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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 KAL 858 부터 세월호,5.18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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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최현순 조회수 601


 살펴보면 음모론이란 전 세계적으로 꽤 오래전부터 많이 존재해왔던것 같다. 가령 외계인 음모론이라던가 알고보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지하정부(또는 제3의 정부)가 존재해서 국제사회를 움직인다는 식의 음모론 등. 전 세계적으로 공공연히 퍼진 음모론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은 대개 허무맹랑하고 황당한것들이라 조금만 상식이나 지식을 갖고 살펴보면 그 허점과 앞뒤가 맞지 않음을 금새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이런 음모론은 그냥 한번 흥미로 읽어보고 씨익 웃어버리거나 ‘허허...세상에 참 별 소리를 다 하는 사람들이 다 있군...’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경우 주요 정치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남북문제와 관련 음모론이 적잖이 제기되어오곤 했다. 그 근본 원인은 아무래도 과거 냉전시대 군사정권이 자신들이 정세적으로 불리하면 남북간의 안보문제를 이용 여론을 유리하게 돌리려 했다는 의심과 불신을 많이 해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와같은 성격의 음모론으로 대표적인것이 역시 87년 대선 당시 있었던 ‘KAL 858’ 테러 사건과 관련된 음모론이다. 북한이 김현희란 젊은 여성공작원을 앞세워 이와같은 테러를 일으킨것은 1년후 있을 88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었지만 사건 자체가 하필 공교롭게도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터져 많은 이들이 의혹과 의문을 갖기 충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칼기 음모론을 보면 애초에 제기된 의혹은 그야말로 북한이나 국제정세에 대해 무지한 20대 젊은 운동권 수준의 혈기로 만들어낸 단순한 것들이었다. 북한에서 ‘자신이 진짜 김현희’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다느니 김현희가 꽃다발을 전했다는 사람이 실은 다른 사람이라느니, 하지만 칼기 사건 자체가 워낙 시기적으로 절묘해 정치적 의문을 품기 너무 알맞은(?) 것이라서인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설픈 전문가들의 의혹제기가 한두가지씩 첨가되어 한때는 칼기 관련 의혹이 무려 100여가지에 달하기도 했고 이를 주제로한 책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칼기사건은 보수정권으로 넘어오면서 김현희가 TV에 직접 나와 의문의 상당부분을 해소시켜줌으로써 음모론은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지금와 생각해보면 칼기사건은 애초에 안기부도 추락지점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거나 일부 보고서나 서류에 오류가 보이는등 ‘초동수사의 미비’도 분명 보여주었던것 같다. - 안기부는 늘상 자신들은 ‘당시 최고의 기술과 정보력으로 최고수준의 수사를 했다’고 주장해왔지만.


 또하나 근래들어 북한과 관련되어 제기되었던 음모론 하나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관련된 음모론이었다. 천안함 문제는 특히 북한의 소행임을 한사코 믿고싶지 않으려하는 일부 강경좌파들이나 남의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의문과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 북한의 소행이 거의 확실함이 밝혀졌음에도 음모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천안함 음모론’ 역시 북한문제와 관련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음모론이 특히 북한과 관련되어 안기부나 정부의 조작이니 하는식으로 불거지는것은 아무래도 역시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보수정권과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풍조에서 그 뿌리를 찾을수 있을것 같다. 물론 과거 군사정권이 간첩사건을 조작하거나 안보문제를 정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반전카드로 삼았던적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 직선제로 개헌이 된 이후엔 솔직히 평균 2년마다 전국단위 선거도 치르고 매년 보궐선거도 한두차례 치르는 나라다. 이런 현실에서 툭하면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음모론을 제기하다보면 ‘음모론’에 걸려들지 않을 북한관련 사건은 거의 없을것이다.


 헌데 근래들어선 좌파들뿐만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수있다. 가령 땅굴이 무슨 부산이나 제주까지 뚫렸다느니 싱크홀이 남침땅굴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느니 하는 ‘땅굴 음모론’이라던가 그 무슨 예언을 빙자 모월모일에 북한이 침략해올것이라느니. 뭐 그렇게까지 크게 이슈화된 사안은 아니니 굳이 언급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심지어 어느어느 인사가 어느 전직대통령의 숨겨진 자녀라는 식의 의혹제기도 한때 있었다.


