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일기
342회 맛의 명당 파묘! 김민준의 고성 밥상
<342회 맛의 명당 파묘! 김민준의 고성 밥상>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동해의 끝자락,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이는
야성미와 독보적인 카리스마의 대명사, 모델 출신 배우 김민준 씨였지요.
대화를 나눠보니 강렬한 첫인상 이미지와 달리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속내를 지닌 '진짜 남자'더군요. 그와 함께 그동안 미처 몰랐던 고성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거진 전통시장 안,
현지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로컬 식당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서울에선 구경조차 힘든 11가지 밑반찬이 상을 가득 채우는데,
그 면면이 참으로 귀합니다. 지네를 닮아 이름 붙여진 오독오독한 '지누아리무침'부터,
'고리매튀김‘까지! 여기에 명태 아가미를 넣어 시원함의 극치를 달리는
서거리깍두기는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더군요.
이북 출신 종갓집 딸이었던 할머니의 손맛을 어깨너머로 배웠다는
사장의 내공이 반찬 하나하나에 서려 있었습니다.
메인인 생대구탕 역시, 싱싱한 생대구 본연의 맛을 살려 끓여낸
맑은탕은 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갈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어서 고성의 조용한 골목, 45년째 막국수 외길을 걷고 있는 노포를 찾았습니다.
1981년부터 손반죽을 고집해 온 사장이 반겨주는 이곳은
회막국수와 회냉면의 성지입니다. 명태의 고장답게 수육을 시키면
달큼하고 감칠맛 나는 명태회무침이 곁들여 나오는데,
그 조화가 기름진 맛을 꽉 잡아주더군요.
메밀 8, 전분 2의 황금 비율로 직접 치댄 막국수 면에
100% 동치미 육수를 부어 먹으니 가슴 속까지 시원해집니다.
쫄깃한 식감을 선호한다면 고구마전분 100%로 뽑아낸 회냉면도 일품이지요.
동치미와 사골 육수를 섞어 낸 그 깊은 맛에서
주인장의 정성과 자부심이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마지막 여정은 고성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귀한 '장치조림'입니다.
과거엔 못생겨서 버림받았지만, 지금은 귀물이 된 장치!
선장 남편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오면, 아내 사장이
비법 양념으로 뚝딱 요리해 내는 환상의 복식조 식당입니다.
아들에게도 안 가르쳐준다는 비법 재료가 들어간 장치조림은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자꾸만 손이 가더군요.
부위별로 씹는 맛이 다른 장치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날그날 바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밑반찬들까지 마주하니,
왜 고성 사람들이 이곳을 숨겨두고 먹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습니다.
거친 바다의 생명력과 따뜻한 손맛이 공존하는 고성.
김민준 씨와 함께한 이 낭만적인 밥상 유람은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진한 향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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