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일기
289회 서예지의 원더풀 원주 밥상
< 289회 서예지의 원더풀 원주 밥상>
수도권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고장이죠.
봄눈이 펄펄 내리는 원주에서
수려하고 아름다운 배우 서예지 씨와 함께
강원도의 맛 기행을 떠났습니다.
전국 팔도를 다닌 지 어언 7년,
저마다 각양각색 특색을 가진 식당들이야 참 많았지만
입구에 떡하니 복권을 판매하는 곳은 또 처음이지 뭡니까.
인적이 드문 도심 외곽에서도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혹시 복권 때문인가 했더니 그게 전부는 아니더군요.
토박이 부부가 새벽마다 만드는 걸쭉한 감자옹심이가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
솥뚜껑에 꾹꾹 누른 누룽지처럼 큼지막하게 부쳐낸 감자전이며
세숫대야처럼 큰 그릇에 푸지게 담아낸 감자옹심이에서
강원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느꼈습니다.
강원도에서 거뭇거뭇한 메밀 면발 안 보고 가면 섭섭하달까요?
푸르른 산과 너른 밭 한 가운데, 빨간 지붕이 예사롭지 않은 막국숫집을 찾았습니다.
흰머리 지긋한 노부부와 자녀들이 복닥복닥 음식을 만드는 게 보기가 참 좋더군요.
막국수는 뚝뚝 끊기는 면발이 다반사건만
이 집은 어째 면발이 탱글탱글한 게 입안에서 춤을 춘달까요?
밥 뜸 들이듯, 돼지고기도 뜸을 들여 속까지 촉촉하게 익힌 수육이
슴슴한 동치미 국물과 찰떡궁합을 이루더군요.
27년간, 강원도 추위를 견디며 자식들을 위해 동치미를 담그고 국수를 뽑았다죠.
노부부의 지문을 닮은 막국수, 아니 멋국수를 만났습니다.
낮에는 백반집이었다가 저녁에는 직장인들의 사랑방으로 변하는 곳.
사람들의 말소리와 연탄불 향이 그득한 정겨운 고깃집입니다.
냉이튀김에 달래무침까지~ 밥상에 봄을 담았더군요.
이 집의 진짜 주인공 고추장삼겹살은 이름과 달리
고추장보다 고춧가루 비율을 높여 텁텁함 없이 뒷맛이 깔끔하게 만든답니다.
고된 하루를 위로하는 맛! 이곳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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