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미소 속에 비친 고독)
후쿠다 쓰네아리(일본 문화 평론가)
박대통령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일 북이 쳐내려 온다면 나는 한 발자국도 서울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선두에 서서 죽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런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지 박 대통령이 전사한다면 전군의 사기가 문제될 것이다. 그런 유치한 질문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대통령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는 편이 국민의 전의를 더욱 강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미소 속에 그분의 고독을 간취했다.최초로 회견할 때 약속은 오전 11시에서 정오까지로 되어 있었으나, 그 며칠 전에 보고 왔던 제2땅굴의 얘기를 끄집어 내었더니 박 대통령은 벌떡 일어나서 응접실 구석에 있는 휴전선 부근 모형판으로 나를 안내하여 땅굴의 내부 구조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이러한 상황하에서 대포와 버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말하지만 미·일의 그것과 한국의 그것은 동일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이름 아래 전혀 정치 지도력도 외교 정책도 상실해 버린 일본, 그리고 일본보다는 낫지만 월남 전쟁이래 대통령의 지도력이 약해지고 언제나 소련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있는 미국, 그 어느 쪽도 대소의 차는 있을지언정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외딴 섬인데 반하여 한국은 월남 붕괴 후 아시아에서 전체주의 사회와 대치하고 있는 자유 진영의 최전선 기지이다. 그 고뇌를 미·일 양국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박 대통령은 이런 얘기를, 몇 가지 구체적 예를 들어 가며 말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약속한 한 시간이 지나 물러가려고 하는 나를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만류하면서 "어차피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내가 먹는 것이라도 상관이 없으시다면 드시고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평소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않는 나였지만 그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고인에 대하여, 또한 일국의 원수에 대하여 대단히 결례되는 말이지만 나는 감히 쓴다. 솔직히 그 조식에 놀랐다. 오믈렛은 속까지 딱딱했고 표면은 군데군데 타 있었다. 만약 일본 호텔이렀다면, "이것도 오믈렛인가?" 하고 나는 호통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고 있는 청와대의 '대통령'을 빤히 쳐다보면서 군사 혁명을 일으키기 전의 박 소장은 청빈에 만족했던 것처럼 대통령이 된 후에도 때때로 외출하다가 당시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호저'가 눈에 띄면 누구의 저택인지를 묻고 그것이 각료나 고관의 집이면 견책했다는 말이 결코 지어낸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그 무렵 조선 호텔에서 그런대로 맛있는 오믈렛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모습을 보니 .. 그시절 그때가 생각납니다
매번 챙겨보는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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