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3회 맛있는 위안 - 든든한 충무로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19.05.30관리자 조회수 8929



<맛있는 위로, 든든한 충무로 밥상>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거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잘 있나?

그래서 찾아온 곳 서울 충무로이다.



사람들에게는 영화와 인쇄골목으로 기억되지만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추억이 있다.

50년 전 아내와의 연애시절...

좀 있어 보이기 위해 그때 당시 충무로에 있는 고급식당에 데려가곤 했다.

아내는 내가 부잣집 아들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 곳들만 골라서 데리고 다녔으니...



그곳은 아직도 잘 있나?


하는 생각에 들려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잘 있었다.

충무로는 변한 게 없구나... 나는 이렇게 70노인이 되어 버렸는데 말이다.






마누라랑 연애할 때 가끔 왔던 곳이다

마누라는 이곳을 기억할까? 세월은 빠르다

벌써 50년도 넘은 기억이다



10년 전까지도 그림을 그리는 종이가 떨어지면 충무로에 지업사들을 찾았다.

돌아다니다가 점심시간 쯤 되면 생선구이 냄새가 진동을 하곤 했는데

아쉽게도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이제야 가보는 구나.

예전에는 10개도 넘는 집이 생선구이를 했는데 이제 3집만 남았다고 한다.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아쉽기만 하다


24시간 영업에, 배달까지 하는 이 집은

인근 인쇄소, 진양 꽃 상가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충무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일 먹는 밥인 것이다.

그래서 인심도 좋다. 반찬 떨어지기 무섭게 갖다 주고

공기밥 추가는 공짜란다.

넉넉하게 마음으로 차려주니 하루에 2-300명씩 찾아오는 거 같다.


쌀뜨물에 담가놔 비린내를 제거 한 뒤 노릇하게 구워낸 생선구이.

연탄불에 구운 김, 일반 불에 구우면 냄새가 나서 맛이 없다고 한다.

덤으로 얻은 갈치속젓까지 한 끼 제대로 먹었다.






연탄 난로 위에서 김을 굽고 있다

김을 직화로 구우면 탄내가 나서 맛없단다


생선구이와 갈치속젓과 상추가 아주 맛있는 곳

1주일 후에 다시 찾아 갔다


만화가 허영만 외에도 나에게 다른 수식어가 있다 영화배우 허영만

만화 식객과 타짜가 영화화 될 때, 한 번씩 까메오 출연을 했다.

내가 두 번째로 데뷔했던 영화 식객을 촬영했던 곳이다.

그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오랜만에 촬영지였던 식당을 찾았다.


주인장은 지금도 안녕하신가


50년째 영업을 하며 충무로의 터주대감인 식당이다.

백숙백반과 칼국수 두 가지를 파는데, 메인 메뉴가 백숙백반이란다.

백숙이라고 하니 냄비나 뚝배기에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을 벗어났다.

쟁반에 삶은 닭이 통째로 나온다.

국물은 양은 냄비에 따로 공기밥, 겉절이, 초장이 나온다.

이집은 초장에 고기를 찍어먹으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소금이 더 잘 맞았다


1인분에 반 마리니까... 양이 얼마 되겠어 했는데

고기 먹고 국물에 밥 말아 먹으니 금세 배가 찼다.

백반백숙 1인 분에 8천원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이 나오나 싶다.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게

배가 부르지만 칼국수도 맛보고 싶어져 한 그릇 시켰다.

영화 촬영 할 때 세 그릇이나 먹고 갔다는데.


그 맛은 여전할까?




이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칼국수 맛은 그대로라고 한다.

달걀 동동 띄운 칼국수는 매일 담는다는 겉절이를 척 얹어서 먹어야 맛있다




충무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조용했던 거리에 사람이 북적대고 활기가 돈다.

충무로의 부엌으로 불리는 인현시장 먹자골목을 찾았다.

어디를 들어갈까 고민이 된다. 결국 마음 닿는데로 찾아간 선술집


여기서 주인마음대로라는 메뉴가 베스트라는데.

음식이 나왔는데 계속 나온다~

메뉴판 보며 안 나온 게 뭔지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

머리고기, 순대, 오징어 숙회 등 모둠 한 접시, 6가지 전이 나오는 모둠전.

어묵탕에 계란찜까지... 혼자 먹기엔 너무 벅차다.

결국 사장님이 나서 단골손님과의 뜻밖에 합석.

술 한잔에 즐거운 수다는 친구를 늘게 만들었다.




옛날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아니었으나 백반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서울이 너무 넓다는 느낌이다. 하루씩 점령해 나가는 재미가 있겠다.

혼자도 좋고, 친구도 좋고, 연인도 좋다.

같이 있으면 또 다른 세계가 생길 것이다.


충무로 한복판에 가마솥을 걸어 놓은 집이 있다.

뭐가 들었을지 궁금해 묻다, 결국 맛을 보게 된 집.

가마솥에서는 청국장, 보쌈이 끓고 있다.

쿰쿰한 냄새에 콩이 적당하게 살아 있는 청국장이다.

거기에 보쌈까지 곁들여 나온다. 한 상 구성이 참 좋다.

소쿠리에 나오는 상차림이 단아하다. 반찬들도 소박하다.

밥상이 주인장을 고스란히 닮았다. 엄마의 밥상이 생각났다.




왜 힘들게 가마솥을 쓰냐고 물어보니,

가마솥을 써야 청국장의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고, 그래서 꼭 뜸을 들인단다.

음식에는 맛을 깊게 하는 뜸이 필요하듯,

인생에는 나를 다지는 뜸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음식은 인생에 대해 많은 걸 일깨워 준다



  


요즘 충무로가 서서히 뜨고 있다니 사실인가 보다.

길가 노점에 4-50대도 20-30대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리가 남아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LA갈비 골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충무로와 을지로를 잇는 대로 사이에 있다.


연탄불에 구워져 나오는 LA갈비. 일단 굽기는 합격.

요즘말로 단짠 단짠에 너무 부드러워 깜짝 놀랐다.

같이 나오는 반찬에 밥 한 공기 놓으면 백반이 따로 없다.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이들이 많았던 노점.

내가 가장 형 같아서 슬프다. 그래서 술을 퍼야겠다.

 





아직도 이런 장소가 남아 있다는 것이 반갑다.

파리의 밤 거리가 생각난다.


변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전했던 충무로가 반가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2019년 충무로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백반을 몇 번 만났더니 지방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큰 소득이다.

내 입맛을 앞세워 찾는 백반은 무모하다.

맛은 그 백반밥상에 맞기자.

백반을 즐길 수 있는 비법을 찾았다.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 된다.



댓글 1

(0/100)
  • 카카오 김선희 2019.10.04 13:23

    백반로드 따라 가보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