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33회 속속들이 맛있다! 여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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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0관리자 조회수 4888

<속속들이 맛있다! 여수 밥상>


전남 여수의 고향 밥상을 찾는 여정! 2막이 올랐다.


혹독한 추위만큼이나 맛있어지는 겨울 바다.

여수 겨울바다의 진객 중 하나가 못 생긴 생선의 대명사 물메기다.

꼼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인데,

하도 못 생겨서 그물에 걸린 것만 봐도 재수가 없었다던가...

보자마자 바다에 버려서 물텀벙이라고도 불렸던 바로 그 녀석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으로 물메기탕을 끓이는 단골집으로 향한다.

4~5년 전부터 왕래를 시작한 집인데,

물차에서 하차 중인 못 생긴 물메기와 정면으로 부닥쳤다.

허허- 그 녀석 진짜 못 났네.

그런데 맛도 참 좋다.

주문이 들어오면 살아있는 물메기를 뚝딱 손질해 바로 끓여낸다.

그래야 살이 녹지 않는다고.

흐물흐물한 살은 호로록 넘어가고 국물은 맑고 시원하다.

물메기를 손질하면서 알과 내장을 따로 손질해

소금에 절인 후 양념에 무쳐내는 젓갈도 내주어 맛을 본다.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물메기를 요리하는 단골 주인장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물메기를 바짝 말려서 감칠맛을 살리는 말린 물메기찜이다.

마분지처럼 말린 물메기는 2시간 동안 물에 담가 짠 기를 빼고 10분 정도 쪄내면 쫀득하고 쫄깃하다. 고흥 출신 주인장의 손맛도 좋지만,

공이 들어간 음식은 역시 티가 나는 법.




여수와 순천을 잇는 길목인 덕양리에는 1931년에 우시장이 들어섰었다.

그 영향으로 곱창집들이 하나둘 생겨나 골목을 형성했는데

이 덕양곱창골목에, 고향 친구가 추천해준 고깃집이 있다.

소 특수부위를 그날그날 들여와 일일이 손질해 파는 집이다.

시금치 두루치기를 잘한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식당에 딸린 정육점에서 소고기 손질하는 모습을 보니- 때깔부터 다르다.

사장에게 맛있는 부위로 달라고 청을 하니 내온 것은 새우살!

소 등심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부위라는데,

구이용 부위로는 상위 1%로 꼽히는 특수부위!

소 반 마리에서 1.5정도 나오는 귀한 부위인데 연하고 구수하고 육향도 일품이다.


식당 뒤에 딸린 텃밭에서 농사지어 담근 김치 맛도 수준급이다.

특히 총각김치가 일품이었는데, 제작진을 앞에 두고 우리만 먹자니 미안할 정도로 맛있다.




고기로 배를 채웠으니 이젠 밥 배를 채울 차례

이승신 씨가 여수~에 올 때부터 점찍어뒀다는 돌게장백반을 먹으러 향한다.

여수 봉산동에는 게장골목이 들어서 있다.

집집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우지만, 관광객들이 주로 찾아서인지

내 입에는 조금 달다.

짜지 않고 달지 않은 돌게장을 알아보다 고향 친구의 추천으로 찾아간 백반집.

12가지 이상 밑반찬을 내주고

양념과 간장- 2가지의 돌게장을 내준다.

간장 돌게장은 담근 지 3일이 지나면서부터 짜진다.

이 집은 담근 지 이틀 된 간장 돌게장을 내준다. 돌게의 정식 명칭은 민꽃게.

꽃게의 꼬마 사촌쯤 되는 돌게는, 여수 바닷가 돌 틈에서 흔하게 잡혀 돌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껍데기가 돌처럼 딱딱해서 돌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꽃게보다 살은 적지만, 고소하고 탱글해서

간장 게장으로는 참게, 돌게, 꽃게 순으로 치는 이들도 많다.

흔했던 돌게로 게장을 담가 반찬으로 먹다가 그 맛이 유명해지면서

아예 백반상의 주인공이 된 간장 돌게장.

커다란 대접에 수북하게 담아내주는 게 제대로 된 여수 스타일이다.


여수에서 돌게장 백반을 먹어야 한다면 이 2가지만 염두에 두면 된다.

담근 지 3일 안의 것으로 내주는가? 대접에 푸짐하게 담아내는가?

단맛이나 짠맛 등의 여부는 개인의 입맛에 맞는 집으로 선택하면 된다.


