루묵이다.

장치는 겨울에 많이 나는 생선인데, 겨울 내내 4천 마리를 말려 1년 동안 사용한단다.

도루묵은 알을 밴 겨울이 제철인 줄 알았는데 여름인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란다.

주인장 왈, 강원도 사람들이 제일 맛있는 건 자기들이 먹고 맛없을 때 팔아먹는다는데

이것 참 재미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먹어보니 정말 여름 도루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양념도 달큰해서 처음엔 입맛에 안 맞는 듯했는데 먹다보니 밥도둑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강원도 바다의 1년을 한 그릇에 담아내지 않았는가.

이래서 50년을 한 자리를 지켰구나 싶은 맛이다.

70년을 내내 배웠는데, 오늘 또 새로운 맛을 알았다




삼척에 왔는데 바다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이곳으로 모인다고 하기에, 부러 찾아왔다.

바로 임원항이다. 회로 정평이 난 항구들이 많이 있지만 임원항은

저렴한 회를 값싸게 맛볼 수 있는 항구면서도 아직 덜 알려져 있다.

그 곳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물회 집을 찾았다.


물회 하면 속초부터 포항까지 다니면서 모든 물회를 맛봤는데,

이곳의 물회는 조금 독특하다. 주인장의 특기라며 오징어로 바늘귀를

꾈 수 있을 만큼 얇게 썰어 오이와 무만 썰어 고명으로 올려 물회를 낸다.

어찌 보면 투박하고 다르게 생각하면 물회의 맛을 가장 잘 살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단맛은 싫어하는데, 이곳의 물회도 역시나 달았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입맛을 따라가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신 집장을 사용해 다른 곳의 물회보다는 단맛이 적었다.

거기에 밥까지 말아 먹으니 딱 안성맞춤이었다.





삼척은 석탄으로 유명하던 도시다.

과거에 석탄 사업이 활발할 땐 인구가 30만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때의 추억을 간직한 마을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바로 도계다. 도계는 아직도 두 곳의 탄광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떤 맛을 찾을 수 있을까, 헤매다 연탄구이집을 찾았다.




주인장이 직접 갈빗살을 발골해 연탄에 구워먹는 집인데

벌써 26년째란다. 어머니 때부터 해오던 장사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음식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달래장아찌며, 소스며 고깃집 찬치고는 맛이 깊다.

거기에 800도 연탄 위에 올려 순식간에 구워 먹는 소고기는 그 맛이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느끼한 것을 잘 먹지 못해 몇 점 집어먹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집은 이렇게 고기를 먹다 보면 손님들이 모두 시켜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청국장 국수. 동치미 국수, 비빔국수 잔치국수 다양한 국수를 봤지만

청국장에 말아 먹는 국수는 또 처음이다.

시켜 먹어보니 매콤한 게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내는 것이 궁합이 아주 찰떡이다.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국장에 가을에 나는 매운 청양초를 섞어 낸다는데

메뉴에도 없던 음식을 단골 손님 한 명이 청국장에 국수 말아달라 해서 생겼단다.

손님이 이 집의 화룡점정 메뉴를 만들어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버스터미널 옆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노포다.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니 역시나 동네 사랑방이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도 그사이에 껴서 그 분위기를 즐겼다.



메뉴는 돼지껍데기다. 다른 곳은 구워 즐기는데

이곳은 주인장이 직접 돼지를 삶아 손질한 뒤

집장으로 양념해 낸단다. 그야말로 막걸리가 술술 들어가는 맛이다.


한참 막걸리를 마시다 낙서에 눈이 갔다.

온 벽면이 낙서로 가득했는데 문뜩 승연이 저 낙서를 그린 사람들은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번도 생각한 적 없는 낙서의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젊어서 그런지 생각이 남다르다. 그런 질문에 답해준 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벽면에 그림 하나 남기고 왔다.

20년 후에 다시 가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꼭 삼척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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