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칼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이 등 돌린 지도자, 국민이 등 돌린 지도자가 제 발로 걸어내려온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벼랑 끝 정도가 아니라 절벽으로 굴러떨어진 뒤에야 사태를 파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백성이 등을 돌렸어도 임금을 끝까지 옹립하려는 측근들이 몇 사람만 있으면 임금은 그 측근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율 5%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이 아니면 형사 소추되지 아니 한다는 헌법적 안전판에 기대어서 정치적 결단을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14개월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도 보입니다.  대통령의 버티기가 관철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당장 물러난다고 해도 그로부터 국가 운영을 넘겨받을 야권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물러나든 물러나지 않든 앞으로 14개월은 혼란과 파국으로 점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헌과 조기 대선이라는 희망의 변수가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 정치권이 개헌과 조기 대선에 합의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