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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그들도 결국 실향민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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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최현순 조회수 484



 지난 여름, 종편에서 방영하는 젊은 탈북 여성들이 다수 출연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 무더운 한여름 낮. 20대 탈북여성 세명이 집 앞 마당에 자리를 깔고 누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한 탈북여성이 그러다 말한다. ‘ 저 하늘 저 구름은...내 고향 북녘에도 그대로겠지 ?’ 그러자 옆자리에 누운 다른 탈북여성이 그 말을 받는다. ‘고향에 두고온 친척들...내 친구들 보고싶다.’ 그러자 나머지 다른 한명의 탈북여성도 거기에 동의하는듯 맞장구를 친다. 그 광경을 보며 새삼 느꼈다. 탈북자...그들도 결국 실향민인것을...


 그렇다. 탈북자도 실향민이다. 우리가 흔히 실향민 하면 6.25때 북한땅을 등지고 월남한 그래서 하루하루 연세들어 늙어가시는 나이많은 할아버지,할머니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기 때문에 아직 20대의 젊은 탈북여성들이 북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웬지 낯설어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실향민’이다. 북에 두고온 고향,가족,친지들을 그리워하는 그 모습, 월남한지 어느덧 수십년이 지나 이제 살날이 머지 않으신 연세드신 실향민 어르신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심지어 오버랩되기까지 한다. 이제 탈북한지 한 10년 남짓 된 20대의 탈북여성. 그들이 한여름 망중한을 즐기며 문득 북에 두고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잠기는 모습. 만약 지금 연세 70,80정도 되신 실향민들이라면 지금부터 60년전인 6.25 직후에는 아마 저들 탈북여성과 거의 비슷한 연배였으리라. 아마 그분들도 60년전 젊은 시절엔 그렇게 피난내려와 자리잡은 남한땅 어느어느 모처에서 비슷한 처지의 비슷한 또래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고온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에 잠기지 않았을까 하는. 그때의 그 20대 실향민들은 어느새 60년 세월이 지나 칠순,팔순 고령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되셨고 이제 젊은 탈북자들이 또다른 ‘신세대 실향민’이 되어 북녘 고향을 그렇게 그리워하고 있는것이다. 마치 그 시절(60년전) 젊은 실향민들이 그랬던것처럼...


 그러고보면 탈북자들중에도 어느덧 고향을 떠난지 10년이 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가령 90년대 후반쯤에 식량난으로 10대 중,후반 정도 나이에 북한을 탈출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라면 지금 나이는 대략 서른을 넘겼을것이고 고향을 떠난지도 어느덧 17-18년 세월이다. 6.25때 월남한 실향민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중에도 적잖은 이들은 어느덧 이미 고향을 떠난지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것이다. 실제 방송에서 그와같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 젖은 세 여성도 모두 북한을 떠나온지는 어느덧 10년 정도가 된 사람들이다.


 탈북자도 실향민이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별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것 같아서 그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담아 이 이야기를 전한다. 흔히 실향민 하면 6.25때 고향을 등지고 월남하신 연세드신 할머니,할아버지가 연상되기 때문에 아직 20-30대 정도의 젊은 사람을 ‘실향민’이라고 한다면 웬지 낯설고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식량난과 정치적 핍박등을 피해 목숨을 걸고 남한땅까지 왔지만, 이제 가고싶어도 갈수없는 고향과 북에 두고온 가족,친지,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그러한 고향잃은 실향민(失鄕民)의 처지인것은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6.25 동란이 있은것이 어느덧 60여년전의 일. 3.8선으로 남과북이 분단된지는 언느덧 70년이다. 가고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싶어도 보지 못하는 고향과 친척들을 두고 있는이들의 그리움과 한의 시간이 벌써 그만큼 흐른것이다. 6.25때 월남한 실향민 어르신들의 나이는 이제 어느덧 칠순을 넘긴 고령. 솔직히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제 그분들이 생전 고향땅을 밟아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6.25때 월남한 어느덧 연세많은 할머니,할아버지들 대신 새로운 실향민이 이산가족이 생겨나고 있음을 있지말자. 그들이 바로 탈북자들이다. 북한의 식량난과 정치적 핍박등을 피해 이곳 남한까지 와서 정착하고 있는 탈북자들. 그들 역시 이제는 가고싶어도 마음대로 갈수없는 고향땅 그리고 그리운 가족,친지,친구들을 북녘에둔 실향민이고 이산가족인 것이다.


 한때 통일후 남과북의 흩어졌던 이산가족들은 반세기 이상 갈라져 살아왔던 남과북의 이질감을 완화시켜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줄것이란 기대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6.25때 월남하신 실향민들의 연세는 점차 고령화되어가고 그분들 생전에 북에 두고온 고향과 가족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무척 희박한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곁에는 그대신 새로운 신세대 실향민, 신세대 이산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이 바로 탈북자들이다.


 식량난과 정치적 핍박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남한까지 와서 정착하게 된 탈북자들. 하지만 가슴한켠에는 두고온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채 살아갸야하는 그들 역시 실향민이다. 그 신세대 실향민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떠나온 고향땅을 밟을수 있게되는 그날. 그때가 진정 우리가 바라던 자유통일의 그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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