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일기
333회 깊고 푸른 맛! 길용우의 홍천 밥상
<333회 깊고 푸른 맛! 길용우의 홍천 밥상>
여행에도 적절한 온도가 있다면, 지금 홍천은 가장 뜨거운 겨울입니다.
매서운 바람도 비껴가는 홍천 오일장의 열기 속에서, 오늘의 식객을 만났습니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뀔 동안 안방 극장을 지켜온 ‘젠틀 가이’ 배우 길용우 씨!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여전히 뜨거운 연기 혼을 불사르고 있는 그와 함께,
설경보다 아름다운 홍천의 맛을 찾아 떠났습니다.
먼저 홍천 중앙시장에서 기나긴 대기 줄을 자랑하는 칼국수 노포를 찾았습니다.
26년째 노부부와 아들 내외가 함께 일터를 지키는 곳입니다.
매일 400~500개의 만두를 빚고 직접 면을 써는 정성이 대단하더군요.
기계 면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투박하고 쫄깃한 식감의 면발과,
시원한 강원도 김치로 속을 꽉 채운 만두의 조화!
특히 고춧가루에 대충 버무려 3일간 익혔다는 ‘덤벙김치’가 내는 깊고 고소한 맛은
이북식 만두를 즐긴다던 길용우 씨의 입맛마저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7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담긴 노부부와 아들 내외의 정성,
홍천 장터의 ‘스테디셀러’다운 맛이더군요.

도심 외곽에서는 상다리 부러지는 홍천표 으뜸 정식을 만났습니다.
모내기 철 일꾼들의 허기를 달래던 들밥에서 영감을 얻은 밥상이라지요.
17가지 찬이 빼곡히 차려지는데, 가격은 단돈 만 원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강원도 특유의 막장으로 자작하게 끓여 낸 ‘뽀글이장’과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키다리나물’
거기에 뭉근하게 조린 고등어조림과 제육볶음까지!
어느 것 하나 손 안 가는 것 없는 밥상을 마주하니 임금님 수라가 부럽지 않습니다.
주인장이 매일 하루 꼬박 걸려 삶아낸다는 부드러운 시래기나물 한 점에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하니, 고향의 품에 안긴 듯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밥상이었습니다.

홍천 한우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정육 식당도 들렀습니다.
이곳은 마장동에서부터 홍천 도축장까지, 26년 경력 주인장의 노하우가 집약된 곳입니다.
20일간 저온 숙성한 1+ 등급 암소 한우를 만 원대에 맛볼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처럼 두툼한 등심과 육즙 가득한 제비추리가 불판 위에서 완벽한 풍미를 뽐냅니다.
육질의 찰기와 깊은 맛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직접 고기 집도에 나선 길용우 씨도 감탄을 금치 못하더군요.
대파와 고사리를 듬뿍 넣고 결대로 찢은 고기가 들어간 육개장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는 육개장 한 그릇에 홍천의 추위가 저만치 달아납니다.
길용우 씨의 깊은 연기 인생처럼, 진하고 묵직한 여운이 남는 밥상이랄까요.
맛의 고장 홍천에서 만난 뜨거운 열기, 여러분도 꼭 한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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