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밤 8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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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회 천생연분! 최시원&정인선 DNA러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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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관리자 조회수 632

<261회 천생연분! 최시원&정인선 DNA러버 밥상>


청량한 하늘이 높아진 만큼 설렘이 부풀어 오르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

오늘은 반짝이는 햇살처럼 빛나는 선남선녀와 함께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요.

<DNA러버>라는 드라마로 브라운관을 찾아온

최시원 씨와 정인선 씨가 그 주인공이더군요.

사랑스러운 두 사람과 함께, 기분 좋은 백반 데이트를 즐겨보려 합니다. 


먼저 최시원 씨의 단골집을 찾아 아늑한 돌담길이 맞아주는 서순라길로 향했습니다. 

친아버지가 소개시켜준 홍어 맛집이 있다며 앞장서는 시원 씨를 따라가다보니,

제가 만화 <식객> 취재 때 방문했던 홍어집이더군요.

30년 넘는 세월 동안 2대째 지키고 있는 이 댁 홍어 맛이 이따금씩 그리웠는데

오늘 시원 씨 덕분에 추억을 맛봤습니다.

홍어라 하면, 아무래도 삼합을 안 먹어볼 수 없습니다.

적당히 삭혀 은은한 알싸함이 일품인 홍어회에, 구수한 감칠맛을 주는 돼지고기수육을 얹고

이 댁 음식 맛의 정점에 있다고 할법한 묵은지를 올려 먹으면

삼합의 조화가 입안에서 잔치를 벌인달까요?

계절과 날씨에 맞춰 깐깐하게 삭히는 홍어뿐 아니라

아삭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가히 완벽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묵은지는

서울 홍어 맛집으로 소문난 이 댁 주인장의 필살기랍니다.

저와 시원 씨 같은 홍어 고수들에게 별미라는 홍어전과 홍어탕까지,

맛깔난 홍어 한 상으로 오랜만에 추억을 맛봤습니다.




최시원 씨에 이은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서울 광진구이더군요.

이곳에서 만난 분은 왕년의 골목요정’이자 드라마 <DNA러버>의 여주인공 정인선 씨였습니다.

인선 씨가 일주일에 3~4번은 갔다는 단골집이라는데 퍽 기대가 되더군요.

인선 씨가 자주 먹었다는 보리굴비와 주인장이 추천한 맑은순두부를 주문하니,

정갈한 자태로 나온 기본 5종 나물 반찬이 심상치 않습니다.

간이 세지 않아 하나하나 본연의 향이 살아있는 나물은

보리밥과 함께 비볐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더군요. 한 그릇 뚝딱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맑은순두부는 두부 명인을 쫓아다니며 배운 두부 기술은 물론

목이버섯과 새우젓을 넣는 주인장의 노하우가 한데 모여 특별한 맛을 내더군요.

인선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이 댁 보리굴비 역시, 연잎에 싸서 한 번 찐 후 

그릴에 구워서인지 비린내 없이 적당히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친정엄마에게 배운 손맛에, 어느 음식 하나 허투루 내지 않는 주인장의 올곧은 신념이

모든 그릇에 옴팍하게 담긴 정성스러운 한 상이었습니다.





광진구 어느 골목에서 드디어 세 사람이 뭉쳤습니다.

최시원 씨, 정인선 씨와 함께 회포 풀기에 딱 좋은 ‘야장’ 분위기에다가

두 사람의 신선한 만남만큼 뜻밖의 음식 궁합 자랑하는 새로운 메뉴가 있는 동네 맛집으로 향했죠.

맛있는 시너지의 결정체, 바로 닭꽃게탕입니다.

상상조차 어려운 메뉴에 언뜻 달과 꽃게가 어울릴까 하는 일말의 의심이 들었지만

국물 한입에 그런 의구심이 싹 가라  앉더군요.

닭 특유의 묵직하고 구수한 감칠맛에 꽃게의 시원하고 깔끔한 풍미가 만나

각자의 매력은 살리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달까요?

한 자리에서 30년을 버틴 주인장이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하더군요.

주인장의 30년 요리 인생을 처음부터 함께해온 들깨곱창볶음 또한 별미였습니다.

돼지곱창이라고 믿을 수 없는 부드러움과 국내산 들깨가 주는 극강의 고소함이

여느 곱창볶음과 견주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맛이더군요.

일상에 지친 하루의 끝,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위로 한 입, 격려 한 입을 나누는 소소한 행복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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