 또 언제부터인가 일부 극우세력으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음모론이 5.18과 관련한 북한군 개입설이다. 사실 5.18과 관련한 북한 개입설은 생각보다 그 뿌리가 길어서 애초 한 2천년대 초반경부터 일부 보수사이트를 중심으로 5.18 주제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실은 김일성을 찬양한 노래라는 의혹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다 2천년대 중반엔가 한 탈북자가 5.18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었다는 주장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주장을 했던 탈북자의 주장 내용은 이후 몇차례 번복되어 신뢰성을 잃었고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해서 나온 이야기도 ‘북한주민들이 광주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것을 보았다’는 식의 황당한것이 많았다. 근본적으로 80년 광주는 언론과 보도가 철저히 통제되었고 인터넷 실시간 중계 시스템도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나 생긴것이니 80년에 북한주민들이 광주상황을 실시간으로 본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계엄이 전국에 확대된 상황에서 혹여 애초부터 남한내에 뿌리내리고 있던 고정간첩이나 북한과 연계된 불순세력이 과격시위를 선동하거나 악성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다녔다면 그건 납득할수 있어도 북한군 수백명이 투입된것을 계엄이 확대된 상황에서 몰랐다면 이건 당시 정보부,계엄사,보안사 주요 핵심 관계자들이 전부 처벌받아야 하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또 근래 들어서는 모 극우사이트에서 일부 네티즌이 5.18 자료사진과 북한 인사들 사진을 대조해가며 ‘이 사람이 5.18때 광주에 왔던 인물(소위 ‘5.18 광수’)’이라며 몇호광수...몇호광수 이런식으로 의혹제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헌데 이 사진대조 자체가 기도 안차는게 대충 봐도 별로 비슷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북한인사 아무하고나 대조해가며 소위 ‘5.18 광수’ 딱지를 붙여가고 있는것이다. 심지어 이 5.18 광수는 테마별로 분류할수도 있는데 애초에는 주로 현재의 북한 요인들을 5.18 광수라고 지목하더니 언제부터인가는 주요 탈북자들을 이른바 ‘탈북광수’ 또는 ‘서울광수’라며 ‘이 사람들도 80년에 광주에 왔던 사람이라’며 주장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새로운 제3테마로 80년대 당시에 북한 주요 요인이었던 사람들을 ‘5.18 광수’라 주장하고 있다. 만약 저 5.18 광수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북한은 5.18때 당시 북한요인은 물론 훗날 탈북자가 되는 사람들 게다가 역시 훗날 북한 주요요인이 되는 사람들까지 모두 광주에 내보냈다는 매우 ‘황당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한편 ‘탈북광수(또는 서울광수)’로 지목된 탈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자신은 80년에 광주에 온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헌데 왜 이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5.18 북한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것일까. 원인을 근본적으로 찾아보면 결국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세력이 우리사회에 일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일부 극우사이트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알려진 보수인사들중에도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적잖이 있다. 결국 ‘임을위한 행진곡’ 논란에서부터 5.18 북한군 개입의혹 그리고 5.18 광수의혹은 그 발생동기를 살펴볼때 맥락을 같이하는 셈이다. - 실제 보수,극우 인사들의 5.18 의혹 견해를 살펴보면 5.18 광수 의혹을 모두 믿는 사람에서부터 5.18 광수 사진의 일부는 인정하는 사람, 5.18 광수 의혹은 믿지 않아도 북한군 개입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 사람, 5.18 광수나 북한군 개입 의혹은 믿지 않아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노래의 정체성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등 가지각색이다.


 5.18의 역사적 평가 문제는 이 글에선 논외로 하기로 하고, 여기선 왜 이런 의혹과 음모설이 늘상 불거져 나오는지 그 이유를 좀 분석해보기로 하겠다. 음모론의 성격과 뿌리를 살펴보면 결국 불신풍조, 우리사회의 경우엔 정치에 대한 불신,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좌우 상호간의 뿌리깊은 불신에서 그 이유를 찾을수 있다.


