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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일 저녁7시50분

백반일기

300회 영원한 승부사! 국수 조훈현의 목포 밥상

관*자 2025.06.15
<300회 영원한 승부사! 국수 조훈현의 목포 밥상>

바둑계 불멸의 승부사이자 싸움의 신! 전신이라 불리는 조훈현 국수는
9살 최연소 프로기사 입단부터 바둑계 최초 전관왕 3회 달성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지닌 대한민국 바둑의 전설인데요.
조훈현 국수의 고향! 낭만적인 항구 도시 목포의 맛을 찾아 떠났습니다.

바다와 육지를 잇는 길목이라 먹거리 풍부한 목포에 왔으니
목포를 대표하는 백반집을 찾았습니다.
문 열자마자 목포 사람들 줄 설만큼 명성이 자자한 이 댁에선
갓 지은 가마솥밥과 한우 설깃살로 만든 싱싱한 육회에
반찬이 열 가지 넘게 나오는 백반을 단돈 12,000원에 맛볼 수 있답니다.
김이 폴폴~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슬고슬한 가마솥밥의 맛은 일러 무삼하리오-
특히 새콤달콤하게 무친 우뭇가사리며, 쪽파를 넣어 무친 멸치 등
매일 아침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반찬엔 어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담겨 있어
젓가락과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메인 반찬인 육회는
한우 설깃살과 등심 부위를 간장으로 무쳐 부드럽고 쫄깃하면서
짭조름한 감칠맛이 아주 훌륭하더군요.
이 댁 손맛과 가격에 반한 조훈현 국수는 빠른 속도로 밥그릇을 비웠습니다.
싱싱한 육회와 따뜻한 가마솥밥까지 마치 대접받는 기분까지 들어
가히 목포를 대표하는 백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둑 둘 때 묘미가 또 짜장면 내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목포 도심에서 66년 동안 자리를 지킨 중국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중깐! 중깐은 ‘중화요리의 후식 짜장’이라는 뜻으로
오직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 해서 중깐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원 플러스 원(1+1)도 아니고 짬뽕과 탕수육까지 세 가지 요리가 나오는데
이 중깐세트의 가격이 인당 8천 원이랍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에
조훈현 국수는 남는 게 있냐시며 걱정까지(?) 하셨는데요.
이 집 중깐은 유니짜장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더군요.
오직 잘게 다진 양파와 양배추만으로 걸쭉함을 뽑아낸 소스가
마치 쌀국수 면처럼 얇은 면에 착 달라붙어 감칠맛을 불러일으키고
덤으로 나오는 짬뽕과 탕수육도 조연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만듦새와 맛이 훌륭해서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가성비 넘치는 중깐세트와 주인장의 후한 인심을 맛보고 싶다면
이 집을 꼭 찾으십시오.

목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홍어지요.
국내산 홍어 중에서도 흑산도 홍어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요.
역시나 식당 입구에만 가도 벌써 코가 벌렁벌렁하더군요.
특히 홍어를 너무 좋아해 식당까지 차렸다는 주인장이
홍어 손질부터 볏짚을 끼워 항아리에 숙성하는 과정까지
모두 직접 하기 때문에 생홍어부터 1개월, 3개월 등
홍어의 삭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홍어삼합을 시키면 고소함의 극치인 홍어애부터 홍어무침,
코끝이 찡~해지는 홍어전과 홍어애국은 물론 홍어 요리의 꽃인
홍어삼합까지 모두 맛볼 수 있어 참 황송하기까지 했는데요.
삭히지 않은 생홍어는 물렁뼈가 오독오독 씹히면서 단맛이 올라오고
3개월 삭힌 홍어는 훅 들어오는 알싸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는데요.
조훈현 국수는 살아생전 홍어를 너무나 좋아했던 어머니 덕에
홍어 맛을 알게 됐고, 지금도 홍어만 보면 어머니의 추억이 떠오른답니다.
음식은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된다죠-
조훈현 국수의 고향, 목포의 후한 인심과 맛 좋은 음식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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