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칼럼]
 조선시대 사또 재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고을 현령이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네가 네 죄를 알렷다. 이것이 전형적인 치죄 방법입니다. 그런데 네가 네 죄를 알렷다. 이거 말고 사또가 다른 명령을 내릴 때도 있습니다. 저 놈을 당장 하옥하렷다. 네가 네 죄를 알렷다. 저 놈을 당장 하옥하렷다.

  우리한테는 그런 DNA가 대물림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국정조사 청문회도 그렇고, 검찰, 특검 수사도 그렇습니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증거를 들이대기 보다는 우격다짐일 때가 많습니다. 증거가 부실하니까 헌재 재판정에서는 다짜고짜로 최순실에게, 국정 개입했느냐, 이렇게 묻습니다. 국정 개입했냐고 물으면, 네, 라고 대답할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특검에서는 무조건 당장 하옥하라, 이재용 부회장 당장 구속하라, 이렇게 나옵니다. 차근차근, 차분차분,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대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그런 검찰관, 그런 재판관을 보고 싶습니다. 잠시 뒤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