 실제 군사정권때 일부 있었던 간첩조작 사건이나 안보문제를 국내의 불안한 정세속에서 여론반전용으로 사용했던 원죄(原罪) 때문인지 우리사회엔 북한과 관련해 무슨 사건만 터지면 또 북한문제를 국내정치나 선거에 악용하려 무슨 음모를 꾸미는것 아닌가 하는 소위 북풍(北風) 논란이란 뿌리깊은 불신풍조가 있다. 87년의 KAL 858 사건처럼 시기적으로 참으로 공교로울때 터져 장시간 지긋지긋할정도로 이어졌던 ‘음모론’도 있지만 천안함 사태처럼 일부 극좌파나 음모론 매니아들이 의도적,악의적으로 퍼트린것도 있다. 


 세월호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황당한 음모론들이 적잖이 나돌았었는데 이것 역시 박근혜 정권을 불신하거나 정부나 기득권층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있는 세력의 정서를 어느정도 이용한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 제기한 의혹은 역시 좌파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것이다. 남침땅굴 의혹이 그렇고 5.18 의혹이 그렇다. 마치 좌파나 또는 종북세력에 동조하는 일부 불순세력이나 기회주의 세력이 북한의 대남도발과 관련된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것처럼 그런 시각에서 이런 의혹과 음모설을 제기해온것 같다. 특히 5.18 음모론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부 보수,극우세력들이 일정부분 동조해 가고있는 모양새다.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외계인 음모론이나 지하정부 존재설 같은 ‘세계적인(?) 음모론’은 사실 내용 자체가 너무 허황하고 황당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냥 ‘세상에 별 소리가 다 있네’하고 그냥 씨익 웃어넘기게 된다. - 그리고 저런 음모론들은 사실 관심갖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은 알게되는(가령 국제정세를 좀 이해하게 된다던가) 순기능도 약간 존재한다. (* 사실 이 글 쓰는 필자도 가끔은 어쩌면 정말 가령 글로벌 기업이나 미디어재벌 또는 강대국의 정보기관장 출신들이 로키산맥이나 알프스산맥 인근의 어떤 밀실에 모여 내년 KOREA 대선정국이나 아카데미 수상작까지도 논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정도는 가끔 해본다. ^^;;)


 하지만 작금의 우리사회에 만연한 저와같은 음모론들은 결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 공권력에 대한 불신, 좌우 양 진영간의 불신, 정치불신등 불신풍조만을 더 심화시켜 결국 사회불안과 국론분열만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악에 불과할뿐 우리사회의 화합과 통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것들이다.


 음모론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저런것들을 맹신하게 되면 결국 자신들이 확신하는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 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칼기 의혹때가 그랬다. 아무리 김현희가 직접 나와 증언을 하고 정보기관이 근거를 대며 이야기를 해도 ‘칼기사건이 안기부 조작’이다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확신하고 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이상 그 외에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 들었다.


 작금의 5.18 음모론도 마찬가지다. ‘5.18 광수’ 의혹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바로 그렇게 북한 요인 수백명이 다녀갔다는것을 모두 그대로 확신하는 전제하에서 자신들만의 소설과 추론을 써낼뿐 그 외에 그 어떤 근거나 증거자료를 들이대도 믿지 않으려 한다. ‘도대체 북한이 그런 소요사태때 그 많은 정부요인들을 광주까지 보낼 이유가 뭐냐 ?’는 물음엔 ‘실은 그들은 남한정부를 인수하기 위한 인수위였다’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심지어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때 왔던 북한 요인이 실은 5.18때 전사한 북한군 시신을 되찾아 갔다느니 5.18 북한군들이 청주 어디에 비밀유골로 파묻혀 있다느니 스스로도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들을 계속 늘어놓으면서도 자신들끼리 맹신하는것만 믿으려들고 그 외의 반론 근거나 증거는 아무것도 믿으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음모론이 만연하고 횡행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그 사회가 얼마나 정부나 국민 구성원 상호간의 불신이 심각한지를 방증하는것이기 때문에 진짜 심각한 문제다. 칼기 음모설도 세월호나 천안함 음모론도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국론분열과 불신풍조만 가중시킨 사회악일뿐이었다. 이제 여기에 또다른 음모론이 확산되어 새로운 분열과 불신을 가중시키는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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