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어머니로 지목된 임모(54)씨가 지난 10일 본지 사회부장 앞으로 보낸 편지를 같은 날 한겨레신문에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본지는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존재를 처음 보도하고 임씨와 수십 차례 접촉하려고 노력한 신문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한겨레를 콕 찍어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본지가 자신의 해명을 보도해 주지 않을까 봐 언론사 한 곳을 더 선택했을까? 특히 채 총장에게 우호적인 한겨레는 분명히 총장을 보호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잘 반영해줄 거라 믿었던 게 아닐까? 편지 발송 과정을 지켜본 언론인·법조인들은 "임씨가 언론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의 '언론 플레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맞춤법·띄어쓰기가 갖춰진 정연한 글 역시 전문가가 옆에서 도와준 흔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또 임씨가 본지에 보낸 편지에는 광화문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고, 한겨레에 보낸 편지에는 마포 우체국 소인이 찍힌 것도 의문이다. 같은 내용의 편지를 같은 날 도착하도록 보내면서, 다른 곳에서 나눠 보낸 것은 누군가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닐까?
그녀는 채 총장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써온 탓에 일이 커졌다고 주장하면서 "이제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밖에는 없다"고 썼다. 그런 여인이 자신의 편지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쓴 것은, 편지 하나로 사건을 일단락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식구들에게도 (10년 이상) 채동욱씨를 아버지라고 속여왔다"고 쓴 그녀의 편지는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만약 그랬다면 식구들이 채 총장을 찾아가려고 했을 텐데 그동안 채 총장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니 납득이 안 된다. 백번 양보해 총장 이름을 도용했다는 임씨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채 총장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다.
그런데 임씨는 편지에서 '일국의 검찰총장'을 수차례 '채동욱씨'라고 부르면서, 채 총장에 대한 사과 한마디를 쓰지 않았다. "호방하고 후배들이 잘 따르던 분"이라는 칭찬뿐이다. 채 총장에게 따로 사과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총장은 이 여인에게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펌글>
|
댓글 0
댓글등록 안내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