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밤 8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253회 온주완과 함께하는 섬섬여수 섬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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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관리자 조회수 710

<253회 온주완과 함께하는 섬섬여수 섬 밥상> 


요즘처럼 떠나기 좋은 나날이 이어지고 좋은 날들이 이어지면

왠지 모르게 돌아가고 싶은 그곳, 문득 여수가 떠오르는 날이 많아집니다

이번에는 여수에서도 자주 가지 못해 유난히 그리운

여수 섬으로 기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파도처럼 청량한 미소를 가진 온주완 씨와 함께 가니

어떤 섬 이야기를 듣게 될지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여수 돌산에서 배로 25분이면 닿는 천혜의 섬, 금오도

금오도의 끝자락 작은 섬마을에 닿으면

아낙들이 딴 갯것들로 섬 밥상을 차리는 식당이 있습니다.

“섬에 오셨으니, 섬에서 난 걸로 드쇼잉”

주인장의 투박한 남도 말씨와는 달리

거북손부터 갖가지 해조류 등 거친 파도를 헤치고 따온 귀한 갯것들이

주인장의 정성스럽기 그지 없는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댁에서 맛본 가사리국은 특유의 시원함은 물론

꼬들꼬들한 식감까지 더해지니 섬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달까요?

섬 백반 한 상에, 맛과 정 그리고 섬 하나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80년 넘게 금오도에 산 토박이와 그 딸이 살고 있는 섬마을 식당을 찾았습니다.

금오도에 사람이 많던 시절엔 하숙도 쳤다는 식당 내부는

벽이며, 창문이며 옛날 90년대 가정집 그 자체더군요.

추억이 물씬 느껴지는 이 댁에서 특히나 자신 있게 선보여 준 건

자그마치 61년 된 종균으로 만든 막걸리식초였습니다. 

묵직하고 깊은 신맛으로 여수의 별미인 서대회무침을 이 댁에서 맛볼 수 있었죠.

역시나 서대회와 막걸리식초의 만남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더군요.

게다가 61년 동안 지켜온 맛이라니 남다를 수 밖에요.

팔순의 주인장이 유일하게 내놓는 탕거리, 쏨뱅이맑은탕도 맛봤습니다.

생선이라면 질리도록 먹어본 섬 토박이에게

비린내 없이 깔끔한 맛 자랑하는 으뜸 생선이 바로 이 쏨뱅이라더군요.

말마따나 두툼한 쏨뱅이 살 한 점과 억센 뼈에서 나온 개운한 국물을 들이켜니

여수 내륙과 또 다른 섬의 맛을 비로소 확연히 알게 됐달까요




여수에서도 ‘갯장어 하면 경도, 경도하면 갯장어’ 

이른 바 갯장어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 바로 ‘경도’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이때, 갯장어를 안 먹을 수 없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경도를 찾았습니다.

예전엔 전량 일본 수출되는 통에 맛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여름 보양식으로 갯장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답니다.

우선 갯장어회는 보들보들한 갯장어살과 살짝씩 씹히는 잔가시가 고소한 맛이

신묘한 조화를 이룬달까요?

뒤이어 나온 갯장어샤부샤부는 칼질부터 눈길을 사로 잡더군요.

껍질에 닿을랑 말랑, 껍질과 살집 사이에 잔가시를 끊어내면서도

딱 샤부샤부 해 먹기 좋게 잘린 모양이 가히 예술작품이래도 과언이 아니죠.

장어 뼈를 우린 육수에 7초 내외로 단시간에 익히면

하얀 수국처럼 복슬복슬하게 솟아오른 갯장어 속살이

입안에선 사르르 녹아버리더군요.

바야흐로 여름, 더위 물리치는 여름의 섬맛을 제대로 맛본 한 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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