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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라니 ??? 말 좀 가려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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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최현순 조회수 475


 살생부(殺生簿)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서 회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림)되기 시작했다. 보통 총선을 앞두고 공천탈락자 명단이라던가 또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무렵 새로 취임하는 권력자에게 찍혀 아마 새 대통령 임기동안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싶은 그런 인물들의 명단도 이따금 소위 ‘살생부’ 같은 형식으로 인터넷에 괴문서처럼 떠돌아 다니곤 했었다.


 그 소위 살생부의 뿌리를 한번 거슬러 올라가보면 2002년 대선 직후의 일이다. 그때 한 친노성향의 인터넷 논객이 아마 대선당시 있었던 후보 단일화 논란등을 염두에 둔듯 대선때 공을 세운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들을 소위 공신,역적 같은식으로 분류 그 문서가 인터넷에 돌아 파문을 일으킨바 있었다. 그때 그 작성자는 그것을 ‘살생부’라 불렀으며 90년대 후반에 방송된 모 방송사 사극에서 힌트를 얻어 그런것을 작성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실제 그 사극에서 주인공인 왕자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의 측근들에게 제거해야할 명단을 보여주며 ‘이 살생부에 적힌 자들을 모두 해치워라’ 하는 식의 장면이 나오는것을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이후에도 사극에서 보통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할때 그 주도세력이 자신들이 제거해야할 대상을 소위 ‘살생부’란 형식으로 작성하는것이 묘사된적이 종종 있다. 그러니 따지고보면 ‘살생부’의 뿌리는 드라마에서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2002년 대선 직후의 그 소위 살생부 파동 당시 한 보수언론 기자는 역사속에서 실제 ‘생살부(生殺簿)’는 존재해도 살생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살짝 꼬집은 바 있다. 실제 조선시대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킬 당시 그 측근인 한명회가 자신들이 제거해야할 대상과 회유대상을 구분 이른바 ‘살릴사람과 죽일사람’을 구분해서 만든 ‘생살부’란 명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혹 생살(生殺)이나 살생(殺生)이나 그게 그거지 뭐 그런 사소한걸 트집잡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저 두 한자어의 의미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생살(生殺)은 ‘죽이거나 살리는 일’을 뜻하는 말이며 살생(殺生)은 ‘생명을 죽이는 일’로 글자그대로 ‘죽이는 일’이다. 생살은 살린다와 죽인다의 의미가 함께 들어가 있으나 살생은 그냥 ‘죽인다’는 뜻이란 소리다.


 생살부는 계유정난을 주도한 세조의 측근 한명회가 우리편으로 회유할 대상과 제거해야할 대상을 구분하여 작성한 명부(名簿)다. 헌데 정작 역사기록(조선왕조실록,연려실기술 등)에는 그와같은 생살부가 언급되어 있지는 않다. 그럴진대 아무래도 생살부에 관한 이야기는 야사로 전해져 내려온듯 하다. 어찌되었든 생살부에서 주목할 부분은 살릴사람 즉 회유대상과 죽여야할 대상을 구분하여 기록한 명단이라는 점이다.


 이후 사극에서 종종 쿠데타를 일으키는 주역들이 자신들이 제거해야할 대상을 거론하며 ‘살생부’ 운운 하는것은 저와같은 ‘생살부’를 패러디한 것으로 봐야한다. 실제 2002년 대선 직후 어찌보면 친노와 비노를 구분해 놓은 명단으로 볼수도 있는 소위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이도 바로 90년대 후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모 사극을 참조해서 저와같은 명단을 만들었다지 않는가. 헌데 근래 들어서는 아예 그 무슨 공천탈락자 명단이니 뭐니 하는것들을 놓고 실제 정치권에서 ‘살생부’란 표현이 쓰여지고 있으니 그 유래와 의미를 어느정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한명회의 생살부는 회유대상과 제거대상을 구분해서 적어놓은 리스트다. 정인지 같은 경우엔 이와같은 생살부에서 회유대상에 포함되었기에 정난 당일에 화를 면할 수가 있었다. 생살부라고 할진대 포섭대상과 제거대상을 구분해놓는 ‘명단’이라는 점에서 포용의 의미도 어느정도 담겨져있다고도 볼수 있다. 하지만 살생부면 그냥 ‘죽인다’는 의미이니 뜻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솔직히 섬뜩함이 느껴질 지경이다.


 생살부와 살생부는 그 의미가 분명 다르다. 생살부라고 할진대는 여하튼 포섭대상과 제거대상이 구분된다는 점에서 포용의 의미도 어느정도는 담겨있다고 볼 수 있으나 살생부라 할때는 그야말로 숙청자 리스트가 되는것 아닌가. 애초에 역사속에 존재했던것은 계유정난때 한명회가 만들었다는 ‘생살부’고 살생부는 이후 사극에서 그와같은 생살부를 패러디한 것이다. 헌데 하필 그와같은 사극속의 패러디성 표현을 꼭 현실정치에서 사용해야만 할까. 그 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것이다. 말이 ‘아’다르고 ‘어’다르다는데 분명 생살(生殺)과 살생(殺生)은 그 한자어의 의미가 다르다. 헌데 그것도 현실정치에서 그 무슨 공천탈락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살생’ 같은 섬뜩한 단어를 사용해야겠냐는 말이다. 정치는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데, 정치권이 기왕이면 단어 선택을 해도 좀 그 의미를 가려가며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이와같은 글을 쓰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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