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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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회 맛의 행차~! 경기 수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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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관리자 조회수 2055

130회 맛의 행차~! 경기 수원 밥상


수원만큼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 또 있을까요.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 원조 하이틴스타 김혜선 씨에게 맛있는 데이트를 청했습니다.

수원하면 왕갈비가 유명하지요.
하지만 왕갈비는 예전에도 가격이 비싸 부유층이나 즐길 수 있는 먹거리였습니다.
서민들은 소의 부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때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였던 특수부위 ‘수구레’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쇠가죽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를 일컫는 수구레.
수구레를 제대로 맛보려면 먼저 수육으로 즐기는 것을 권합니다.
보들보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재미나더군요. 양 곱창 비슷하달까요?
게다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게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콜라겐이 많다는 소리에 김혜선 씨도 젓가락질이 바빠지더군요.
수육을 먹다가 지루해질 즈음 등장한 수구레전골 역시 별미였는데요.
구수한 수구레 맛이 잔뜩 우러난 국물이야말로 진국이었습니다.
야들야들한 수구레를 건져 국물을 흠뻑 머금은 채소와 함께 먹으니 금상첨화더군요.
저도 수구레를 이렇게 제대로 먹긴 처음. 이 맛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찬 바람 불 때면 따끈한 음식이 생각나게 마련이죠.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매일 새벽 직접 두부를 만든다는 순두붓집인데요.
하얀색의 순두부와 빨간색의 순두부찌개를 8천 원 정식 메뉴로 팔고 있더군요.
모두 맛보고 싶어 각각 하나씩 시켰는데- 쟁반이 넘치도록 찬을 들고나오지 뭡니까.
보리밥에 비벼 먹을 나물 6종에 먹음직스러운 반찬이 10가지나!
게다가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반찬들이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순두부와 빨간 순두부찌개, 그리고 비지찌개와 된장찌개까지!
뚝배기가 4개가 더 나오니, 8천 원이라는 가격이 의심할 수밖에 없더군요.
하나같이 맛도 좋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통두부구이인데요.
여섯 면을 노릇하게 구운 모두부를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후 물기를 닦아내
겉은 고소하면서도 단단하고, 속은 보드라우면서도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살렸습니다.
두부 요리계의 끝판왕이라 칭할만한 맛이었습니다.

아무렴 수원에 왔으니 고기는 맛보고 가야지요.
수원 남문의 터줏대감이라는 한우 특수부위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예스러운 분위기가 정겨운 이 집의 자랑은
무려 15년 이상 소기름을 먹여왔다는 두꺼운 돌판인데요.
마치 온돌처럼 한번 달궈 놓으면 고기를 다 구워 먹을 때까지 식지 않아 좋더군요.
한우 특수부위 한 접시에는 부드러운 치마살, 쫄깃한 갈빗살, 고소한 안창살 그리고 제비추리가 골고루 나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떡심이 쫄깃하게 씹히는 제비추리였는데요.
기름지지 않고 고소해 자꾸만 손이 가더군요.
이 집의 고기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비기는 바로 쪽파무침입니다.
부추나 대파를 쓰지 않고 쪽파를 사용해 상큼하면서도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둠이 내리면 수원은 도시 전체가 화려한 조명 옷을 갈아입습니다.
끝나가는 가을밤이 아쉬워 막걸릿집을 찾았습니다.
재밌는 인테리어 소품이 많은 이곳.
3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라더군요.
이 집의 인기 메뉴는 고추튀김과 감자전입니다.
막 튀겨 뜨끈한 고추튀김에 막걸리 한잔~
바삭한데다 대글대글 입자가 살아있어 더 맛 좋은 감자전에 또 한잔~
도처에 낭만이 가득했던 수원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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