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일기
245회 맛의 고개를 넘다! 문경 밥상
<김동준과 맛의 고개를 넘다! 문경 밥상>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는 길이면 꼭 지나야 했다는 문경새재.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이지요.
오늘은 이 멋진 도시에 문경과 지난 일 년간 동고동락했던 고려거란전쟁 히트의 주역, 김동준 씨를 모셨습니다.
문경의 걸출한 풍광과 아주 잘 어울리는 분이더군요.
늦봄, 문경의 맛을 한껏 즐길 수 있는 나들이였습니다.
문경에서도 관광지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영순면이라는 동네에 괜찮은 백반집이 있다 하여 들렀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고작 5천 원밖에 하질 않더군요.
메뉴판이 잘못되었나 두 눈을 의심도 해봤지만 가게를 연 이래 5천 원이라는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답니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음식도 대충하지 않고 그날그날 팔 반찬을 매일 아침 새로 만든다더군요.
대부분 식재료를 농사지어 공수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고 하니 놀랠 노자.
오랜 살림 경력으로 갈고닦은 음식 솜씨 또한 수준급이었습니다.
고기가 약간 아쉽다면 단돈 만 원에 즐길 수 있는 약돌돼지 석쇠불고기를 추가하면 딱인데요.
연탄불에 구워 근사한 불맛까지 더해져 열 맛집 안 부럽더군요.
문경에서 가장 번화한 점촌을 뒤이어 찾았습니다.
이곳 골목에 50년, 무려 반세기를 영업해 온 만둣집이 있는데요.
서울 유명 중국집 주방장을 도맡으며 실력을 쌓아온 주인장이 고향 문경에 야심 차게 낸 만둣집이라더군요.
튀기듯 구운 이 집 만두는 피부터 속까지 전부 매일 새로 만든다는데,
그중 압권은 반죽기 없이 손으로만 치대 빚는 만두피입니다.
소 또한 돼지고기 순살만 써서 기름기 없이 담백하더군요.
매일 반죽해 주문 즉시 뽑아서 만든 가락국수 역시 꽤 괜찮은 메뉴.
멸치와 다시마, 천일염만으로 낸 국물은 깔끔하다 못해 투명합니다.
50년 내공이 괜히 쌓인 게 아니더군요.
청도만 미나리가 유명한 줄 알았는데, 문경도 한 미나리 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미나리밭 바로 옆에서 약돌 돼지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집에 다녀왔습니다.
가을부터 추운 겨울을 보낸 미나리는 더욱 싱싱하고 맛이 좋은데요.
문경에서만 나는 거정석을 먹여 키운 약돌돼지를 함께 구워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5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니, 늦기 전에 문경으로 달려가 보는 것도 늦은 봄을 즐기는 방법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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