다른 여자 탤런트들과 달리 밥을 두 공기나 해치운 이승신 씨.

생일상 받은 것마냥 잘 먹었다고 하니,

손님 대접 괜찮게 치른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여수시청 뒷골목. 선어 횟집이 많은 여수에서도 활어회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방석만한 고기를 내준다고 해서 여러모로 기대가 됐는데-

찐한 여수 사투리를 괄괄하게 구사하는 주인장을 보니 단박에 기대치가 올라간다.

밑반찬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울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몇 만 원을 받을 텐데 싶다.

멍게에 키조개 관자, 전복, 굴을 내주고 해삼 물회에 돌문어탕까지

기본 찬인 횟집.

이윽고 회로 뜰 생선을 꺼내오는데- 오마이갓!

태어나서 이렇게 큰 광어는 처음이다. 배가 하얀 걸 보니 틀림없는 자연산!

양식 광어는 흑화 현상이 일어나 배가 등처럼 까무잡잡하다.

두 손으로 들기도 힘든 대물 광어를

20년 경력의 주인장이 쓱쓱 회로 떠 내는데-

지느러미 살이 큼직하다. 광어가 크니, 부위도 최소 3가지로 나뉜다.

뱃살, 등살, 지느러미 살.

마치 가래떡을 썰 듯 쓱쓱 썰어내 주는데 양도 푸짐하다.

빡빡 씻어낸 묵은지에 광어회 한 점을 싸서 입에 넣는데-

그동안 1광어를 회로 먹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치 소 생고기처럼 차지고 쫄깃하다.

주인장이 대가리에서 볼때기 살까지 발라내 주는 덕에 귀한 맛을 보는데

겹겹이 쌓인 맛의 홍수!


사실 가장 만만하고 무난해서 국민횟감이 된 게 광어다보니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던 점도 있는데-

자연산 대물 광어 덕에 큰 코 다쳤다.

내장도 큼직해서 수육처럼 삶아내 주는데 기름장에 찍어먹으니

소고기 대창을 먹는 것 같다.

생선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놀랄 노 자!


활어로 들여온 광어가 죽으면, 회로 내지 않고 묵은지와 갓김치를 넣고 푹 지져서

조림으로 내주는데- 묵은지 광어 조림에 또 큰 코 다쳤다.

이것만 있어도 밥 몇 공기는 뚝딱이다.

회만 먹고도 배가 부른 초유의 사건!

그런데 깻잎장아찌에 멍게젓갈 등 밑반찬을 내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생선 맑은 탕이 나온다.

그날그날 대물 활어를 들여와 회로 내는 집이다보니-

광어, 감성돔, 방어 등 다 특대 사이즈! 그 서더리와 내장으로 탕을 끓이는데

사골 국물 같다.

여기에 미역과 수제비를 넣고 끓여내니 국물이 진국보약이다.

종로에서 맛본 우럭 미역 맑은 탕보다 더 진한 맛.

이렇게 나온 광어 한 상이 1인당 4만 원이니 가성비로도 매우 만족스럽다.

평점으로 치면 A플러스!!

다음에 여수에 온다면 꼭 들러야겠다.




바다의 시간에 맞춰 살다보니 여수 사람들은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하루의 마무리도 이른 편이다.

그 바람에 여수의 식당들은 저녁 730분이면 마감을 하고,

밤의 골목을 밝혀주는 것은 실내포차 같은 선술집이다.


떠들썩한 웃음과 건배사 소리가 파도치는 선술집을 찾았다.

십중팔구 이런 집은 맛집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생선 대가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

특이하다.

동태 대가리는 찜으로~ 장어 대가리는 구이로 내놓는다고 해서 구이부터 시켜본다.

장어 대가리에 먹을 살이 얼마나 될까 했는데 구석구석 참 두툼하다.

살 파먹는 재미도 좋고, 양념도 달지 않아 더욱 좋다.

바다 장어 대가리를 손질해

먼저 찜기에 쪄낸 다음 오븐에 구운 뒤 양념을 발라내 주는데-

이래야 살이 골고루 익고 한결 깔끔하다나?!

대가리 구이라고 해서 간단한 안주거리쯤 되나 했는데

제대로 만들어낸다. 속속들이 맛있다.


이윽고 고향 친구가 합류해 오랜만에 회포도 풀었다.

맛있는 음식과 오랜 벗, 친근한 고향 사투리로 가득한 선술집.

술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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